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제10장) 6. 문둥병이 치유되다〔癘疾獲瘳〕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20:48

 

 

 

 제(齊)나라 승원(僧遠)스님은 양주(梁州) 설사(薛寺)에 살면서 갖가지 수행을 닦질 않고 시류를 따라 술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날 홀연히 꿈에 신인(神人)이 이를 갈며 꾸짖었다.

   “그대는 출가인으로서 이처럼 악을 짓다니... 거울로 얼굴을 한번 보아라.”

   새벽이 되어 스님이 물가로 가서 얼굴을 비춰보니 눈언저리에 까만 것이 보였다.   티끌이라 여기고 손을 들어 문질렀더니, 눈썹이 손에 다 묻어나왔다.   이로 인해 자신의 허물을 책망하면서 평상시의 습성을 철저하게 고쳤다.   헤진 옷 떨어진 신에 한 끼니만 먹으면서 오래도록 재계하였으며, 저녁부터 아침까지 밤새도록 참회를 행하면서 슬픈 눈물을 줄줄 흘렀다.   한 달 남짓 지나자, 전의 그 신인이 미소를 머금고 말하였다.

   “허물을 알고 고칠 수 있다니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 만하구나.   지금 그대를 용서하노라.”

   스님은 크게 기뻐하며 깨어나보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얼굴과 눈이 끈적거리더니 눈썹이 다시 솟아나왔다.

   승원스님은 몸소 두 가지 과보를 경험해 보고서야 3세(三世)가 헛것이 아님을 진실하게 알았으며, 이로부터는 정성을 다해 불법을 받들며 물러섬이 없더니 드디어는 훌륭한 스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