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록(楊岐錄)

양기방회 화상 후록 (楊岐方會和尙後錄)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0:06
 

 

양기방회 화상 후록

(楊岐方會和尙後錄)

1.

스님께서 처음 절에 들어가 개당하실 때 소(疏)를 선포하고

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여러분이 해산해버린다 해도 벌써 두 번째 세

번째에 떨어질 것이며, 해산하지 않는다면 오늘 여러분에게 새

빨간 거짓말을 하리라.

의양(宜陽)에 물이 수려하니 부평초가 초강(楚江)에 가득하

다[宜陽秀水 萍實楚江]."

드디어 법좌에 올라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이 향이 하나로 우리 황제 천년토록 성수(聖壽)를 누리시고

불일(佛日)이 영원히 창성하기를 받드옵니다. 다음 향 하나로는

주현의 관료와 신심있는 신도들을 위해 바칩니다.

이 향의 귀착점을 여러분은 아느냐? 귀착점을 안다면 더 이상

두입술을 벌릴 것이 없겠지만, 모른다면 먼저는 남원(南源)에 머

물렀고, 다음으로 석상(石霜)에 머물렀으며, 지금은 담주의 흥화

선사(興化禪寺)에 머무는 분을 위한 것이다.여러분은 흥화선사를

아느냐? 모른다면 윗 조사에게 느끼침을 면치 못하리라."

그리고는 가좌부를 하고 앉았다.

유나(維那)가 백추(白槌)를 친 후에 말씀하셨다.

"벌써 제2의(第二義)에 떨어졌구나. 대중들이여 그냥 해산

했다면 그래도 좋았으려만 이미 해산을 하지 않았으니 의심이

있거든 질문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어느 집안의 곡조를 부르며 누구의 종풍을 이으셨

는지요."

"강 건너서 북을 치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흥화의 맏이며 임제의 자손이시군요."

"오늘은 재가 있으니 경찬(慶讚)을 베풀겠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다시 질문할 자가 있느냐?

그러므로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수승하다 하였다"

하시고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백천의 부처님들과 천하의 노스님들이 세간에 출현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을 곧장 지적하여 견성성불하게 하였다. 여기에서 알

아낸다면 백천의 모든 부처님과 자리를 함께 하려니와[同參]여기

에서 알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구업 짓는 일을 면치 못하리라.

더두나 여러분은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은 사람이니

어찌 스스로 퇴굴하려 하는가. 그래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

해 보라. 영산의 마지막 한마디〔末後一句〕를 무어라고 해야겠느

냐?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늘은 낭패를 보았다.

나는 그저 '방회'로서 구름 깊은 곳에 못난 자신을 숨기고

대중을 따라 세월이나 보내고 싶었으나 군현의 관료들뿐만 아

니라 신도들도 모두 3보(三寶)를 숭상하여 부처님의 수명을 잇

고 법이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산승에게 이 절에 주지하게

하였으니 역시 작은 인연이 아니다. 터럭만큼의 착함을 다하여

위로는 황제의 만세를 축원하고 재상들의 천추를 빈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오늘 일은 어떤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내년에 새 가지가 돋아나 쉴새없이 봄바람에 흔들리리니 기

다려 볼 일이다."

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머리는 이고 있으나 책은 짊어지지 않았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생기면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 하였다" 하고는 주장자

를 들어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대천세계에 산산이 부서졌다. 발우를 들고 향적세계(香積世

界)에서 밥을 먹어라."

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움직이지 않는 분[不動尊]입니까?"

"대중들이여, 일제히 힘쓰도록 하여라."

"그렇다면 향과 등불이 끊이지 않겠군요."

"다행이 관계가 없다."

스님께서 다시 말을 이으셨다.

"모든 법이 다 불법이어서 법당은 절문[三門]을 마주하고,

승당은 부엌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을 알았다면 주장자와 발우

를 걸머지고 천하를 마음대로 다녀도 되겠지만 모른다면 다시

면벽(面壁)을 하도록 하라."

4.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스님께서는 "도둑질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고는 다시 말

씀하셨다.

"만법은 마음의 빛이며 모든 인연은 다만 본성의 밝음이라.

미혹한 이 깨달은 이가 본래 없음을 이 자리에서 알면 될 뿐이

니, 산하대지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 산하대지와 눈앞에 있는

법 모두가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 있으나 스스로가 믿지 않을

뿐이니, 가히 옛날의 석가가 이전 사람이 아니며 지금의 미륵

이 뒷사람이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나를 두고 모자를 사놓고 머리를 맞춰본다[買帽

相頭]하리라."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은 6근(六根)이며 법은 6진(六塵)이다. 이 두 가지는

마치 거울에 낀 때와 같아서 때가 다할 때 빛이 비로서 나타나

듯, 마음과 법을 둘 다 잊으니 성품 그대로가 진실이다."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산하대지가 어디에 있느냐. 자, 남에게 속지 않을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말할 수 있다면 네거리에서 한마디 해 보

아라. 없다면 내가 오늘 손해를 보았다."

