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빈사문망명법사식심명 周渭濱沙門亡名法師息心銘[1]
法界有如意寶人焉, 久緘其身, 銘其膺曰「古之攝心人也」, 誡之哉誡之哉! 無多慮, 無多知. 多知多事, 不如息意, 多慮多失, 不如守一. 慮多志散, 知多心亂, 心亂生惱, 志散妨道. 勿謂何傷, 其苦悠長,[2] 勿言何畏, 其禍鼎沸. 滴水不停, 四海將盈, 纖塵不拂, 五嶽將成. 防末在本, 雖小不輕. 關爾七竅, 閉爾六情,[3] 莫窺於色, 莫聽於聲. 聞聲者聾, 見色者盲. 一文一藝, 空中小蚋,[4] 一技一能, 日下孤燈. 英賢才藝, 是爲愚獘. 捨其淳樸, 耽溺淫麗, 識馬易奔, 心猿難制. 神旣勞役, 形必損斃, 邪逕終迷, 修途[5]永泥.[6] 英賢才能, 是曰惛懵, 洿拙羨巧, 其德不弘, 名厚行薄, 其高速崩, 塗舒汗卷,[7] 其用不恒. 內懷憍伐, 外致怨憎. 或談於口, 或書於手, 要人令譽, 亦孔之醜. 凡謂之吉, 聖謂之咎, 賞翫暫時, 悲憂長久. 畏影畏迹, 逾走逾劇, 端坐樹陰, 迹滅影沈.[8] 厭生患老, 隨思隨造, 心想若滅, 生死長絶.[9] 不死不生, 無相無名, 一道虛寂, 萬物齊平, 何勝何劣, 何重何輕, 何貴何賤, 何辱何榮. 澄天愧淨, 曒日慙明. 安夫岱嶺,[10] 固彼金城. 敬貽賢哲, 斯道利貞.
법계에 여의보인如意寶人이 있어 오랫동안 그 몸을 함봉한 채 그 가슴에 새겨 이르기를 「옛날에 마음을 잘 거두어 모으던 사람이다」 하였으니, 이를 경계하고 이를 경계할지라.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많이 알려 하지 말라. 아는 것이 많으면 일이 많으니 뜻을 쉬는 것만 같지 못하고, 생각이 많으면 잃는 것이 많으니 하나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 생각이 많으면 뜻이 흩어지고 아는 것이 많으면 마음이 어지러우니, 마음이 어지러우면 번뇌가 일어나고 뜻이 흩어지면 도에 장애가 된다. 무슨 손해가 있을 것인가 라고 일컫지 말라 그 고통은 길고도 오랠 것이며, 무엇이 두려운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 재앙은 솥 속의 끓는 물 같다. 방울져 떨어지는 물도 그치지 않으면 장차 사해四海에 가득 찰 것이요, 가녀린 티끌도 털어 내지 않으면 장차 오악五嶽을 이룰 것이다. 끝을 막는 것은 근본에 있으니 비록 작은 것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일곱 곳 구멍을 잠그고 여섯 가지 뜻을 닫아서, 색을 엿보지 말고 소리를 듣지 말라. 소리나 듣는 자는 귀머거리일 것이고 색이나 보는 자는 소경일 것이다.
