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소산(韶山)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48
 

 

 

소산(韶山) 화상

  

  협산(夾山)의 법을 이었고, 북지(北地)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諱)는 환보(寰普)이고, 실록(實錄)을 보지 못해 그의 생애를 알 수가 없다. 

  

  어떤 스님이 와서 절을 하고 일어나 섰으니, 선사께서 말했다.

  "큰 재능이 비천한 경지에 숨었구나!"

  그 스님이 다시 한쪽으로 가서 섰으니, 선사가 또 말했다.

  "동량(棟梁)의 재목이 못쓰게 되었도다."

  스님이 물었다.

  "실제 진리의 경지에 어떻게 걸음을 옮겨야 합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그윽한 골짜기의 흰 구름, 백작(白雀)을 숨기니, 마음을 내어 깃들이려 할 때엔 산이 막혀 길을 잃는다."

  "날이 밝든 어둡든 소산은 그 속의 일을 빌리지 않는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은 어떠합니까?"

  "스님께서는 빌리십니까?"

  "등불을 켠 뒤엔 말이 없느니라."

  "그렇다면 앞으로는 전하지 않겠습니다."

  "그림자를 막아서 밝은 달을 빌리니, 나침반을 들지 않는다." 

  충천(充天) 포납(布納)이 소산에 이르니 선사께서 감별하기 위해 물었다.

  "듣건대 그대에게 하늘로 치솟는 기개가 있다 하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대에게는 하늘을 찌르는 기개가 있다지만 나에게는 땅을 쪼는 송곳이 있다. 그대가 깃발을 들고 올라온다면 나는 송곳 막대를 들고 대항하리라. 그대가 만일 큰 바다를 들이마신다면 나는 수미산을 등에 업으리라. 위로 향하는 한 가닥 길을 빨리 일러라. 빨리 일러라."

  

  이렇게 세 차례 다그치자 비로소 말했다.

  "밝은 거울이 대(鏡)에 놓였으니, 스님께서 한번 비추어 보십시오."

  이에 선사께서 할을 하고 말했다.

  "죽은 물엔 고기가 없는데 공연히 낚싯대를 드리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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