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仁宗) 황제가 대각 회연(大覺懷璉 : 1005~1090)스님과 함께 서로 법을 즐기며 주고 받은 싯귀가 매우 많다.
그러나 모두 옛분들의 말을 따라 쓴 글일 뿐, 애당초 새롭고 크고 오묘한 말들은 감히 하지 않았다.
평소에 지은 글을 살펴보면 절묘하고 뛰어난 귀절이 매우 많았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 문장을 아무 쓸모없는 주석으로 의심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날 송(宋) 문제(文帝)는 포명원(浦明遠)을 중서사인(中書舍人)으로 임명하였는데 문제도 문장을 좋아하여 천하에 아무도 자기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포명원은 문제의 이러한 뜻을 알고서 문장을 지을 때면 의례 격조 낮은 문귀들을 많이 사용하였다.
이에 세상사람들은 그의 재능이 다하였다고 말들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대각스님은 자기 한 몸과 세상, 이 두 가지를 모두 잊은 분이다.
그러므로 포명원이 뜻을 굽혀 왕을 섬긴 것과는 견줄 바 아니며, 인종(仁宗)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오묘한 도를 깨치어 시나 문장 따위를 하찮게 생각한 사람이니, 결코 송 문제와 엇비슷한 자가 아니다.
나는 회연스님이 깊은 지혜를 지니고서도 당시 기연에 응하는 방법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처지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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