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용담(龍潭)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02
 

 

 

용담(龍潭) 화상

  

  천황(天皇)의 법을 이었고, 예랑주(澧郞州)2)에서 살았다. 휘(諱)는

  

  

2) 호남성(湖南省) 북부에 있는 예현(澧縣)의 속칭이다.

  신(崇信)이요 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속가에 있을 적에 대대로 떡장사를 하면서 천황(天皇) 남쪽 마을에 살았는데, 천황 화상이 절 안의 조그마한 방 하나를 차지하고 문을 꽉 닫고 좌선(坐禪)만 하므로 온 천하[四海]의 선객들이 가까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떡장사(선사)만은 밥 때만 되면 몸소 호떡 열 개를 가지고 와서 공양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몇 해 동안 계속하였는데 천황은 때마다 떡 하나를 남겼다가 떡장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이렇게 주어서 자손의 공덕을 쌓노라." 

  날마다 이렇게 하기를 습관처럼 하였는데, 용담 선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이 나서 물었다.

  "이 떡은 제가 가지고 온 것인데 어째서 돌려주십니까?" 

  이에 천황이 말했다.

  "네가 가져온 것을 네게 돌려주는데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선사가 이 말을 듣자 무엇인가 조금 느껴지는 듯하여 다시 물었다.

  "제자의 덧없는 삶이 분주하기만 하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천황이 대답했다.

  "집에 있으면 감옥이라 옹색하고, 출가하면 자유롭고 넓으니라." 

  이 말을 듣고 바로 천황에 의해 출가하니, 천황이 말했다. 

  "그대가 옛날엔 복(福)과 선(善)을 숭상하다가 이제 내 말을 믿으니, 숭신(崇信)이라 이름하라."

  이렇게 하여 계를 받고, 몇 년 동안 시봉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천황에게 물었다.

  "제가 승려의 무리에 끼이게 되어 묵은 소원은 풀었다 하나 화상의 심요(心要 : 마음을 가리키는 중요한 법문)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가르쳐 주십시오."

  "네가 내게로 온 이래, 너에게 심요를 보여 주지 않은 적이 없느니라."

  "어디가 화상께서 저에게 심요를 보여 주신 곳입니까?"

  "네가 차를 가져오면 나는 차를 마시고, 네가 밥을 가져오면 나는 밥을 먹고, 네가 인사를 하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으니, 어디가 그대에게 심요를 보이지 않은 곳인가?"

  

  선사가 고개를 숙이고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천황이 말했다.

  "볼려면 당장에 봐야 하지 생각하려 들면 어긋나느니라." 

  선사가 이 말을 듣자 그 참뜻을 얼른 깨닫고, 다시 물었다.

  "끝내 어떻게 보임(保任)하여야 처음부터 끝까지 걱정이 없겠습니까?" 

  천황이 대답했다. 

  "성품에 맡겨 자유롭게 하고 인연을 따라 걸림 없이 할지언정 선(禪)에 안주하거나 정(定)을 익히지 마라. 성품은 본래 거리낌이 없으니, 귀를 막거나 눈을 감을 필요도 없으며, 신령한 광채가 환하게 빛나지만 어리석은 듯, 어눌한 듯하여야 행(行)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이 없느니라. 오직 범부의 마음을 다할지언정 별달리 성스런 견해가 없나니, 그대가 능히 그럴 수 있다면 무슨 근심 될 일이 있으리요."

  선사가 종요(宗要)를 얻고 나니, 눈에 띄는 일마다 환하여 마치 객지의 나그네가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는 집을 떠날 생각을 그만둔 것과도 같고, 가난한 이가 보배 창고를 차지하여 부족하거나 더 이상 구하는 바가 없이 된 것과 같았다.

  형저(荊渚)로부터 예양(澧陽), 용담(龍潭)에 이르러 머묾에 그의 행동이 속세를 놀라게 하지 않았으니,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고, 그의 기봉을 일으켜 드러낸 적이 없으니 진리를 배우려는 무리들이 묻고 뵈올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선사가 살던 암자가 조그마한 개울가의 연못 곁에 있었는데, 때마침 시절이 몹시 가물어서 군민들 모두가 여기에 모여서 비를 빌었기 때문에 용담(龍潭) 화상이라 부르게 되었다.

  

  어떤 스님이 선사에게 물었다.

  "상투 속의 여의주(如意珠 : 심성에 대한 비유)를 누가 얻습니까?"

  "즐겨 갖고 놀지 않는 이가 얻느니라."

  "어디에다 갈무리합니까?"

  "장소가 마련되면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어떤 비구니가 선사에게 물었다.

  

  "어찌하여야 스님이 될 수 있습니까?" 

  "그대는 비구니가 된 지 얼마나 되는가?" 

  "스님이 될 때가 있기는 하겠습니까?" 

  "그대는 지금 무엇인가?" 

  "현재에 여자인 것을 어째서 모르십니까?" 

  "누가 그대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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