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진왕수보살계소 晋王受菩薩戒疏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8:13
 

 

 

진왕수보살계소 晋王受菩薩戒疏[1]

 

使持節上柱國太尉公.楊州摠管諸軍事楊州刺使晋王弟子楊廣, 稽首奉請十方三世諸佛, 本師釋迦如來, 當降此土補處彌勒, 一切尊經無量法寶, 初心以上金剛以降諸尊大權摩訶薩埵, 辟支‧緣覺獨脫明悟二十七賢聖[2]他心道眼, 乃至三有最頂十八梵王, 六欲天子, 帝釋天主, 四大天王, 天仙龍神飛騰隱顯‧任持世界‧作大利益‧守塔衛法‧防身護命‧護持淨戒無量善神, 咸願一念之頃, 承佛神力, 俱會道場, 證明弟子誓願, 攝受弟子功德. 竊以識暗萌興, 卽如來性, 無明俯墜, 本有未彰, 理數斯歸,[3] 物極則反. 欲顯當果, 必積于因, 是調御世雄備歷生死, 草木爲籌, 不可勝計, 恒沙集起,[4] 固難思議, 深染塵勞, 方能厭離. 法王啓運, 本化菩薩, 譬如日出先照高山; 隨逗根宜, 權爲方便, 如彼衆流咸宗大海. 弟子, 基承積善, 生在皇家, 庭訓早趨, 胎敎夙漸,[5] 福履攸鍾; 妙機須悟, 恥崎嶇於小逕, 希優遊於大乘, 笑止息於化城, 誓舟航於彼岸. 但開士[6]萬行, 戒善爲先, 菩薩十受,[7] 專持最上, 喩造宮室, 必因基址, 徒架虛空, 終不成立. 弗揆庸懵, 抑又聞之, 孔‧老‧釋門, 咸資鎔鑄,[8] 不有軌儀, 孰將安仰? 誠復釋迦能仁, 本爲和尙, 文殊師利, 冥作闍梨, 而必藉人師, 顯傳聖授. 自近之遠, 感而遂通, 薩陀波崙[9]罄髓於無竭,[10]善財童子忘身於法界, 經有明文, 敢爲臆說? 深信佛語, 聿遵明導. 天台.智顗禪師, 佛法龍象, 童眞出家, 戒珠圓淨, 年將耳順,[11] 定水淵澄, 因靜發慧, 安無礙辯, 先物後己, 謙挹盛風, 名稱普聞, 衆所知識, 弟子所以虔誠遙注, 命檝遠迎, 每畏緣差, 値諸留難,[12] 亦旣至止, 心路豁然, 及披雲霧, 卽消煩惱. 謹以今開皇十一年十一月二十三日, 摠管金城, 設千僧蔬飯, 敬屈禪師, 授菩薩戒. 戒名爲「孝」,[13] 亦名「制止」,[14] 方便智度,[15] 歸親奉極, 以此勝福, 奉資至尊皇后, 作大莊嚴, 同如來慈, 普諸佛愛, 等視四生, 猶如一子. 弟子卽日, 種羅睺業, 生生世世, 還生佛家, 如日月燈明之八王子, 如大通智勝十六沙彌; 眷屬因緣, 法成等侶, 俱出有流, 到無爲地, 平均六度, 恬和四等, 衆生無盡, 度脫不窮; 結僧那於始心, 終大悲以赴難,[16] 博遠如法界,[17] 究竟若虛空,[18] 具足成就, 皆滿願海. 楊廣和南.[19]

사지절 상주국 태위공 양주총관제군사 양주자사 진왕제자 양광은 머리를 조아려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본사 석가여래와, 이 땅에 응당 내려오실 보처미륵과, 일체의 존귀한 경전 및 무량한 법보와, 초심 이상 금강 이하의 모든 존귀하신 큰 방편의 마하살타와, 벽지불 및 연각승처럼 홀로 해탈하여 깨달음을 밝힌 스물 일곱 현인과 성인인 타심통과 도안을 지닌 이들 내지 삼계의 최정상인 십팔범왕과, 육욕천자와, 제석천주와, 사대천왕과, 하늘신선 용신이 날아오르며 숨었다 나타났다 하면서 이 세계를 맡아 지탱하고 큰 이익을 지으며 탑을 수호하고 법을 보위하며 신명을 막아 지키고 깨끗한 계율을 보호하여 지키는 무량한 선신들에게 받들어 청하오니, 모두에게 원하건대 한 생각 사이에 부처님의 신비한 힘을 받들고 함께 도량에 모여 제자의 서원을 증명하시고 제자의 공덕을 받아들여 주옵소서.

