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운암(雲嵒)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06
 

 

 

운암(雲嵒) 화상

  

  약산(藥山)의 법을 이었고, 담주(潭州)의 예릉현(澧陵縣)에 살았다. 휘(諱)는 담성(曇晟)이요 성은 왕씨(王氏)이며, 본시 종릉(鍾陵)의 건창현(建昌縣) 사람이었다. 그가 태어날 때, 저절로 태를 왼쪽 어깨에 걸쳐 마치 가사를 입은 것 같았다. 석문(石門)에게 출가하고 처음으로 백장(百丈)에게 참문하여 십수 년간 입실하였다가 다음으로 약산에게 참문했다. 약산이 물었다.

  "그대의 스승 백장은 그대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시던가?"

  선사가 대답했다. 

  "스승께서는 요즘 무슨 물건을 보이십니까?"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5 권 > 244 - 253쪽

K.1503(45-233), 

  약산이 말했다. 

  "그대를 인하여 백장을 알게 되었노라."

  선사가 약산의 법을 이어받은 뒤에 심수현(心攸縣)3)에서 크게 법화(法化)를 폈다.

  선사가 어느 때 대중에게 말했다.

  "어느 집 자식이든 묻기만 하라. 대답하지 못할 것이 없노라." 

  이에 동산(洞山)이 물었다.

  "그 집에는 서적이 얼마나 있습니까?"

  "한 글자도 없느니라."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게 되었습니까?" 

  "밤낮으로 잔 적이 없기 때문이니라."

  동산이 말했다. 

  "묻기만 하면 대답하지 못할 것이 없다 하셨는데, 한 가지 일을 물으려 하는데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말할 수 있는 것이 곧 말할 수 없는 것이니라."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 

  "석두 화상과 이야기를 하다가 왔습니다." 

  "석두스님께서 머리를 끄덕여 주시던가?" 

  "스님께서 묻기 전에 벌써 머리를 끄덕이셨습니다." 

  

  선사가 경을 보는데, 동산이 말했다. 

  "스님의 눈동자를 얻고자 합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의 것은 누구를 주었느냐?"

  

  

3) 수현(攸縣)이라야 맞고, 수현은 호남성 다릉현(茶陵縣)의 서북쪽이다. 

  "저에게는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있다면 그대는 그것을 어디에다 둘 것인가?" 

  동산이 대답이 없자, 선사가 말했다. 

  "빌릴 수 있는 눈동자를 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동산이 말했다. 

  "눈이 아닙니다." 

  선사가 꾸짖었다. 

  "에끼, 나가거라!"

  

  도오(道吾)가 선사에게 물었다.

  "초조께서 이 땅에 오시기 전에도 조사의 뜻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있었다면 다시 와서 무엇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단지 있기 때문에 오셨습니다."

  

  선사가 종자(粽子)4)를 나누어주는데 동산이 받고 나서는 또 손을 벌리며 말했다.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 사람도 먹는가?" 

  "주기만 하면 먹습니다."

  

  동산이 하직을 고하니, 선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4) 다른 이름으로 각서(角黍)라고도 한다. 찹쌀·대추 따위를 넣어 갈잎이나 댓잎에 싸서 쪄 먹는 단오 음식이다. 원래는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강에 빠져 죽은 것을 애도하기 위해 음식을 강에 던져 물고기가 굴원의 시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한 데서 유래되었다.

  "비록 화상을 하직하나 머무를 곳을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호남(湖南)으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닙니다." 

  "속가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이에 선사가 소리를 높여 말했다. 

  "언제 돌아오겠는가?"

  "화상께서 머무르실 곳이 생기면 돌아오겠습니다." 

  "이제 이렇게 헤어진 뒤로는 다시 만나기 어렵겠구나." 

  이에 동산이 응수했다.

  "이제 이렇게 헤어진 뒤로는 만나지 않기 어렵겠습니다."

  

  동산이 위산(潙山)에 도착했다. 위산은 곧 대원(大圓) 선사이다. 그는 당시 영근(郢近) 지방에서 대중을 모으고 있었는데 천 명의 무리가 모여 삼상(三湘) 지방에까지 그 위세가 떨쳤다.

  그(위산)는 동산이 오는 것을 보자 단번에 특이한 사람임을 알았다. 다음 날 위산이 가만히 방을 떠나 숲 사잇길을 거니니, 동산이 불지(佛地)의 서쪽에 있는 일터까지 그의 뒤를 급히 쫓아와서는 앞으로 나아가 절을 하고 말했다.

  "제가 들으니 국사께서 무정(無情)설법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 말씀을 들은 뒤로는 항상 그 깊은 뜻을 궁구하면서 매일 마음으로 격려했더니, 이제 그 소원이 여기서 다하게 되었습니다."

