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태전(太顚)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00
 

조당집 제 5 권

  

  정수선사 문등 지음

  김월운 번역

  

  태전(太顚) 화상

  

  석두(石頭) 화상의 법을 이었고, 조주(潮州)에 살았다. 원화(元和) 13년 무술(戊戌) 해에 원화(元和) 황제가 안원문(安遠門)에 나아가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맞아들여 몸소 향을 피우고 정례하니, 황제와 백관들이 오색 광명을 보고 모두가 부처님의 광명이라 하여 백관들이 거룩한 감응에 예배하고, 하례했으나 시랑(侍郞) 한유(韓愈)만은 부처님의 광명이 아니라 하여 절도 하지 않고 거룩한 공덕을 하례하지도 않았다. 

  이에 황제가 물었다.

  "부처님의 광명이 아니라면 무슨 광명인가?"

  그러나 시랑이 대답을 못 하자 조주(潮州)로 귀양을 보냈다. 시랑이 조주에 이르자, 곧 좌우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어떤 도덕이 높은 선객이 있는가?"

  "태전(太顚) 화상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시랑이 세 차례나 사람을 보내어 초청했으나 모두 응하지 않더니, 나중에 부처님의 광명이 있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스스로 찾아왔다. 이 때 시랑은 만나 주지 않고 사람을 시켜 이렇게 물었다.

  "세 차례나 초청해도 오시지 않더니, 이젠 어째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오셨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세 번 초청해도 오지 않은 것은 시랑을 위하지 않기 때문이요, 부르지 않아도 온 것은 부처님의 광명을 위해서입니다."

  시랑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전에 있었던 사실을 고하고, 이어 이렇게 물었다.

  "제자가 그 때 부처님의 광명이 아니라 했는데 이치에 맞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시랑이 물었다.

  "부처님의 광명이 아니라면 그 당시 그것은 무슨 광명이었습니까?"

  선사가 답하였다.

  "그것은 천룡팔부(天龍八部)와 제석·범왕 등이 부처님의 덕화(德化)를 돕는 광명입니다."

  이에 시랑이 말했다.

  "그 때에 서울에 스님 같으신 분이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제자가 이리로 귀양을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부처님도 광명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어떤 것이 부처님의 광명입니까?"

  선사가 시랑을 불러 시랑이 대답하자, 선사가 말했다. 

  "보시오. 보셨지요?" 

  시랑이 말했다. 

  "제자는 이러한 경지(境地)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 경지를 알면 그것이 진짜 부처님의 광명입니다. 그러므로 불도는 한 가닥으로서 청·황·적·백 색이 아니고 수미산을 꿰뚫고, 산·강·땅덩이를 두루 비추지만 귀나 눈으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다섯 개의 눈으로도 그 모습을 볼 수 없고, 두 개의 귀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만일 이 부처님의 광명을 알면 온갖 범부나 성인이라는 허깨비가 홀리지 못합니다."

  

  선사가 산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한 수 읊었다.

  

  그대에게 하직하나니 너무 빨리 산으로 돌아간다 흉보지 말라. 

  송라(松蘿)가 달빛 사이에 있음이 그리워서이다.

  집과 방은 자물쇠를 잠그지 않았건만 

  올 때에 절로 흰 구름에 감추어졌노라.

  辭君莫怪歸山早 爲憶松蘿對月宮

  臺殿不將金鏁閉 來時自有白雲封

  

  그 뒤에 시랑이 특별히 산으로 찾아가서 다시 절을 하고 물었다.

  "제자는 공무에 바쁘니, 불법 가운데서 요점이 되는 곳을 지시해 주십시오."

  선사가 양구(良久)하니, 시랑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때마침 시자(侍者)인 삼평(三平)이 등 뒤에 있다가 선상을 치니, 선사가 돌아보면서 말했다. 

  "뭐하는가?"

  삼평이 대답했다. 

  "빛은 먼저 정(定)으로써 움직이고 뒤에 지혜로써 합니다." 

  시랑이 삼평을 향해 말했다. 

  "화상의 문풍(門風)이 격조가 높으셔서 제자는 어리둥절했는데 지금 시자에 의해 들어갈 곳을 얻었습니다." 

  그리고는 삼평에게 절하여 하직하고 다시 조주로 돌아갔다.

  다음날 산에 올라와 선사에게 절을 하려 하니, 선사가 낮잠을 자다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지 않은 채 물었다.

  "산 구경을 하러 왔는가, 나에게 절을 하러 왔는가?" 

  "화상께 절을 하러 왔습니다." 

  "그러면 절을 하지 않고, 어느 때를 더 기다리는가?"

  시랑이 곧 절을 하였다.

  또 어느 날 산에 올라오니, 선사가 물었다.

  

  "산 구경을 왔는가, 나에게 절을 하러 왔는가?" 

  "산 구경을 하러 왔습니다." 

  "그러면 유산장(遊山杖 : 지팡이)을 가지고 왔는가?"

  "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빈손으로 와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또 어느 날 선사가 말했다. 

  "노승이 지난해에 석두를 뵈었더니, 석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떤 것이 너의 마음인가?'

  그래서 바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화상께 말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에 석두 스님께서 할(喝)을 하셨다. 이로부터 며칠이 지나 다시 화상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전날 말씀드린 것이 어째서 옳지 못합니까? 그것을 떠나서 어느 것이 제 마음입니까?'

  석두 스님께서 대답하셨다.

  '눈썹을 치켜 눈알을 움직이는 따위 온갖 일을 빼고서 마음을 가져와야 한다.'

  '마음을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그랬더니 석두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까 까지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니, 이제는 어째서 마음이 없다고 하는가? 마음이 있다거나 마음이 없다거나 모두가 나를 속이는 짓이니라.'

  내가 그 때 이 말씀에 이 경지를 크게 깨닫고 다시 이렇게 물었느니라.

  '저로 하여금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동자를 움직이는 등 온갖 일을 제거하라, 하셨으니 화상께서는 제거하셨습니까?'

  '나는 모두 제거하였느니라.'

  그래서 나도 말하였다.

  '저도 이미 화상께 보였습니다.'

  석두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가 이미 나에게 보인 그것은 어떠한 것이더냐?'

  

  '화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자 석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와는 관계없는 일이니라.'

  '본래 아무 물건도 없었습니다.'

  '그대 역시 없는 물건이니라.'

  '물건이 없다는 것이 참 물건입니다.'

  '참 물건을 얻을 수 없는 것이 그대 마음의 현량(現量)이다. 뜻이 이러하니 잘 보호하여 지니라.'"

  

  어떤 스님이 선사에게 물었다.

  "그 가운데(마음)의 사람을 만난 때는 어떠합니까?"

  "이미 가운데가 아니니라."

  "이 가운데는 어떠합니까?"

  "그는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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