가만히 생각건대, 식의 어두움이 가만히 싹 터 일어난 것이 곧 여래의 성품이건만 무명 속으로 굽어 떨어져서 본디 지니고 있던 것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니 [이 모든 것이] 이치와 운수가 돌아갈 바이므로 만물이 극에 달하면 곧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당래當來의 과보를 드러내고자 하면 반드시 원인을 쌓아야 하니, 이는 조어세웅께서 삶과 죽음을 갖추어 겪었던 것이 모든 초목으로 산가지를 만들어 써도 모두 셈할 수 없고 항하의 모래를 모두 모아 일으켜도 진실로 사량思量하기 어려운 것과 같이, 번뇌에 깊이 물들어야만 비로소 염증을 내어 능히 여윌 수 있을 것입니다.

법왕께서 교화의 운을 열며 처음으로 보살을 교화하신 것은 비유컨대 해가 뜨면 제일 먼저 높은 산을 비추는 것과 같으며, 근기의 마땅한 바에 따르고 맞추어서 권도를 방편으로 삼은 것은 마치 저 여러 물줄기들이 모두 큰 바다로 향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자는 근본 적선을 승계하여 황가에서 태어나 황실의 가르침에 일찍 나아갔으며 태교에도 일찍이 젖어 들었으니 복록이 모두 모인 바라 할 것입니다만, 묘한 기밀을 모름지기 깨달아 작은 길에서 갈팡질팡 헤맴을 부끄러워하고 대승에 넉넉히 노닐기를 바라니 신기루의 성에서 머물러 쉼을 비웃으며 피안으로 배를 저어 갈 것을 맹세합니다. 다만 도를 일궈가는 선비의 만 가지 행위에서 계를 지키는 선행이 가장 먼저가 되고 보살의 십무진계十無盡戒에서도 전일하게 지니는 것이 최상이니, 비유컨대 궁실을 지음에 반드시 기초되는 터로부터 의지하여야지 다만 허공에 가설한다면 결국에는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용렬하고 몽매함을 헤아리지 않고 또한 듣자오니 공자와 노자 및 석가 문중 모두는 녹여서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에 바탕하고 있으니 법칙과 위의가 있지 않다면 누가 장차 편안히 머무르고 우러러보겠습니까. 참으로 또한 석가능인께서는 본래 스님이 되셨고 문수사리께서도 가만히 아사리가 되셨으나 반드시 인간[으로서]의 스승[이라는 신분]에 의지하여 성스러운 가르침을 드러내어 전해 주셨습니다. 가까이로부터 먼 곳에 이르기까지 감응하면 마침내 통하는 것임에 살타파륜은 무갈에게 골수를 빻아 정성을 다하였고 선재동자는 법계에서 자신의 몸을 잊었으니, 경전에 분명한 문장이 있는데 감히 억지 얘기를 하겠습니까? 부처님의 말을 깊게 믿고 오직 밝은 인도를 좇을 뿐입니다.

천태 지의선사는 불법 가운데의 용상龍象이라, 동진으로 출가하여 계행의 구슬이 원만하고도 깨끗하며 나이가 곧 예순이 되고자 할 때 선정의 물결이 깊고도 잔잔하여 그 고요함으로 인해 지혜가 일어났으니, 거리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남을 앞세우고 자기를 뒤에 놓아 성대한 인기에도 겸양하였으니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대중들이 아는 바일세, 제자가 그런 까닭으로 지극한 정성을 멀리까지 쏟아서 선박에 명하여 멀리에서 영접하게 함에 매번 인연이 어긋나서 머무르게 하기가 어려웠음을 두려워하였으나, 또한 이미 이르러 머물게 되자 마음길이 시원스레 뚫렸고 구름과 안개를 헤쳐주심에 미쳐서는 곧 번뇌가 사라졌습니다.

