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狀
동산양개화상사친서 洞山良价和尙辭親書[1]
① 初 書
伏聞, 諸佛出世, 皆托父母而受生, 萬類興生, 盡假天地之覆載. 故, 非父母而不生, 無天地而不長, 盡霑養育之恩, 俱受覆載之德. 嗟夫, 一切含靈, 萬像形儀, 皆屬無常, 未離生滅. 稚則乳哺情重,[2] 養育恩深, 若把賄賂[3]供資, 終難報答, 若作血食侍養, 安得久長. 故,《孝經》云: 「日用三牲[4]之養, 猶爲不孝也.」 相牽沈沒, 永入輪廻, 欲報罔極之恩,[5] 未若出家功德. 截生死之愛河, 越煩惱之苦海, 報千生之父母, 答萬劫之慈親, 三有四恩, 無不報矣. 故云「一子出家, 九族生天.」 良价, 捨今生之身命, 誓不還家, 將永劫之根塵, 頓明般若. 伏惟, 父母心聞喜捨, 意莫攀緣, 學淨飯之國王, 效摩耶之聖后.[6] 他時異日, 佛會上相逢, 此日今時, 且相離別. 良价非拒五逆於甘旨, 盖時不待人, 故云「此身不向今生度, 更待何生度此身.」 伏冀尊懷, 莫相記憶. 頌曰:
未了心源度數春,飜嗟浮世謾逡巡.
幾人得道空門裡,獨我淹留在世塵.
謹具尺書[7]辭眷愛,欲明大法報慈親,
不須灑淚頻相憶,比似當初無我身.
林下白雲常作伴,門前靑嶂以爲隣,
免于世上名兼利,永別人間愛與親.
祖意直敎言下曉,玄微須透句中眞,
合門親戚[8]要相見,直待當來正果因.
엎드려 듣자오니,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때는 모두 부모에 의탁하여 삶을 받았으며 만물이 생겨날 때는 모두 하늘이 덮어 주고 땅이 실어 주는 힘을 빌었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니면 태어나지 못하고 천지가 없으면 자라나지 못하니, 모두가 길러 주는 은혜에 젖어 있으며 모두가 덮어 주고 실어 주는 은덕을 받았습니다. 오호라, 일체의 중생과 만 가지의 형상들은 모두 무상無常에 속하기에 태어나고 죽는 것을 여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려서는 곧 젖을 먹여 준 정이 무겁고 길러 준 은혜가 깊으니 만약 재물을 가지고 공양하고 돕더라도 결국에는 보답하기 어려우며, 만약 베어 낸 살로 음식을 지어 시봉하더라도 어찌 오래도록 장수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효경》에 이르기를 「날마다 세 가지의 희생물을 잡아 봉양하더라도 여전히 효를 다하지 못한다」 하였으니, 서로 끌어당기며 잠겨들면 영원히 윤회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므로 망극한 은혜를 보답하고자 하면 출가하는 공덕 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애증의 물줄기를 끊어버리고 번뇌로 가득 찬 고통의 바다를 뛰어넘음으로써 천 생의 부모에게 보답하고 만 겁의 자애로운 육친에게 보답한다면 삼계의 네 가지 은혜를 갚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한 아들이 출가하면 구족九族이 천상에 난다」 했습니다. 양개는 금생의 몸과 생명을 버리더라도 맹세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겁의 근진根塵으로 반야를 깨쳐 밝히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부모님께서는 마음으로 들으시고 기꺼이 버리시어 뜻으로 새로이 인연을 짓지 마시고 정반국왕을 배우시며 마야모후를 본받으십시오. 다른 날 다른 때에 부처님의 회상會上에서 서로 만날 것이오니 지금 이 때에는 잠시 서로 이별하는 것입니다. 양개는 오역죄五逆罪를 저지르고자 부모공양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한 까닭에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할 것인가」라고 한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부모님의 마음에 이 자식을 다시는 기억하지 마십시오. 송頌하여 가로되:
마음근본 못깨친채그몇해를 지냈던가,
뜬세상에 부질없이머뭇거려 슬퍼하네.
수많은이 빈문에서무상도를 얻었거늘,
나홀로만 세상티끌파묻힌채 남아있네.
