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부」에 말하였다.
“예전에 몹시 혼란한 나라가 있었는데, 백성들 모두가 앞을 다투어 다른 나라로 도망가서 한길가에 있는 집까지도 완전히 텅텅 비어 있었다. 한 늙은 병사가 지나가는 길에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집으로 들어가보니, 어린 아이가 천정 대들보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 늙은 병사가 어린 아기의 눈길을 따라 바라보니, 대들보 위에는 밥꾸러미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밥꾸러미를 내려보니, 그것은 밥이 아니라 타다 남은 재였다. 어린 아이가 밥꾸러미의 재를 보자마자 죽어버렸다. 이는 그의 어머니는 아이를 버리려고 하였지만 차마 죽이지 못하고 이 밥을 주겠노라고 하며 달랬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는 밥을 잊지 못하고 생각해 오다가 재가 되어버린 줄을 알고서 아무런 생각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 일로 살펴보면, 삼계(三界)의 생사에 집착하는 것은 모두가 생각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예전에 불법을 통달한 대사들이 임종 때에 초연하게 여유가 있었던 것은 별다른 도가 있는 게 아니라 다만 불법의 근원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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