  위산이 돌아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어디서 그 말을 들었는가?"

  동산이 처음과 마지막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설명을 끝내니, 위산이 말했다.

  "나에게도 그것이 약간은 있다. 다만 인연 있는 이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법에 인색해서가 아니니라."

  "지금 저에게 보여 주십시오." 

  

  "부모의 인연으로 생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느니라."

  이에 동산이 절도 하지 않고 물었다.

  "스님과 더불어 같은 때에 도를 흠모하신 분이 계십니까?"

  위산이 대답했다.

  "여기서 예릉현(澧陵縣)의 옆으로 가면 석실과 마주 인접한 곳에 운암(雲嵒)이라는 도인이 있으니, 만일 거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면 반드시 그대가 그를 존중하게 되리라."

  동산이 얼른 선사에게 물었다.

  "무정설법을 어떤 사람이 듣습니까?"

  "무정설법은 무정의 중생이 듣느니라."

  "화상께서는 들으셨습니까?"

  "내가 만일 들었다면 그대는 나를 보지 못했을 것이니라."

  "그렇다면 저는 화상의 설법을 들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나의 설법조차 듣지 못하거늘 하물며 무정(無情) 중생의 설법이겠는가?"

  동산이 이로 인하여 의심을 끊고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참으로 기이하구나, 참으로 기이하구나. 

  무정물이 설법할 줄 안다 하니 부사의하여라.

  만일에 귀로 들으면 소리가 안 나타나고 

  눈으로 소리를 들어야 알 수 있으리.

  可笑奇可笑奇 無情解說不思議

  若將耳廳聲不現 眼處聞聲方得知

  

  선사가 어떤 비구니에게 물었다.

  "그대의 부모께서는 살아 계시는가?"

  "계십니다."

  "연세가 몇이신가?"

  "80세입니다."

  "어떤 이의 아버지는 나이가 80세가 아닌 이도 있다는데, 그대는 알고 있

  

  는가?"

  "그렇게 연세 들어오신 이가 바로 그가 아니겠습니까?"

  "이는 아직 어린 아기니라."

  이에 동산(洞山)이 말했다.

  "설사 아니라고 해도 역시 아기니라."

  

  어떤 이가 선사에게 물었다.

  "한 생각을 문득 일으켜 당장 마계(魔界)에 떨어질 때는 어찌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부처님 세계에서 올 수 있었는가?"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모른단 말을 말라. 설사 안다 하여도 역시 갈팡질팡하리라."

  

  선사와 도오(道吾)와 선자(舡子)5) 세 사람이 산 밑 단월(檀越)의 공양 청을 받고 가는데, 한 사람은 말하기를 "공양하는 곳에 가려면 해가 지겠다" 하였고, 한 사람은 "가까우니 걸음을 떼기만 하면 곧 도착한다" 하였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어느 한 사람은 발걸음을 떼지 않고도 바로 이르나니 어찌된 것인가?"

  얼마 후 동산이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말했다.

  "이 말씀에 가장 힘을 주어야 하나니, 마치 어떤 사람이 확탕로탄(鑊湯爐炭)지옥에 들어가서도 타거나 데이지 않는 것 같아야 한다. 여기에서 영원히 잃지 않을 수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잠시 동안 휴식을 얻게 된다. 간절히 바라나니 무엇보다도 혀끝으로만 판단하지 말라. 남의 말이나 일을 기억해서 무엇에 쓰겠는가? 그러한 공부는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며, 총명과 기억을 말미암는 것도 아니다. 한가한 곳에서 공부를 버려 두고 한 걸음도 돌아

  

  

5) 선(舡)은 선(船)의 이체자로서 덕성(德性) 선사를 일컫는다.

  보지 않고 어둡게 여러 겁을 보내지 말라. 그러므로 운암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러한 모습 안에서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가장 괴로우니, 이보다 더한 괴로움이 없다' 하셨느니라."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는가?"

  "향을 더 사르고 옵니다."

  "부처님을 뵈었는가?"

  "뵈었습니다."

  "어디서 뵈었는가?"

  "하계(下界)에서 뵈었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옛 부처로다, 옛 부처로다."

  

  선사께서 차를 달이는데 도오가 와서 물었다.

  "무엇을 하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차를 달인다." 

  "누구와 드시려고 차를 달입니까?"

  "어떠한 사람이 달라고 하는구나."

  "어째서 그 사람더러 스스로 달이라 하시지 않습니까?"

  이에 선사가 마지막으로 대답했다. 

  "마침 내가 있었기 때문이니라."

  

  약산(藥山)이 선사에게 물었다.

  "듣건대 그대가 사자(師子)를 놀릴 줄 안다던데 몇 가지나 되는가?"