외람되이 짧은글로깊은사랑 하직하고,
큰법밝혀 자애로운육친은혜 보답코자.
눈물뿌려 애달게도자주생각 하지마소,
애초부터 이한몸은없던걸로 비기소서.
깊은숲속 흰구름이언제라도 벗될게고,
문앞에선 푸른뫼봉이웃으로 삼을지니,
그와같이 세상명예이익에서 벗어나서,
오래도록 사람사이애증이별 하렵니다.
조사들이 품은참뜻잠식간에 깨우치려,
묘한눈빛 모름지기참된것을 꿰뚫지니,
온집안의 친척들이서로간에 보자하면,
마땅히 찾아들어올바른인과 기다리소.
【1】和尙, 會稽.兪氏子, 嗣雲巖.曇晟禪師.
【2】《經》云: 「子在母胎, 飮乳八斛四斗.」 又《心地觀經》: 「一切男女, 處於胎中, 口吮乳根, 飮噉母血, 及出胎, 已飮乳百八十斛.」《中陰經》亦如此說.
【3】賄, 財也, 又贈送也. 賂, 以財與人也.
【4】牛‧羊‧豕也. 始養謂之畜, 將用謂之牲.
【5】《詩》云: 「欲報之德, 昊天罔極.」
【6】淨飯‧摩耶, 佛之父母.
【7】古者, 簡牘之長, 只裁咫尺故, 曰尺書也.
【8】近曰親, 遠曰戚; 內族曰親, 外族曰戚; 父黨曰親, 母黨曰戚.
【1】화상은 회계 유씨의 아들로서 운암 담성선사의 법을 이었다.
【2】경전에 이르되 「자식이 에미의 태중에 있을 때 마신 젖이 84말이다」 하였으며, 또《심지관경》에는 「모든 남녀가 태중에 자리할 때 입으로 젖의 뿌리를 빨고 에미의 피를 마시니 모태를 나설 때는 이미 마신 젖이 1천8백말이나 된다」 하였고,《중음경》역시 이와 같이 얘기하고 있다.
【3】賄는 재물이며 또는 선물을 보낸다는 것이다. 賂은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4】소와 양과 돼지이다. 처음으로 사육하던 것(養謂豢飤蕃息)을 일컬어 畜이라 하고, 그것을 가지고 제물로 쓰던 것(用謂共祭及膳)을 일컬어 牲이라 한다.
【5】《시경》에 말하였다. 「그 덕을 갚고자 하니 넓고 크기가 하늘같아 망극하도다.」
【6】정반과 마야는 부처님의 부모이다.
【7】옛날에는 대쪽으로 만드는 편지조각의 길이를 단지 8치나 1척으로 마름질했던 까닭에 尺書라 한다.
【8】가까운 이를 親이라 하고 먼 이를 戚이라 하며, 내부의 가계를 親이라 하고 외부의 가계를 戚이라 하며, 부친의 일가를 親이라 하고 모친의 일가를 戚이라 한다.
② 後 書
良价, 自離甘旨, 策杖南遊, 星霜已換於十秋,[1] 岐路俄隔於萬里. 伏惟, 慈母收心慕道, 攝意歸空, 休懷離別之情, 莫作倚門之望. 家中家事, 但且隨緣, 轉有轉多, 日增煩惱. 阿兄勤行孝順, 須求氷裡之魚,[2] 少弟竭力奉承, 亦泣霜中之笋.[3] 夫! 人居世上, 修己行孝, 以合天心; 僧在空門, 慕道參禪, 而報慈德. 今則千山萬水, 杳隔二途,[4] 一紙八行, 聊書寸懷. 頌曰:
不求名利不求儒,願樂空門捨俗途,
煩惱盡時愁火滅,恩情斷處愛河枯.
六根空慧香風引,一念才生慧力扶,
爲報北堂休悵望,比如死子比如無.
