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찬(懶瓚) 화상
남악(南岳)에 있었으며, 선사에게 다음과 같은 낙도가(樂道歌)가 있다.
우두커니 일없어, 바꾸고 고칠 일 없나니
일없는데 한 토막의 이야기가 어찌 필요하리오.
참마음은 산란(散亂)함이 없으니
다른 일 끊을 필요가 없다.
兀然無事無改換 無事何須論一段
眞心無散亂 他事不須斷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이루 셀 수 없다.
우두커니 일없이 앉았으니
누가 언제 부른 적이 있던가?
過去巳過去 未來更莫算
兀然無事坐 何曾有人喚
밖을 향해 공부를 찾으려 하나니
모두가 어리석은 무리로다.
양식이란 한 알도 모으지 못하면서
밥을 보면 먹을 줄만은 안다.
向外覓功夫 緫是癡頑漢
粮不畜一粒 逢飯但知餐
세상의 일 많은 사람들은
서로 뒤쫓아도 전혀 따르지 못한다.
나는 하늘에 나기도 좋아하지 않고
복밭도 사랑하지 않는다.
世閒多事人 相趁運不及
我不樂生天 亦不愛福田
시장하면 밥을 먹고
고단하면 잠을 잔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지만
지혜로운 이라야 현자를 알 수 있으리.
飢來卽喫飯 睡來卽臥瞑
愚人笑我 智乃知賢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근본체가 본래 그러하니
가려면 가고
멈추려면 멈춘다.
몸에는 해진 누더기 한 벌 입었고
다리에는 엄마가 만들어 준 바지를 걸쳤다.
不是癡鈍 本體如然
要去卽去 要住卽住
身被一破納 脚著孃生袴
말이 많고 또 말이 많은 것은
원래부터 오히려 잘못된 것이니
중생을 건지려 하면
우선 스스로를 제도하는 것만 한 것 없다네.
多言復多語 由來反相悟
若欲度衆生 無過且自度
참 부처를 부질없이 구하지 말라.
참 부처는 볼 수가 없느니라.
묘한 성품과 신령한 마음 바탕에
어찌 닦아서 길들임이 있으랴.
莫謾求眞佛 眞佛不可見
妙性及靈臺 何曾受勳練
마음은 일없는 마음이요
얼굴은 엄마가 낳아 준 얼굴이라.
겁석(劫石)은 옮길 수 있으나
그 속의 소식은 고치기 어렵다.
心是無事心 面是孃生面
劫石可移動 个中難改變
일없음이란 본래 일없음이니
글을 읽을 필요가 무엇 있으랴.
너와 나의 근본을 깎아 버리면
이 안의 소식에 명합(冥合)하리라.
無事本無事 何須讀文字
削除人我本 冥合箇中意
갖가지로 육신을 힘들게 하는 짓
차라리 숲 속에서 조는 것만 못하니
오뚝이 고개를 들어 높은 해를 보거든
밥을 빌어다가 모조리 먹여 준다.
種種勞·骨 不如林閒睡兀兀
擧頭見日高 乞飯從頭餧
공부를 가지고 공부를 하면
점점 더 어두워지나니
취하고자 하면 얻지 못하고
취하지 않으면 저절로 통한다.
將功用功 展轉冥勝
取則不得 不取自通
나에게 한마디 말이 있어
생각과 반연 잊었으니
교묘한 말로도 얻을 수 없고
다만 마음으로만 전해야 한다.
吾有一言 絶慮志緣
巧說不得 只用心傳
또 한마디 말이 있는데
바로 주는 것만 못하다.
가늘기가 털끝 같아서
본래 일정함이 없다네.
본래 원만히 이루어졌으니
베틀을 쓸 필요가 없다.
更有一語 無過直與
細如毫末 本無方所
本自圓成 不勞機杼
세상의 일은 끝없는 것
산과 구릉만 못하니
푸른 잎이 해를 가리고
푸른 시냇물이 끊임없이 흐르거든
등 넝쿨 밑에 누워서
돌덩이로 베개를 삼고
뜬구름으로 휘장을 삼고
초승달로 갈고리를 삼으라.
世事悠悠 不如山丘
靑松弊日 碧澗長流
臥虅蘿下 塊石枕頭
山雲當幕 夜月爲鉤
천자에게 조회하지 않으니,
어찌 왕후(王侯)를 부러워하며
죽고 삶을 근심치 않거니
무엇을 더 걱정하리오.
不朝天子 豈羨王侯
生死無慮 更須何憂
물 속의 달이 그림자 없는지라
내 항상 이러할 뿐이요
만 가지 법이 다 그러한지라.
본래부터 태어남이 없도다.
우두커니 일없이 앉으니
봄이 오면 풀이 저절로 푸르러진다.
水月無形 我常只寧
万法皆爾 本自無生
兀然無事坐 春來草自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