6.

상당하여 "힌 티끌 일기만 하면 온누리를 다 거둬들인다" 하

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수미산 위에서 말을 달리고 큰 바다 속에서 깡충 뛰나 시끄

러운 시장 가운데 홀연히 이것에 부딪치고서야 사람들은 그것

이 있음을 안다.

말해 보라. 깜깜한 속에서 바늘을 뚫는 한 구절을 무어라고

하겠는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평소에 입을 자주 열려 하지 않음은 온몸에 누더기를 입었

기 때문이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은 만가지 경계를 따라 바뀌는데, 바뀌는 그곳은 실로

오묘하고 흐름 따라 본성을 알아내니 기쁨도 근심도 없다."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천당 지옥이 그대들 머리를 덮었고, 석가노인이 그대들 발

꿈치 아래 있다.

밝음을 마주하고 어둠을 대하고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있는

줄 아니 시끄러운 시장 안에서 콧구멍을 붙들어 오너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앞에 나와서 한번 기상을 뿜어 보라. 없다

면 내가 오늘 손해를 보았다."

8.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가 면벽했던 뜻이 무엇이니까?"

"인도 사람은 당나라 말을 모른다."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개었구나 하는 정도는

사람들도 말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격식을 벗어난 한마디

를 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두 손으로 무릎을 누르며 앉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힘을 다해서 말했으나 반쯤 밖에 안되는군요."

"몸을 두 곳에 나누고 보라."

그 스님이 시자를 가르키면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신을 신지 않으셨습니까?"

스님께서 "이 칠통아!" 하자, 그 스님은 절을 하고 대중에

게로 돌아갔다. 이어서 스님께서 들려주셨다.

"외도가 부처님께 물었다. '말이 있음도 묻지 않고 말이 없

음도 묻지 않겠습니다' 하니 세존께서 한참 말없이 계시자 외

도가 찬탄하였다. '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의 구

름을 열어주셔서 저를 깨닫아 들게 하셨습니다.'

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이 세존께 묻기를 '외도는 무엇을 보았기

에 자기를 깨달아 들게 하였다고 하였습니까?' 하니 세존께서 말

씀하셨다. '세간에서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간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도오사형(道吾師兄)은 말하기를 '세존의 한 눈은 3세에 통

하고, 외도의 두 눈동자는 다섯 하늘을 뚫었다' 하였는데, 도

오사형이 훌륭하긴 훌륭하다만 어떻게 옛 사람과 함께 기상을

토해내겠는가.

나는 말하건대 금과 놋쇠를 가려내지 못하고, 옥인지 돌인지

를 분간하지 못했다고 하리라.

대중들이여, 알고자 하는가. 세존께서는 자기를 돌보지 아니

하고 남을 위했으며, 외도는 재를 차려놓은 김에 축사를 한마

디 하였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였다.

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묘하고 담담한 법문[總持]이신 부동존(不動尊), 세간에 희유하

신 수능엄왕(首楞嚴王)이시여. 억겹토록 쌍아온 저의 뒤바뀐 생각

을 녹이시어 아승지겁을 거치지 않고 법신를 얻게 하여지이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고 말씀을 이으셨다.

"주장자가 어찌 법신이 아니랴. 그대들은 알겠는가. 내가 오늘

진창에서 자빠지고 구르고 하는 것은 그대들의 머리통을 밀가루

푸대 속에 처넣기 위해서이다. 30년 뒤에 눈 밝은 이 앞에서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이지 말아라."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였다.

10.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는 통하여

막힘이 없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주장자가 여러분의 면전에서 굉장한 신통을 드러내는구나."

이어서 주장자를 던지면서 말씀하셨다.

"곧장 천지가 진동하며 찢어지고 대지가 여섯 번 요동하였다.

듣지도 못하였느냐. 모든 것을 아는 지혜는 청정하다 함을."

다시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눈 밝은 사람 앞에서 내가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고 말하지 말라."

11.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비오고 천둥 칠 기세에 만물이 일어나

는구나"허더니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이것이 무엇이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늙은 어부는 하루종일 부질없이 낚시 드

리웠다가 낚시줄을 거두어 되돌아가네" 하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고 "참구하라" 하셨다.

12.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보좌(寶座)에 오르시니 사부대중이 법회에 임하였습

니다. 서쪽에서 오신 뜻을 분명하고도 정확히 스님께서는 드러내

[擧唱] 주십시오."

