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록(楊岐錄)

초상화에 찬을 스스로 쓰다.[自術眞讚]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0:09

 

 

 

초상화에 찬을 스스로 쓰다.[自術眞讚]

 

입은 빌어먹는 아이의 부대자루 같고

코는 채소밭의 똥바가지 같구나

그대의 귀신같은 필치를 수고롭게 하여 그려 놓았으니

세상 사람들이여, 멋대로 헤아리게나.

口似乞兒席袋 鼻似園頭屎杓

勞君神筆寫成 一任天下卜度

나귀와 흡사한데 나귀가 아니고

말과 비슷한데 말도 아니어라

쯧쯧, 양기여

쟁기끌고 고무래 끄는구나.

似驪非驪 似馬非馬

哉楊岐 牽犁?杷

나귀라 하려니 꼬리가 없고

소라 부르려니 뿔이 없구나

앞으로 나감에 걸음을 옮기지 않는데

뒤로 물러남엔들 어찌 다리를 거두랴.

指驪又無尾 喚牛又無角

進前不移步 退後豈收脚

말이 없으나 부처와 같진 않고

말이 있는들 뉘라서 짐작하랴

잘난 데 못난 데가 눈 앞에 항상 드러나니

그대를 수고롭게 하여 내 모습을 그려두었네.

無言不同佛 有語誰 酌

巧拙常現前 勞君安寫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