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80. 지나친 겸손에서 오는 폐단을 경계함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6:25

 

 

 

내 요사이 동오(東吳)와 경회(京淮) 지방을 돌아다니며 살펴보니 법회는 매우 융성하나 법을 주재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겸손하여 옛스님들의 격식을 무너뜨려 버렸다.  

 

예를 들면 옛스님들은 법당에 올라 옷을 여미고 좌정하면 시자가 법회를 열어도 좋겠느냐고 물어보고 물러간 뒤에 대중이 공경을 다하고 양곁에 서서 엄숙하게 경청하며 법을 높였기 때문에 법을 주재하는 사람에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고 노스님이 법좌에 올라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서서 모든 승려가 제자리에 선 다음에야 자리에 앉는다.  

오직 강서지방의 총림만은 옛 격식을 바꾸지 않고 있지만 오늘날의 형편으로 살펴보면 머지않은 후일에 아마 동오와 경회 지방보다도 더욱 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