  선사가 대답했다.

  "여섯 가지로 놀립니다."

  "나도 놀릴 줄 아노라."

  

  "스님께서는 몇 가지나 놀릴 줄 아십니까?"

  "나는 한 가지로 놀리느니라."

  이에 선사가 말했다.

  "하나가 곧 여섯이요, 여섯이 곧 하나입니다."

  

  위산이 선사에게 물었다.

  "듣건대 장로(선사를 가리킴)가 약산에 있을 때 사자를 놀릴 줄 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위산이 다시 물었다.

  "계속 놀리는가, 아니면 그만둘 때도 있는가?"

  "놀리려면 놀리고 쉬려면 쉽니다."

  "쉴 때 사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쉽니다, 쉽니다."

  

  선사가 어떤 노숙(老宿)의 방을 엿보니, 노숙이 말했다.

  "그렇게 엿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지 못합니다."

  

  선사가 도오에게 물었다.

  "노형의 가풍(家風)이 어떠한가?"

  도오가 대답했다.

  "그대에게 점검이나 받아서 무엇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주인공)이 없이 지낸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이에 도오가 대답했다.

  "이가 아직도 떨떠름합니다."

  

  어떤 이가 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수행의 바른 길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수행함은 담[墻]과 참호[塹]요, 수행하지 않음은 머리를 싸맨 사람이니라."

  

  선사가 대중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괴로운가?"

  모두가 대답했다.

  "지옥이 가장 괴롭습니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지옥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금생에 이러한 몰골로 있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가장 괴로우니, 이 괴로움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느니라."

  

  선사가 동산과 생강 밭을 매다가 옛 어른들의 일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동산이 물었다.

  "이 사람은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잠깐 동안 양구했다가 말했다.

  "무엇이라고, 무엇이라고?"

  동산이 다시 말을 받았다.

  "너무 늦으십니다."

  이 때 어떤 스님이 나서서 두세 마디의 말을 선사에게 아뢰니, 선사가 다시금 깊이 생각한 끝에 말했다.

  "나는 아까부터 그대의 소리만 들었고 그대의 모습은 보지 못했으니, 나서라. 그대를 보고자 하노라."

  그 스님이 다섯 손가락을 세우니, 선사가 말했다.

  "몹시도 사람을 괴롭히는구나. 하마터면 잘못해서 저 놈을 놓칠 뻔하였구나."

  이에 동산이 물었다.

  

  "저 스님이 다섯 손가락을 세운 뜻이 무엇입니까?"

  "오분법신(五分法身)을 나타낸 것인데 지금의 것은 어느 분(分)이겠는가?"

  

  선사가 열반에 들 시기가 임박하였을 때 동산이 물었다.

  "화상께서 열반에 드신 지 1백 년 뒤에 누군가가 '화상의 초상을 그릴 수 있겠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에게 무엇이라 대답하리까?"

  선사가 대답했다.

  "다만 그에게 '그저 그런 놈이었느니라' 하라."

  동산이 깊이 생각에 잠기자, 선사가 말했다.

  "이 한 물건이 까칠하여서 삼켜도 넘어가지 않나니,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사리(그대)가 한 생각 깜빡 일으켜도 풀이 한 길이나 깊을 터인데 하물며 말로써 표현함이겠는가?"

  선사가, 동산이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고 속마음을 설파하려 하자, 동산이 말했다.

  "설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사람 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 일에 애를 씁니다."

  

  선사가 입적한 뒤에 태상(太相)의 재를 지내기 위해 사형과 함께 위산(潙山)으로 가려고 하는데, 담주(潭州)에 이르러 큰 개울을 건널 때 사형은 먼저 건너고 동산은 이 언덕을 떠나 아직 저 언덕에 이르기 전에 물 속의 자기 그림자를 보고 예전 일을 크게 깨달으니, 얼굴빛이 화창하게 변하여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에 사형이 물었다.

  "아우님, 무슨 일인데 웃으시오?"

  "돌아가신 스승님의 정중하신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말이 있어야 하리라."

  이에 동산이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절대로 남에게서 찾으려 말라.

  멀고 멀어서 나와는 서먹하다.

  나 이제 홀로 가지만 

  곳곳에서 그를 만난다.

  切忌隨他覓 迢迢與我踈

  我今獨自往 處處得逢渠

  

  그는 바로 지금 나이건만 

  나는 이제 그가 아니다.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비로소 여여하게 계합하리라.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

  應須與摩會 方得契如如

  

  나중에 어떤 사람이 동산에게 물었다.

  "운암이 말씀하시기를 '그저 그런 놈이라' 한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동산이 대답했다.

  "하마터면 나도 처음에 잘못 알아들을 뻔하였느니라."