"구름이 걷히니 산악이 수려하고 물이 흘러드니 사해가 드넓

다."

"이 한마디는 오늘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제껏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발꿈치 아래의 한마디는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3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에게 스님의 기봉을 드러내겠

습니까?"

"다시 무슨 일이 있느냐?"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이 스님의 말을 기억하라" 하

셨다.

또 물었다.

"옛 성인에게는 팔만사천의 법문(法門)이 있어 문마다 진리를

본다 하였는데, 학인은 무엇 때문에 부딪치는 곳마다 막힙니까?"

"왜 스스로 퇴굴하느냐."

"긴요한 점을 스님께서 드러내 주십시오."

"노주(露柱)가 깡충 뛰어 33천에 오른다."

"법당을 잡고 앞산으로 가버리면 발꿈치 아래서 서천까지는 거

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나는 그대의 질문에 나가떨어졌다."

"솜씨 좋다[無鼻孔 : 흔적을 남기지 않음] 하였더니…."

"30년 뒤에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리라."

스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고 비는 흙덩이를 때리지 않는구

나' 하였는데, 이는 속인의 경계[時節]이다. 어떤 것이 경계에 상

응하는 구절이냐?"

그리고는 선상을 한 번 내려치고는 "그저 미륵이 하생할때까지

기다려라" 하셨다.

1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호부(虎符 : 구리로 호랑이 모습을 만든 거으로 군사를 징발하

는데 쓰는 도장)와 금인(金印 : 장군이 쓰는 금으로 만든 도장)을

스님께서 몸소 쥐셨으니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일은 어떠한지요?"

"장군이 명령을 거행하지 않는다."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스님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

까?"

"금주(金州)의 객(客)이 하지."

"다행히도 인간, 천상을 마주하였으니 굉장한 일을 구경하고 싶

습니다."

"내 콧구멍이 그대 손아귀에 있구나."

"제 목숨도 스님 손에 있습니다."

"너는 괜히 깡충거려 무엇 하려느냐?"

"언덕을 내려오면서 달리지 않으면 빠른 속도를 얻기 어렵습니

다."

그리고는 손뼉을 한 번 치고 절을 올리니 스님께서는 "이 한 사

람의 장근을 보아라" 하셨다.

그리고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람과 서리는 대지를 긁어대고 차가운 낙엽은 허공에 나부끼

는데 봄날 인연에 끄달리지 말고 본래면목을 가져 오너라."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내년에 다시 새가지가 돋아나 봄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리리니

기다려 볼 일이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게 비결이 하나 있어 범부와 성인의 길이 끊겼으니 유마거사

는 까닭없이 많은 말을 하였구나."

15.

상당하자 공양주 스님이 물었다.

"눈길이 아득한데 어떻게 인도해야 합니까?"

"안개가 수려한 천 산을 둘러쌌으니 구불구불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간다."

"홀연히 스님의 뜻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무어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까?"

"큰 들판엔 봄빛이 분명하나 바위 앞은 꽁꽁 얼어 녹지 않았

다."

그 스님이 일월상을 긋고는 "홀열히 이런 사람을 만나면 또 어

떻게 하시렵니까?" 하니 스님께서 얼굴을 비틀었다.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서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

고는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느냐?"

그 스님이 큰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돌아오면 너에게 30대를

때려야겠구나" 하셨다.

스님께서 계속하여 "내가 명령하는 것은 이미 말 이전에 있다.

어떤 것이 올바른 법령이더냐?" 하더니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

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물수리[ ]를 떨어뜨리는 화살과 교룡을 베는 칼에 주전장수는

스스로 패하여 말을 껴안고 깃대를 끈다. 집안이 편안하고 나라가

선 곳에서 한마디 할 사람이 있느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나 장

군에게는 태평성대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시고는 악! 하

고 할을 한 번 내질렀다.

17.

상당하자 세속의 선비가 물었다.

"사람의 왕과 법이 왕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겠습니까?"

"낚시배 위의 사씨네 셋째 아들[謝三郞]이다."

"이 일은 이제 스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운개 가풍의 일은

어떻습니까?"

"머리에 두른 삼베모자를 벗어 술 값을 치른다."

"홀연히 손님이 찾아오면 어떻게 대접해야 합니까?"

"두잔, 석잔, 한가한 일이니 취한 뒤에는 주인이 남을 웃길 것

이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다 불법이다" 하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내려치며 말씀하셨다.

"하늘을 한 바퀴 도는 매[ ]는 무엇과 같이 생겼는가. 만리에

구름 한 점만이 떠 있구나."

18.

상당하여 손으로 선상을 치고는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낚시대가 다 쪼개져 대나무를 다시 재배하려는데

일하는 것을 계산하지 않아야 바로 쉴 수 있다."