한 가지 학문과 한 가지 기예는 허공 가운데의 작은 초파리이며, 한 가지 기량과 한 가지 재능은 햇빛 아래의 외로운 등불이다. 영특하고 현명하며 재능이 있고 기예가 뛰어난 것은 그대로가 곧 우매한 것일 뿐이다. 본래의 순박한 것을 버린 채 음탐하고 화려함에 빠지면 식마識馬가 쉽게 날뛰어 마음은 원숭이 처럼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 정신이 너무 힘들고 피로하면 몸은 반드시 상하여 쓰러질 것이니, 삿된 길에서 마침내 방황하며 길이 삼악도에 영원히 빠질 것이다. 영특하고 현명하며 재능 있고 기예 있음은 이를 일컬어 혼몽惛懵이라 하리니, 서툰 것을 숨기려 하고 기교스러운 것을 부러워하면 그 덕이 넓지 못하며, 명성은 두터우나 행함이 경박하면 그 높은 지위는 속히 무너질 것이며, 융성할 때는 나아가 펴고 침체할 때는 물러나 숨으면 그 쓰임이 한결같지 않을 것이다. 안으로 교만하고 자랑하는 마음을 품으면 밖으로 원망하고 증오함이 이를 것이다. 혹은 입으로 말을 하고 혹은 손으로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명예를 요구한다면 이 또한 매우 추악한 것이다. 범부는 그것을 좋다고 이를 것이나 성인은 그것을 허물이라 이를 것이니, 즐기어 구경함은 잠깐이요 슬퍼하고 근심함은 오랠 것이다.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취를 두려워함에 달아날수록 더욱 더할 것이나, 단정히 나무의 그늘에 앉아 있으면 발자취는 사라지고 그림자는 없어질 것이다. 삶을 싫어하고 늙음을 근심하다 보면 생각을 따라 생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니, 마음에 생각이 만약 사라지면 삶과 죽음이 영원히 끊어지리다. 죽지도 않고 나지도 않으면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으며, 참 된 도가 텅비고 고요하여 만물이 가지런히 평등하여지니, 무엇이 뛰어난 것이고 무엇이 열등한 것이며, 무엇이 무거운 것이고 무엇이 가벼운 것이며, 무엇이 고귀한 것이고 무엇이 비천한 것이며, 무엇이 욕스런 것이고 무엇이 영예로운 것이겠는가. 맑은 하늘은 맑음을 부끄러워하고 밝은 해는 밝음을 부끄러워한다. 태산 보다 편안히 하고 금성 보다 견고히 하라. 삼가 현철들에게 남겨 주나니 이 도를 이롭고도 곧게 할지어다.
【1】師南陽人. 梁.竟陵王爲友, 曾不婚娶, 梁敗, 師出家, 號亡名.
【2】周.武王楹銘曰: 「毋曰何害, 其禍將大; 毋曰胡傷, 其禍將長.」
【3】六根也.
【4】《荀子》曰: 「醯酸而蚋聚.」 一名蠛蠓, 一名醯鷄也.
【5】卽三惡道. 人間六十劫, 泥犁爲一晝夜, 如是經無量劫也. 三惡道, 皆經無量無數劫, 則可謂長遠之途矣.
【6】音例, 滯陷不通也.
【7】《高僧傳》, 塗作隆, 汗作汚. 言隆盛之時, 暫能舒展, 汚下之日, 卽復卷却, 謂其用無常而不恒一也.
【8】人有畏影惡迹, 去而走者, 擧足逾數而迹愈多, 走愈疾而影不離身, 不知處陰而休影, 處靜而息迹, 愚亦甚矣. 起厭患心, 欲捨生死, 亦復如是也.
【9】所謂揚湯止沸不如釜底抽薪.
【10】岱岳在恒州, 爲山衆之長.
【1】선사는 남양 사람이다. 양나라 경릉왕이 벗으로 삼았으며, 일찍이 장가들지 않고 있다가 양나라가 패망하자 선사는 출가하여 호를 亡名이라 하였다.
【2】주나라 무왕이 기둥에 새긴 훈계의 글에서 말하였다. 「무엇이 해로운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 재앙은 장차 심히 크리다, 어찌하여 상처를 주겠는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 재앙은 장차 오랠 것이다.」
【3】육근이다.
【4】《순자》에서 말하기를 「신맛이 나면 모기가 모여든다」 하였으니, 일명 ‘눈에놀이’라고도 하고 일명 ‘초파리’라고도 한다.
【5】즉 삼악도이다. 인간세계의 60겁은 지옥에서 하루 밤낮이 되는데 이와 같이 무량겁을 지낸다. 삼악도는 어디에서나 무량무수겁을 지나니, 즉 길고도 먼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6】음은 례(例)이며 막히고 빠져들어 통하지 않음이다.
【7】《고승전》에는 塗가 隆으로 되어 있고 汗은 汚로 되어 있다. 융성할 때는 잠시 펼치다가 비천해지는 날에는 곧 다시 말아 들이니, 그 활용이 무상하여 언제나 하나같지 않음을 일컫는다.
【8】사람 가운데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취를 싫어하여 떼어버리고 달아나려는 자가 있었는데, 발을 들어 자주 옮기면 옮길수록 발자취는 더욱 많아지고 빨리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그림자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 그늘진 곳에 자리하면 그림자가 그치고 고요하게 자리해 있으면 발자취도 쉬게 될 것을 알지 못했음에 그 어리석음이 매우 심하다. 싫어하고 근심하는 마음을 일으켜 삶과 죽음을 떨쳐 버리고자 한다면 그 또한 다시 이와 같으리다.
【9】끓어 오르는 것을 끓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솥 밑에서 장작을 빼내는 것만 못하다 하였다.
【10】대악은 항주에 있는데 뭇 산 가운데 우두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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