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18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1:55

 

 

18.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 한참 잠자코 있더니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저것 좀 보아라. 북울단월(北鬱單越) 사람이 힘들게 땔나무를 져 나르는
여러분들을 보고 뜰에서 서로 다투듯 공양하는구나. 그리고는 여러분에
게 '모든 것을 아는 청정한 지혜는 둘이 아니며 둘로 나눌 수도 없으니,
다르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는 <반야경>의 한 구절을 외워
주는구나."
 그러자 한 스님이 불쑥 이렇게 물었다.
 "모든 것을 아는 청정한 지혜란 무엇입니까?"
 "인도에서 잘린 머리와 팔을 여기에서 받아가지고 나가거라."


 "그윽한 바위에 지팡이를 걸어 둔다면 어떻겠습니까?"
 "어디다가 말이냐?"


 "어디가 깊은 곳 속의 얕은 곳입니까?"
"산하대지."
 "그러면 어디가 얕은 곳 속의 깊은 곳입니까?"
 "대지산하."
 "깊은 곳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아침에 인도에 갔다가 저녁에 중국에 되돌아온다."


 "가섭이 선정에 든 경계는 어떻습니까?"
 "숨을 수 있겠느냐?"
 "시방(十方)을 볼까요?"
 "모수에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맑고 고요하며 오묘하고 뛰어난 진여(眞如)에 들어갈 방법이 없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
 "스스로의 마음으로 돌이켜 관조하여라."
 "여기 당신은 어떻습니까?"
 "착각하지 말아라."


"천가지 방편으로 이끌어 근원으로 돌아가려 합니다만 근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대답이 있다. 빨리 말해 보아라."
 그 스님이 "예"하자 스님께서는 "아득히 멀었다"하셨다.


 "무엇이 운문의 칼입니까?"
 "높이 들어라."
 "누가 그 칼을 씁니까?"
 "소로소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말할 것이 없다."
 "모르겠습니다."
 "질문 한번 장하구나."


 "안팎을 잘 설명하면 어떻습니까?"
 "바람이 들어가질 못한다."
 "안팎이란 무엇입니까?"
 "틀렸다."


 "모든 일이 다 끝났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무덤 위에 지초(芝草)가 난다."


 "몸을 관찰해도 자기가 없고 밖을 관찰해도 그러할 땐 어찌합니까?"
 "열이 나는 것은 무엇이냐?"
 "그렇다면 기와쪽 부서지듯 얼음녹듯 할 것입니다."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용문폭포에 오를 뜻이 있으나 물을 헤치고 나아갈 힘이 없을 땐 어찌
합니까?"
 "찾아오는 일은 쉬우나 두번씩 들어주기는 어렵다."
 "정작 이럴 땐 어떻습니까?"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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