삼가 개황 11년 11월 23일인 지금, 총관 금성에서 1천 승려에게 소반蔬飯을 베풀고 공경히 선사에게 몸을 굽히니 보살계를 내려 주셨습니다. 계는 이름을 ‘효孝’라 하고 또는 ‘제지制止’라 하니, 방편과 지도智度로 어버이에게 귀의하여 받들기를 극진히 하고 이러한 수승한 복으로써 지존의 황후를 받들어 도와 큰 장엄을 지어서 여래의 자비와 같이 되게 하고, 모든 부처님의 사랑을 두루 미치게 하여 사생四生을 동등하게 봄이 마치 외아들처럼 여기게 하여 주십시오.

제자는 오늘로 라후라의 업을 심어 세세생생 불가에 환생하길 마치 일월등명불의 여덟 왕자나 대통지승여래의 열 여섯 사미와 같을 것이며, 권속의 인연으로 법을 이룬 무리들은 모두 유위의 흐름에서 벗어나 무위의 경지에 이르게 할 것이며, 육도六度를 균등하게 하고 사등四等을 자연스레 조화시켜 다함이 없는 중생을 끊임없이 제도하여 해탈하게 할 것이며, 처음 비롯하는 마음에 크나큰 서원을 맺어 마침내는 크나큰 자비로써 중생의 어려움에 나아가되 널리하고 멀리까지 함은 마치 가없는 법계처럼 하고 극진하고도 지극히 함은 마치 끝없는 허공처럼 하여 구족히 성취하게 함으로써 모두가 서원의 바다에 충만하여지이다.

양광이 합장하옵니다.

【1】卽隋.煬帝.

【2】《釋籤》云: 「阿含有十八學人‧九無學人. 十八學人者: 一, 信行; 二, 法行; 三, 信解; 四, 見得; 五, 身證; 六, 家家; 七, 二種子; 八, 向初果; 九, 得初果; 十, 向二果; 十一, 得二果; 十二, 向三果; 十三, 得三果; 十四, 中般; 十五, 生般; 十六, 有行; 十七, 無行; 十八, 上流. 九無學人者: 一, 思; 二, 進; 三, 退; 四, 不退; 五, 不動; 六, 住; 七, 護; 八, 慧; 九, 俱. 此中, 信法二行是賢, 餘皆名聖.」

【3】理數者, 天道至妙, 因數可以明其理, 盖理因數顯, 數假理出故, 理數, 可相倚而不可違也.

【4】恒沙, 亦云殑伽河. 阿耨達池, 四面各出一河, 東銀牛口, 出殑伽河, 其沙極細而多, 喩過去受生之數, 難量也.

【5】胎敎,《列女傳》「太妊有娠, 目不視惡色, 耳不聽婬聲, 口不言傲語, 能以胎敎子而生昌.」 又「孕子時, 使瞽者鼓樂誦詩.」

【6】卽開導之士, 謂菩薩也.

【7】十無盡.

【8】鎔融, 陶鑄也.

【9】此云常啼.

【10】具云曇無竭, 此云法起. 常啼聞無竭在衆香城說般若, 叩骨取髓而求之.

【11】《論語》「六十耳順」, 言聲入心通, 無所違逆, 事理皆通, 入耳無所不順.

【12】王欲受菩薩戒, 致書累請, 師初陳寡德, 次讓名僧, 後擧同學, 三辭而不能免, 乃赴之.

【13】孝順父母, 必須修善, 善不違理, 是名持戒.

【14】制止, 戒之別名, 制善令行, 止惡令斷.

【15】《淨名》疏云: 「方便是權智, 權智外用, 能有成辦, 如父營求長成; 智度卽是實智, 實智有能顯出法身之力故, 如母能生.」

【16】兩句卽《肇論》文. 僧那, 此云弘誓.

【17】無邊.

【18】無盡.

【19】王襯戒師衣物五十八事, 供僧兼施曰襯.

【1】즉 수나라 양제이다.