양개가 부모님 곁을 떠나면서부터 지팡이를 짚으며 남방을 돌아다님에 세월은 이미 열 차례나 바뀌었고 갈림길은 어느새 1만 리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애로운 어머님께서는 마음을 가다듬어 도를 사모하시고 뜻을 거두시어 공空에 귀의함으로써 이별의 정을 품지 마시고 문에 기대어 바라보는 일은 행하지 마십시오. 집안의 일들은 다만 인연에 따를 뿐이기에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많아지니 날로 번뇌만 더할 뿐입니다. 옥형은 부지런히 효도를 행하여 모름지기 얼음 속에서 고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우는 힘을 다하여 받듦에 또한 서리 속에서 죽순을 구하고자 울 것입니다. 대저 사람은 이 세상에 거처함에 자기 몸을 수양하고 효도를 행함으로써 하늘의 마음에 합치 될 것이며, 승려는 불가의 문중에 있으면서 도를 사모하고 선을 참구함으로써 자비로운 덕에 보답할 것입니다. 지금은 곧 1천의 산과 1만의 물줄기가 아득히 두 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한 장의 종이에 여덟 줄의 글월로써 아쉬운 대로 한 치 품은 마음을 쓰고자 합니다.
명리얻기 바라잖고선비되기 바라잖고,
빈문에서 노닐고자세속길을 버렸으니,
이번뇌가 다할때면근심의불 꺼질게고,
은혜온정 끊어진곳애증줄기 마를것을.
육근공해 얻는지혜향기바람 끌어안고,
한생각이 일기도전지혜힘이 지탱할세,
어머님께 드릴말씀슬픈눈물 쉬실지니,
죽은듯 생각하시고없는듯이 여기소서.
【1】杜詩: 三霜楚戶砧. 註云: 在楚, 三換星霜也.
【2】《類苑》云: 「王祥, 性至孝, 繼母朱氏不慈, 數譖之, 由是失愛於父. 朱嘗病, 欲食生魚, 時天寒氷凍, 魚不可得, 祥臥氷求之, 氷忽自開, 雙鯉躍出.」
【3】又孟宗, 字恭武, 性至孝, 母好食竹笋, 冬月無竹笋, 宗入竹林中哀號, 笋爲之生.
【4】物外人間.
【1】두보의 시에 「세 차례 서리 초 땅의 문지방 모룻돌에 서리다」 하고는 주석에, 초 땅에 있으며 한 해가 세 차례 바뀌었음을 말한다.
【2】《유원》에서 말하였다. 「왕상은 성품이 매우 효성스러웠으나 계모 주씨가 자애스럽지 못하여 자주 그를 헐뜯게 되자 그로 말미암아 부친으로부터 사랑을 잃게 되었다. 주씨가 병을 얻음에 싱싱한 물고기를 먹고 싶었으나 때는 한겨울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 있었기에 물고기를 얻을 수가 없었는데 왕상이 얼음에 누워 그것을 구하니 얼음이 홀연히 저절로 열리더니 두 마리의 잉어가 뛰쳐나왔다.」
【3】또 맹종은 자가 공무로서 성품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는데, 어머니가 죽순을 먹고 싶어하였으나 겨울에 죽순이 없음에 맹종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슬피 우니 죽순이 그를 위해 자라났다.
【4】출세간과 세속이다.
③ 娘 廻 答
吾與汝, 夙有因緣, 始結母子, 取愛情注. 自從懷孕, 禱神佛天, 願生男子, 胞胎月滿, 命若懸絲, 得遂願心, 如珠寶惜, 糞穢不嫌於臭惡, 乳哺不倦於辛勤. 稍自成人, 送令習學, 或暫逾時不歸, 便作倚門之望. 來書堅要出家, 父亡母老, 兄薄弟寒, 吾何依賴? 子有抛母之意, 娘無捨子之心. 一自汝往他方, 日夕常灑悲淚, 苦哉苦哉! 旣誓不還鄕, 卽得從汝志. 我不期汝如王祥臥氷‧丁蘭刻木,[1] 但望汝如目連尊者, 度我解脫沈淪, 上登佛果.[2] 如其未然, 幽愆有在, 切須體悉.
