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화엄(華嚴)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36
 

 

 

화엄(華嚴) 화상

  

  동산(洞山)의 법을 이었고, 낙경(洛京)에 살았으며, 휘(諱)는 휴정(休靜)이다. 동도(東都) 지방을 크게 교화하니 선가(禪家)에서 독보적 존재였다.

  화엄사(華嚴寺)에 있는데, 어떤 이가 물었다.

  "출세하시기 전엔 어떠하셨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밝은 임금을 생각하고, 도가 크면 평범해지느니라."

  

  선사가 서울에 있을 때, 가끔 궁내의 공양 청장을 받고 나갔는데, 다른 큰

  

  스님들은 모두 경을 읽어도 선사와 그의 제자만은 경을 읽지 않았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스님께서야 전부터 경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자는 무엇 때문에 경을 읽지 않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왕도가 태평하면 천자의 명을 전하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태평가를 부릅니다."

  "왕자가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엔 어떠합니까??"

  "6궁의 유희에 빠져 나라 안의 어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왕위에 오를 때는 어떠합니까?"

  "주렴을 가지런히 걷어올리니, 네 가지 모습으로 조례(朝禮)의 의식을 갖춥니다."

  "왕위에 오른 뒤에는 어떠합니까?"

  "황금 상자에 옥새(玉璽)를 넣어 두고, 어가(御駕)를 타고 사방으로 왕래합니다."

  "크게 깨달은 사람이 무엇 때문에 다시 미혹해집니까?"

  "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추지 못하고,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에 오르기 어렵습니다."

  "스님은 젊은 후생인데도 어떻게 남보다 먼저 선지식이 되셨습니까?"

  "3년 된 가옥이면 용과 봉이 새끼를 치고, 백 년 묵은 섬돌 밑에는 늙은 신하가 문안을 드립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용궁의 창고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여러 이치를 어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선사가 처음으로 동산을 뵈었을 때 물었다.

  "보기는 보았으나 식심[識]과 망정[情]의 구름이 거짓같이 덮인 것이야 어찌하겠습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그대도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보았다면 어째서 식심과 망정의 구름이 거짓같이 덮이었는가?"

  "그러나 식심과 망정의 구름이 거짓같이 덮였음이야 어찌하겠습니까?"

  이에 동산이 말했다. 

  "그렇다면 만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으로 가서 서 있으라."

  

  계림(溪林) 화상이 목검을 들고 와서 말했다. 

  "마(魔)가 와서 나를 괴롭힙니다. 마가 와서 나를 괴롭힙니다."

  어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와서 물었다.

  "화상께서는 평소에 어째서 마에게 괴롭힘을 당하십니까?"

  이에 계림이 대답했다. 

  "도적은 가난한 집을 털지 않느니라."

  어떤 사람이 선사에게 와서 이 말을 전하니, 선사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리라."

  그 스님이 물었다.

  "화상께선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나를 괴롭히는 마는 없다."

  "화상에게는 어째서 괴롭히는 마가 없습니까?"

  "도적은 가난한 집을 털지 않느니라."

  화산(禾山)이 이 말을 들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말해야 두 화상의 뜻을 회통하고, 또 스스로가 주인이 되겠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스로 대신 말했다. 

  "있음에 인하지 않고 없음 또한 아니니라."

  

  나중에 하북(河北)으로 갔다가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머물다가 입적하였다. 입적한 뒤에 다비(茶毘)하고, 사리는 네 곳에다 모시어 탑을 세웠다. 시호는 보지(寶誌) 대사요, 탑호(塔號)는 무위(無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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