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용천(涌泉)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50
 

 

 

용천(涌泉) 화상

  

  석상(石霜)의 법을 이었고, 태주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諱)는 경흔(景忻)이고 선유현(仙遊縣) 사람이다. 백운산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계를 받은 뒤엔 조사의 도를 찾아다니다 석상을 뵙고 이렇게 물었다.

  

  "학인(學人)이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왔으니, 들어갈 곳을 스님께서 지시해 주소서."

  석상이 대답했다.

  "나는 젓가락 세 개도 던져버리지 못한다고 말하노라."

  이에 선사께서 바로 현묘하게 계합하고, 다시는 딴 곳으로 가지 않았다. 

  

  어느 때 강과 덕, 두 스님이 절에 오던 길에 선사께서 소를 먹이는 것을 보았으나 선사를 알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굽과 뿔이 무척 분명하건만 소를 탄 이가 알지 못하는 것이야 어찌하랴!"

  그들이 그대로 계속 가다가 중간에서 차를 달였는데 선사께서 소의 등에서 내려 인사를 하고는 그들과 같이 앉아서 차를 마시던 차에 이렇게 물었다.

  "최근 어디서 떠났는가?"

  스님들이 대답했다.

  "저쪽에서 떠났습니다."

  "저쪽 일은 어떻던가?"

  스님이 찻종지를 들어 보이니, 선사께서 말했다. 

  "이 역시 굽과 뿔이 매우 분명한 소식일 뿐이다. 저쪽 일은 어떻던가?"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선사께서 말했다.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 말라."

  그리고는 자리를 떠버렸다. 

  복선이 대신 말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도자(道者)를 어떻게 알아보겠습니까?"

  또 대신 말했다.

  "앉아서 차나 마십시오."

  

  초경(招慶)이 물었다.

  "위로부터 전하는 종승(宗乘)의 일을 화상께선 어떻게 설명하십니까?"

  "눈앞의 것을 제창하지 않소."

  

  "눈앞의 것을 제창하시지 않는 것은 잠시 그만두고 종승의 일을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허공이 땅 위에 떨어지거든 그대에게 말해 주겠소."

  초경이 긍정치 않자 다시 물었다. 

  "화상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소."

  초경이 말하였다. 

  "나는 알지 못하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보자(報慈)가 대신 말했다.

  "날씨가 차가우니, 눈이 섬돌 위에 가득하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얼음 속의 물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얼음으로 얼려지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물 속의 얼음입니까?"

  "6월이 되어도 녹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 개의 해가 떠도 녹이지 못하겠습니다."

  선사께서 대답했다.

  "두 쥐가 왕래하여도 관계치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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