나는 너와 더불어 예로부터 인연이 있어오다 비로소 에미와 아들로 맺어짐에 애욕을 취하여 정을 쏟게 되었다. 너를 가지면서부터 부처님과 하늘에 기도를 드려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원하였더니, 임신한 몸에 달이 차자 목숨이 마치 실 끝에 매달린 듯 하였으나 마침내 마음에 바라던 것을 얻게 되어서는 마치 보배처럼 아낌에 똥오줌도 그 악취를 싫어하지 않았으며 젖먹일 때도 그 수고로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차츰 성인이 되면서부터 밖으로 보내어 배우고 익히게 함에 간혹 잠깐이라도 때가 지나 돌아오지 않으면 곧장 문에 기대어 바라보곤 하였다. 보내 온 글에는 굳이 출가하기를 바라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에미는 늙었음에, 네 형은 인정이 메마르고 아우도 성격이 싸늘하니 내가 어찌 기대어 의지할 수 있겠느냐. 아들은 에미를 팽개칠 뜻이 있으나 에미는 아들을 버릴 마음이 없다. 네가 훌쩍 다른 지방으로 떠나가고부터 아침저녁으로 항상 슬픔의 눈물을 뿌림에 괴롭고도 괴롭구나. 이미 맹세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였으니 곧 너의 뜻을 따를 것이로다. 나는 네가 왕상이 얼음 위에 누운 것이나 정란이 나무를 새긴 것과 같이 하기를 기대함이 아니라 단지 네가 목련존자 같이 나를 제도하여 고해의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여주고 위로는 불과佛果에 오르기를 바랄 뿐이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것 같으면 깊이 허물이 있을 것인 즉 모름지기 간절하게 이를 체득하여 알아야 할 것이다.
【1】《類苑》云: 「蘭, 河內人. 少喪考妣, 不及供養, 乃刻木彷彿親形, 事之如生, 朝暮定省. 隣人張叔妻從蘭妻有所借, 蘭妻跪拜木人, 不悅, 不以借之. 叔乘醉來, 誶罵木人, 以杖叩其頭, 蘭還見木人色不悅, 問妻, 妻以具告, 卽奮刃殺叔. 吏捕蘭, 蘭辭木人, 木人見蘭, 爲之垂淚. 縣嘉其至孝通於神明, 圖其形於公堂.」
【2】目連見其亡母生地獄中, 不得食, 以此白佛, 佛言: 「七月十五日, 具百味五果着盆中, 供養十方佛菩薩然後, 得食.」 目連如敎, 母得食生天.
【1】《유원》에서 말하였다. 「난은 하내 사람이다. 젊어서 어머니를 여의고 공양하지 못하자 이에 모친의 형상과 흡사하게 나무를 조각하여 생시 때와 같이 섬기며 아침저녁으로 시간에 맞춰 보살폈다. 이웃사람 장숙의 처가 난의 처에게 빌릴 것이 있다고 하자 난의 처가 목인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니 기꺼워하지 않는지라 빌려주지 않았다. 장숙이 술김에 와서 목인을 꾸짖고 욕하며 지팡이로 그 머리를 두드렸는데, 난이 돌아와서 목인의 안색이 기쁘지 않음을 보고는 처에게 묻자 처가 소상하게 일러주었더니 곧 분격하여 칼로 장숙을 살해하였다. 관리가 난을 체포하자 난이 목인에게 하직인사를 하니 목인이 난을 보고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현에서 그의 지극한 효심이 신명에 통했음을 가상히 여겨 公堂에 그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2】목련존자는 그의 죽은 어머니가 지옥에 태어나서 음식을 먹지 못함을 보고는 이러한 것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7월 15일에 백 가지 음식과 다섯 가지 과일을 동이그릇에 담아 시방의 부처님과 보살님께 공양한 후에 드시게 하라」 하므로 목련존자가 가르침대로 하니 어머니가 음색을 먹고는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다.
'치문경훈(緇門警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암화선사답전 장로법사서 應庵華禪師答詮 長老法嗣書 (0) | 2008.03.17 |
---|---|
무주좌계산랑선사소영가대사산거서 婺州左溪山朗禪師召永嘉大師山居書 (0) | 2008.03.17 |
주위빈사문망명법사식심명 周渭濱沙門亡名法師息心銘 (0) | 2008.03.17 |
규봉밀선사좌우명 圭峰密禪師座右銘 (0) | 2008.03.17 |
箴銘 / 대당자은법사출가잠 大唐慈恩法師出家箴 (0) | 2008.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