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달마상에 점안하며 〔達磨開光祝筆〕
스님께서 붓을 들고 말씀하셨다
"이미 가섭으로부터 28대 조사들이 다 눈을 갖추어 6종 (六宗:육사외도) 을 항복받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달마에게 또다시 점안 (點眼) 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말할 사람이 있는가. 말할 수 있다면 달마를 위해 숨을 토할 뿐만 아니라, 온 법계의 중생들에게도 이익을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말할 수 없다면 게송 한마디를 들어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가리켜 성품을 밝게 보게 했나니
노호 (老胡:달마) 는 놓을 줄만 알았고 거둘 줄을 몰랐다
그로부터 눈병이 나서 헛꽃이 피어
헛꽃이 온 세계에 어지러이 떨어졌다
쉬지 않고 어지러이 떨어지는 헛꽃이여
아득하고 막막해라. 길은 멀고 멀구나.
眞指人心明見性 老胡知放不知收
從玆眼病空花發 界紛紛峠亂墜
峠亂墜兮自不休 杳杳冥冥路轉遙
붓으로 점을 찍고 말씀하셨다.
"오늘 그에게 옛 광명을 보태 주니 푸른 눈동자에 형형한 빛이 하늘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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