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불이공 공불이색 色不異空空不異色
물질관의 변화
(물질관의 변화를 들어가기 전에 늘 걸리는 점이 있어 한마디 하려고 합니다,자료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시대나 인물의 연대 표시를 할 때마다 불편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기원전(B.C)이란 용어의 기원은 그리스도 탄생전(before Christ)의 약자略字 입니다. 기원후(A.D)는 라틴어로 그리스도의 해(Anno Domini)의 약자인데, 예수의 탄생연도에 대한 고고학적 진위는 접어두고라도 이것이 유일한 표기방법인 것처럼 되어버린 사실이 서구의 문화적 침탈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리스의 탈레스(기원전7세기)는 만물의 근본을 물로 보았다고 합니다. 역시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384~322)는 지구를 이루는 물질을 흙,물,공기,불의 4원소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초기불교에서 지수화풍을 4대 구성요소로 본 것과 외형상으로는 같습니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기본 관념은 무려 1,700여년 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영국의 과학자인 로버트 보일이 1,660년을 전후해 물질의 구성요소를 분석하여 원소론元素論을 정립하게 됩니다. 또 프랑스의 라부아지에(1743~1794)는 원소를 '화학 분석이 도달한 현실적 한계'라고 정의하고 33가지의 원소가 있다고 하였고. 이탈리아의 과학자 아보가드로(1776~1856)는 기체가 원자가 아닌 분자로 되어있다고 주장 하였습니다. 그 후 러시아의 멘델리이프가 1869년 고등학교 때 배우는 주기율표를 처음 만들어 원소들을 그 성질에 따라 100여개로 구별하였습니다.
근대의 물질관은 프랑스의 데카르트가 주도하였습니다. 데카르트(1596~1650)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이분화하여, 물질을 철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최초의 철학자였습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정신과 육체는 분리되어 있어 죽으면 영혼은 육체와 분리된다, 그리고 죽음이란 오래된 기계가 부서지듯이, 몸의 기능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 것 일뿐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현대 서양의 거의 모든 과학적 성과는 이 데카르트의 이론을 바탕에 두고 전개된 것입니다.
현대의학의 총아인 생명공학과 장기이식 같은 분야도 실은 생명을 분자단위까지 쪼개고, 각 분자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종합하는 다시 말해'부분의 합이 전체'라는'요소환원주의'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엄밀히 연구를 하여보면 데카르트와 뉴턴으로 대변되는 이 이원론적 세계관의 근저에는 당시 유럽의 기독교적 신의 관념에 절대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들이 가득합니다.
다음은 데카르트의 독백입니다. 나는 한번은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우리의 몸은, 가능하면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게 할 의도로 신이 지상에 만든 조각품이나 기계와 다를 바 없다는 상상이었다 . 신은 그 기계에 우리의 사지와 닮은 형상과 색깔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달리고, 먹고, 숨쉬는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모방할 수 있는 내적인 측면도 불어넣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런 기계들은 물질로부터 나왔으며 기관들의 배열에만 종속되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현대의 물질에 대한 인식은 데카르트 이후 다시 거의 300년이 지난 다음에야 독일태생의 아인슈타인(1879~1955)에 의해 도전받습니다. 하지만 그도 아직은 '만물은 조물주 신의 작품'이라는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일지도 모르는 '상대성 이론'과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물질에 시간을 더한 4차원이란 세계를 설명합니다. 이 이론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시간과 공간이 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입체적' 물질관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인슈타인도 말년에 물질의 양자론적 성질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않는다.'라는 유명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잘못된 결론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 그것은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운영한다'라는 기독교 교리가 그의 실험실에서의 결과를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 이후의 인간의 물질관은 괄목할 만큼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마 20세기는 인간의 문명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100년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그 공로는 과학자들의 몫인데, 그 중에서도'양자역학'의 발견이 가장 주목받을 것입니다.
※ 성법스님 저서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