1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가이없는 국토에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십

세고금의 처음과 끝이 지금 당장의 생각을 여의지 않았다."

선상을 손으로 한 번 치고는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은 나이가 몇이나 되었는지 아느냐? 알았다면 인간천

상에 자유롭게 출입하겠지만, 모른다면 내가 말해 주겠다. 여래는

2천년."

2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 땅 붙잡기를 몇 만번이었던가. 문수 보현이 어찌 볼 수

있으랴. 오늘은 그대들을 위해 거듭 설명해 주노니 남산에서는 자

라코 독사를 잘 살필 일이다."

주장자로 한 번 내려쳤다.

21.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하나가 일체[一卽一切]요, 일체가 하나

[一切卽一]이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산하대지를 삼켜버렸으니 과거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천하의

노스님이 모조리 이 주장자 끝에 있다."

주장자로 한 획을 긋고는 "할(喝) 한 번도 필요치 않다" 하셨

다.

2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화살을 전하여 명령을 내리니 석가노인이 선봉을 서고,

보리달마가 보리가 되어 진(陣)의 형세가 이미 완벽하니 천하가

태평하구나. 말해 보라. 걸음을 떼지 않는 한마디를 어떻게 말하

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나지 않는다.

참구하라."

2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하늘은 하나[一]를 얻어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하며, 군

왕은 하나를 얻어 천하를 다스린다. 납승은 하나를 얻어 무얼 하

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발우 입이 하늘을 향하였다.

2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이 만가지 경계를 따라 변하는데 변하는 곳은 실로 깊고

묘하다."

선상을 한 번 치고는 말하였다.

"석가노인이 초명( 螟)벌레에게 잡혀 먹혔다. 기쁘다! 천하가

태평해졌구나."

그리고는 악!하고 할을 한 번 내질렀다.

2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때맞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 농사꾼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물물

마다 찬란하니 금을 금과 바꿀 필요가 없다. 참구하라."

2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물러 세간의 모습이 항상하다.석가노인

의 콧구멍은 하늘을 돌고, 누지여래(樓至如來)의 두 다리는 땅을

밟았다. 말해 보라. 이 두사람에게 허물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개는 문득 짖고 소는 쟁기를 끈다. 납승이 그래가지고는 껍데

기도 못 더듬어 본 것이다."

27.

상당하여 대중을 돌아보며 악!하고 할을 하고는 주장자를 세워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맑고 평화로운 세계에서는시장에서 마음대로 빼앗는 것을 허락

하지 않는다."

2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처음 탄생했을 때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고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르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르켰다.

요즈음 납자들은 이것을 본떠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

니 나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러분을 위해 본보기를 지어주겠

다."

한참 잠자코 있더니 "양(陽)의 기운이 움틀 때는 굳은 땅이 없

다" 하셨다.

2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미륵, 참 미륵이여. 몸을 천백억으로 나누어서 당시 사람들에

게 때때로 보이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구나."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던지고는 바로 방장실로 돌아가셨다.

30.

상당하여 "향상일로(向上一路)는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신 반산(盤山)스님의 말씀을 들려주더니 "입에서 집착을 냈구

나" 하셨다.

또 "학인이 육신만 수고롭게 하는 것과 같구나" 하신 말씀에 대

해서는 "반산스님의 이러한 말씀도 자기 때문에 남을 방해한 것이

다" 하셨다.

3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미륵, 참 미륵이여. 천백억으로 몸을 나투어서 때때로 당시 사

람들에게 보여 주었으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주장자가 어찌 미륵이 아니랴. 여러분은 보았느냐. 주장자가

눕는 것은 미륵이 빛을 놓아 대지가 진동함이며, 주장자가 서는

것은 미륵이 빛을 놓아 33천을 비춤이다. 주장자가 눕지도 서지도

않음은 미륵이 여러분의 발꿈치 아래서 여러분을 도와 반야를 설

명함이다. 알았다면 콧구멍을 잡고 발우 속에서 한마디 해 보아

라. 아는 이가 없다면 내가 손해를 보았다."

3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의 한마디 말에는 범부와 성인이 함께 들어 있다. 낚시를 파

하고 낚시줄을 거두어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3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이 3월 2일이구나. 구담(瞿曇)이 깨어나지도 않고 꽃가지

를 들고 여러 이야기를 하니 가섭은 취(醉)한 채로 다시 끝말〔末

後語〕을 하였다. 이 이야기를 잘못 들먹여서는 안된다."

3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개었다가 저녁에는 비가 오니 백성들이 임금의 다스

림을 기뻐한다. 구담노인은 아직 뒷말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오늘

대중을 위해 말해 주리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나 장군에게는 태평을 보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