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흠산(欽山)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34
 

 

 

흠산(欽山) 화상

  

  동산(洞山)의 법을 이었다. 휘(諱)는 문수(文遂)라 했으나 행장(行狀)을 보지 못해 족성에 대해 알 수 없다. 무릉(武陵)의 뇌(雷) 상공이 곁에서 예경하기를 시종 한결같이 하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양무제의 잣대요, 보지[志]공의 가위이니라."

  "모든 부처님과 모든 법이 모두가 이 경(經)에서 나온다 하는데 어떤 것이 이 경입니까?"

  "종종 바뀌는 것이니라."

  "경에서는 무어라 말씀하십니까?"

  "의심나는 것이 있거든 물어보라."

  

  선사가 와룡(臥龍)과 설봉과 함께 차를 달이는데 밝은 달이 종지 물에 비친 것을 보고 말했다.

  "물이 맑으니 달이 비치는구나!" 

  와룡이 말했다.

  "맑은 물이 없으면 달이 비치지 않습니다."

  이에 설봉이 종지의 물을 쏟아 버리고 말했다. 

  "물과 달이 어디에 있는가?"

  

  장강사(將江寺) 스님이 돈을 걷으러 온 것에 관해 어떤 사람이 물었다.

  "돈을 걷어서 무엇을 하려 하시오."

  "우물을 파려 합니다."

  

  "절 이름이 강물을 끌어들인다는 뜻인 장강(將江)인데 우물은 파서 무엇 하려 하시오?"

  스님이 대답이 없자, 선사가 대신 말했다.

  "여러 물줄기가 모여 이룬 강이라 마시지 않으려 합니다."

  

  선사가 어떤 도사에게 물었다.

  "법을 위해서 왔는가, 절을 하기 위해서 왔는가?"

  도사가 대답했다. 

  "법을 배우기 위해서 왔습니다."

  "법을 위해서 왔다면 앉아서는 안 된다."

  "거친 말과 고운 말 모두 제일의(第一義)로 돌아간다는데, 어떤 것이 제일의입니까?"

  선사가 도리어 물었다.

  "그대는 절집의 종이라던데 사실인가?"

  "화상께선 몹시 거치시군요."

  "제일의제가 어디에 있는가?"

  "화상께선 3교(敎)도 알지 못하십니까?"

  "3교는 그만두고라도 노군(老君)이 언제 태어나셨는가?"

  "혼돈(混沌)이 나뉘기 전에 태어나셨습니다."

  "혼돈이 나뉘기 전의 일은 어떠한가?"

  도사가 대답이 없자, 선사가 문득 때려 주었다.

  

  중산(中山) 화상

  

  동산(洞山)의 법을 이었고, 고안현(高安縣)에 살았다. 휘(諱)는 도전(道全)인데, 행장을 보지 못해서 생애를 알 길이 없다.

  

  선사가 동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삼계를 벗어나는 요제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발 밑에서 연기가 나느니라."

  이에 선사가 활짝 깨달았다. 나중에 운거(雲居)가 이에 대해 말했다. 

  "그렇다면 화상을 저버릴 수 없겠습니다."

  대광(大光)은 덧붙여 말했다. 

  "그렇다면 감히 경솔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대중이 제2 화상을 찬탄하기를 '선사는 귓전을 스치는 소리만 듣고도 바로 닦아 증득하는 길을 그만두었다' 하였다."

  

  어떤 이가 물었다.

  "청정하게 수행하는 이는 열반에 들지 못하고, 계행을 파괴한 비구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였는데, 그렇게 말한 옛사람의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남김없이 다 제도하여 그들 모두 열반을 뛰어넘느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두 용이 여의주를 다투면 얻는 이는 누구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모든 물건이 다 사라졌지만 그저 눈앞에 있는 것 같을 뿐이다."

  "그렇다면 두 용 모두 얻지 못하겠습니다."

  "두 용뿐만 아니라 천 부처가 나와도 얻지 못하리라."

  "부처가 아닌 이는 얻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얻는다면 밝은 구슬이 아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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