  보자(報慈)가 이 일을 들어서 동산에게 물었다.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

  또 앞의 물음에 이어서 물었다.

  "지금은 어떠합니까?"

  또 동산에게 물었다.

  "운암이 말하기를 '그저 그런 놈이었느니라 하라' 하셨는데, 그가 일이 있는 줄은 알았습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스승께서 일이 있는 줄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으리오?"

  양구(良久)했다가 다시 말했다.

  "만일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면 어찌 그렇게 말하였겠는가?"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5 권 > 254 - 263쪽

K.1503(45-233), 

  보복(保福)이 이 일을 들어서 장경(長慶)에게 물었다.

  "이미 일이 있음을 안다면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장경이 대답했다.

  "이는 매우 당연한 질문이다."

  "옛날에 운암은 또 어째서 그리하였습니까?"

  "자식을 길러 봐야 부모의 자애로움을 아느니라."

  

  선사가 비색완(比色垸 : 아름다운 그릇)에다 감귤을 담고 있는데 동산이 와서 인사를 하고 서 있자, 선사가 물었다.

  "거기에도 이런 것이 있는가?"

  "있어도 이것보다 더 쓸모가 없습니다."

  "있어도 그대에게 준 적이 없거늘 무슨 쓸모가 있다 없다 따지는가?"

  동산이 그 때는 대답이 없다가 사흘이 지나서 말했다.

  "화상께서 저에게 주실까 걱정했습니다."

  이에 선사가 인정하였다.

  

  선사가 황벽의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그대의 화상께서도 설법을 하시던가?"

  "그도 설법을 하십니다."

  "그대도 들었는가?"

  "저도 들었습니다."

  "말씀하실 때야 듣겠지마는 말씀하시지 않을 때에도 듣는가?"

  "듣습니다."

  "말씀하실 때야 그대 뜻대로 듣겠지만 말씀하시지 않을 때엔 무엇을 듣는가?"

  "그 사람(설법 듣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잠자코 있는 것이 그 사람인가, 말하는 것이 그 사람인가?"

  "잠자코 있는 것이 그 사람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하마터면 저 놈을 놓칠 뻔했구나."

  

  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문으로 들어오는 이는 보배가 아니요, 설사 설법을 해서 돌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도 역시 자기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니라."

  그리고 또 말했다.

  "마음으로 하려 해도 어긋나거늘 하물며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보이는 바가 있으면 더욱 멀어질까 걱정이다."

  

  어떤 스님이 석두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노승의 눈앞에 있는 한 뭉치 풀은 30년 동안 아무도 뽑지를 않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어서 선사에게 물으니, 선사가 대답했다.

  "소는 난간 곁의 풀을 뜯지 않느니라."

  

  남전이 말했다.

  "지혜로 이르지 못하는 곳은 말로 할 수 없나니, 말하면 뿔이 생긴다."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선사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그렇게 말한 뜻이 무엇입니까?"

  "형제들이여, 말하지 마라. 그 일을 말하면 말하는 사람이 손상을 입는다."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동산에게 물었다.

  "운암이 그렇게 말한 뜻이 무엇입니까?"

  "아직도 길 가는 도중이니라."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운거(雲居)에게 물었다.

  "동산이 그렇게 말한 뜻이 무엇입니까?"

  "말해 버렸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소산(疎山)에게 물었다.

  "운거가 그렇게 말한 뜻이 무엇입니까?"

  "한 방에 용과 뱀을 모두 때려죽이느니라."

  

  선사가 마당을 쓸다가 소리를 지르니, 원주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혹사하십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혹사하지 않는 어떤 사람도 있느니라."

  "어디에 두 번째 달이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빗자루를 세워 보이면서 물었다.

  "이것은 몇 번째 달인가?"

  원주가 대답이 없었다. 이에 현사(玄沙)가 대신 말했다.

  "그것 역시 두 번째 달입니다."

  

  동산(洞山)이 선사에게 물었다.

  "한량없는 겁 동안 남은 업을 다하지 못했을 때엔 어찌합니까?"

  "지금까지 여전히 짓고 있지는 않겠지?"

  "더 수승하고 묘한 것이 있더라도 짓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직도 기뻐하는가?"

  "쓰레기 더미에서 한 개의 밝은 구슬을 얻은 것 같아서 감히 기뻐할 수 없습니다."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가 점을 칠 줄 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노승의 점을 쳐 보아라."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동산이 대신 말했다.

  "화상의 생년월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선사가 회창(會昌) 신유년(辛酉年) 초부터 갑자기 병환을 보이다가 12월 17일에 이르러 입적하니, 시호는 무주(無住) 대사요, 탑호(塔號)는 정승(淨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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