【2】《석첨》에서 말하였다. 「아함에 18學人과 9無學人이 있다. 18학인이란 1이 信行이요, 2가 法行이요, 3이 信解며, 4가 見得이요, 5가 身證이요, 6이 家家며, 7이 二種子요, 8이 向初果요, 9가 得初果며, 10이 向二果요, 11이 得二果요, 12가 向三果며, 13이 得三果요, 14가 中般이요, 15가 生般이며, 16이 有行이요, 17이 無行이요, 18이 上流이다. 9무학인이란 1이 思요, 2가 進이요, 3이 退며, 4가 不退요, 5가 不動이요, 6이 住며, 7이 護요, 8이 慧요, 9가 俱이다. 이 가운데 信行과 法行은 곧 賢人이요 나머지는 모두 聖人이라 이름한다.」

【3】理數란, 하늘의 도가 지극히 오묘하나 숫자로 인하여 그 이치가 밝혀지는데, 대개 이치는 숫자로 인해 드러나고 숫자는 이치를 빌어 나오는 까닭에 理와 數는 서로 의지할 수는 있으나 위배될 수는 없다.

【4】항사[→恒河]는 ‘긍가하’라고도 한다. 아뇩달지는 사면으로 각기 물줄기 하나씩을 내보냄에 동쪽의 은우구로는 긍가하가 흘러나오는데 그 모래가 지극히 미세하고도 많으니, 과거에 받았던 生의 숫자가 헤아리기 어려움을 비유한 것이다.

【5】태교는《열녀전》에서 「태임이 임신을 하자 눈으로는 추악한 색을 보지 않고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으며 입으로는 거만한 말을 하지 않는 등 임신한 채 자식을 교육시켜 昌을 낳았다」고 하였으며, 또 「자식을 임신하였을 때 소경으로 하여금 북을 치고 악기를 연주하게 하며 시를 읊조리게 했다」고 하였다.

【6】즉 어리석음을 깨닫게(開)하여 불도로 인도(導)하는 선비이니 보살을 일컫는다.

【7】십무진계(대승보살이 지키는 열 가지 계율)이다.

【8】녹여 융합시켜서 틀에 부어만들어 내는 것이다.

【9】이곳 말로는 상제이다.

【10】갖추어 말하면 ‘담무갈’로서 이곳 말로는 法起이다. 상제가 무갈이 중향성에서 반야의 법을 설한다는 말을 듣고는 뼈를 빼내고 골수는 뽑아내어 가서 법을 구하였다.

【11】《논어》에서 「나이 60이면 들리는 모든 것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하였으니, 소리가 마음속으로 들어와 통함에 거슬리는 바가 없고 일의 이치를 모두 통달하였기에 귀에 들어오는 것은 도리를 따르지 않은 바가 없음을 말한 것이다.

【12】왕이 보살계를 받고자 하여 서신을 보내 누차 청하였으나 선사가 처음에는 [자신의] 덕이 적음을 진설하고 다음에는 이름 있는 스님에게 양보하였다가 뒤에는 같이 공부한 도반을 천거하였는데, 세 번이나 사양하였으나 면하지 못하자 이에 나아가게 되었다.

【13】부모에게 효도로서 순종하려면 반드시 善을 닦아야 하나니, 善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으면 곧 그것을 이름하여 持戒라 한다.

【14】制止(정도에 알맞게 하는 것과 못하도록 그치게 하는 것)는 戒의 다른 이름이니, 善은 정도에 알맞게 하여 시행되도록 하고 惡은 못하도록 그치게 하여 단절되게 하는 것이다.

【15】《유마경》의 疏에서 말하였다. 「방편은 권지(중생 교화의 묘한 작용과 차별상을 통달한 지혜)이니 권지는 외부적인 쓰임이며 능히 이루어짐이 있음이 마치 에비가 성장을 도모함과 같으며, 지도는 곧 실지(진리를 달관하는 참다운 지혜)이니 실지는 법신의 힘을 드러내는 능력이 있는 까닭에 마치 에미가 능히 생산함과 같다.」

【16】두 구절은 곧《조론》의 문장이다. 승나는 이곳 말로 하면 弘誓이다.

【17】변두리의 끝이 없다.

【18】다함이 없다.

【19】왕이 계사에게 의복과 물품 58가지를 베풀었으니, 승려에게 공양을 겸하여 시주하는 것을 襯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