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분을 살펴보았더니 2류 3류 근기도 못되면서 부질없이 누더기만
입고 있으니 그래 가지고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알겠느냐? 내 그대들을 위
해 설파해 주리니 오랜 뒤에 제방에 갔을 때 큰스님이 손가락 하나를 들고
불자를 한 번 세우면서 '이것이 선이며 이것이 도다'하면 보는 즉시 주장자
를 들어 머리를 깨부수고 바로 떠나도록 하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천마(天魔)의 권속에 떨어져 우리 종지를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그래도 정말 모르�다면 우선 말 속으로들어가 보도록 하라. 나는 평소에
그대들에게 말하기를, '미진찰토(微塵刹土)의 3세 모든 부처님과 서천 28조
사와 이 나라 여섯 분 조사가 모두 주장자 끝에서 설법하고 계시는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그 소리가 시방에 응한다'라고 하였다. 알겠느냐? 모르겠
거든 사기치지 말라.
그러나 그건 그렇다치고 자세하고 진실하게 보았느냐? 설사 이 경지에 도
달했다 해도 꿈에서도 사미납승을 보지 못하고 몇 집 안되는 촌마을에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격이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잡고 땅에 한 번 긋더니 "다 이 속에 있다"하시고는
다시 한 번 긋더니 말씀하셨다.
"다 이 속에 있다가 나갔다. 몸 조심하라."
"옛사람이 면벽(面壁)했던 뜻은 무엇입니까?"
"27<念七>*이다"하더니, 다시 "정(定)"하셨다
*27<念七>:매월 4, 9, 13, 18, 22, 27일은 천지휴폐일(天地休廢日)로서,
되는 일이 없어서 들어앉았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찾아왔을 땐 스님은 어떻게 맞이하시겠습
니까?"
"실언해서 속을 들켰구나."
"어떤 점이 실언해서 속을 들켰다는 것입니까?"
"일곱 방망이로 열 셋을 대적하는구나."
"옛사람 말씀에 '깨달으면 업장이 본래 비었으나 깨닫지 못했다면 묵은
빚을 꼭 갚아야 한다'하였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조(二祖)스님은 깨
달았습니까? 못 깨달았습니까?"
"확연하다."
"옛부터 큰스님께서는 무엇을 전수해 오셨는지요?"
"얼른 3배하라."
"무엇이 운문의 한 길입니까?"
"가깝다."
"어떻게 해야 옳겠습니까?"
"전도된 언어로 무엇을 하려느냐?"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을 냈다 하면 틀린다'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틀리지 않겠습니까?"
"큰 기틀은 손바닥 보듯 역력하다."
"뒷사람이 거듭 질문하면 어찌합니까?"
"더딘 풍속은 고치기 어렵다."
"3신(三身) 가운데 어느 부처<身>가 설법을 합니까?"
"필요한데로"
"무엇이 석가부처님의 몸입니까?"
"마른 똥막대기다."
"종문의 강령을 말씀해 주십시오."
"남쪽에는 설봉(雪峯)이 있고, 북쪽에는 조주(趙州)가 있다."
"확철대오한 사람은 일체 법이 공(空)함을 봅니까?"
"소로소로."
"종일 애썼지만 들어갈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스님께서 들어갈 길을
가리켜 주십시오."
"맞는 근기에는 길이 있다."
"무엇이 불조를 뛰어넘는 이야기입니까?"
"포주(蒲州)에서는 마황(魔黃)이 나고, 익주(益州)에서는 부자(附子)
가 난다."
"무엇이 교(敎)의 뜻입니까?"
"어지럽게 일어나 오면 무어라고 말하지?"
"말씀해 주십시오."
"소 귀에 경 읽기지."
"현묘한 기틀 한길을 어떻게 체득해 알아야 합니까?"
"30년 뒤에."
"곽시쌍부(槨示雙趺)는 무슨 일을 나타낸 것입니까?"
"말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짚신을 단단히 묶어라."
"현묘한 기미도 아니고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아닌 경우라면 어떠합
니까?"
"한마디 전도된 말이다."
"겁화(劫火)가 활활 탈 땐 어찌합니까?"
"꿈속에서 다시 무얼 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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