조과(鳥窠) 화상
경산국일(徑山國一) 선사의 법을 이었고, 항주(杭州)에 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행장을 보지 못해 그의 생애와 시종을 알 수 없다.
어느 날 시자(侍者)가 하직을 고하니, 선사가 물었다.
"너는 어디로 가려느냐?"
시자가 대답했다.
"제방으로 불법을 배우러 갑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래? 불법이라면 나에게도 조금은 있느니라."
시자가 이어서 물었다.
"어떤 것이 여기의 불법입니까?"
선사가 한 토막의 베올을 뽑아서 시자에게 보이니, 곧 깨달았다.
또 백사인(白舍人)6)이 친히 심계(心戒)를 받았는데, 어느 때 마주 앉았어도 전혀 한 마디도 없으매, 사인(舍人)의 셋째 아우가 이를 보고 시를 지었다.
백두(白頭) 거사가 선사와 마주 앉으니
바로 그것이 능엄삼매의 때로다.
한 물건도 없지만 온갖 맛 구족한 줄을
항하사 세계에서 몇 사람이나 알고 있을까?
白頭居土對禪師 正是楞嚴三昧時
一物也無百味足 恒沙能有幾人知
백사인(白舍人)이 물었다.
"하루 12시 동안에 어떻게 수행하여야 도(道)와 상응(相應)하리까?"
선사가 대답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사인(舍人)이 말했다.
"그런 것이야 세 살 먹은 아이라도 알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세 살 먹은 아이라도 알기는 쉬우나, 백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는 매우 어려우니라."
사인이 이 말씀에 절을 하고 스승으로 섬기고, 찬(讚)을 하였다.
모습은 여위고 뼈가 앙상하도록 오래 수행했건만
한 벌의 베옷만으로 도의 뜻에 맞도다.
일찍이 띠집 짓고, 푸른 나무에 기대더니
천하에는 조과 선사의 이름이 있음을 아노라.
6) 백낙천(白樂天)이 사인(舍人) 벼슬을 하였으므로 이렇게 불렀다.
形羸骨瘦久修行 一納麻衣稱道情
曾結草菴倚碧樹 天涯知有鳥窠名
선사가 백사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백씨 댁 자손이 아닌가?"
사인이 대답했다.
"예, 성은 백씨이고 이름은 거이(居易)입니다."
"그대 아버지 성이 무엇인고?"
사인이 대답이 없었다.
사인이 서울로 돌아가서 어느 절에 갔다가 스님이 경 읽는 것을 보고 물었다.
"나이가 몇이나 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85세외다."
또 물었다.
"경을 외운 지는 몇 해나 됩니까?"
"60년쯤 됩니다."
이에 사인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매우 이상하다, 매우 이상하다. 아무리 그렇지만 출가한 이에게는 으레 본분의 일[本分事]이 있을 터인데 어떤 것이 화상(和尙)의 본분입니까?"
스님이 대답이 없거늘 이로 인해 사인이 시를 읊었다.
빈 문[空門]에 길이 있건만 방향을 몰라서
머리가 희고, 이가 누르도록 경만 읽고 있도다.
어느 해에 성문의 술을 마시었기에
아직껏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가?[이상은 공종(空宗)이다.]
空門有路不知處 頭白齒黃猶念經
何年飮著聲聞酒 迄至如今醉未醒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3 권 > 131 - 140쪽
K.1503(45-233),
5조 홍인 대사의 방계(傍系)로 한 가닥이 뻗어 나오니, 신수(神秀) 화상·노안 국사(老安國師)·도명(道明) 화상이다. 신수의 문하에서 보적(普寂)이 나오고, 보적의 문하에서 나찬(懶瓚)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