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록(懶翁錄)

4. 각성선화 (覺成禪和) 에게 주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5:55

 

 

 

4. 각성선화 (覺成禪和) 에게 주는 글

 

 진실로 이 일대사인연을 기어코 이루려 하거든 결정적인 믿음을 세우고 견고한 뜻을 내어,
하루종일 행주좌와하는 중에 늘 참구하던 화두를 들어야 한다. 언제나 들고 늘 의심하면 어
느 새 화두가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고, 의심덩이가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되는 경
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때는 몸을 뒤쳐 한 번 내던지고 다시는 부질없고 쓸데없는 말을
말아야 한다.
혹 그렇게 되지 않아 어떤 때는 화두가 분명하고 어떤 때는 분명하지 않으며, 어떤 때는 나
타나고 어떤 때는 나타나지 않으며, 어떤 때는 있고 어떤 때는 없으며, 어떤 때는 틈이 있고
어떤 때는 틈이 없거나 하면 그것은 신심과 의지가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을
허송하면서 헛되이 남의 보시만 받으면 반드시 뒷날 염라대왕이 음식과 재물을 계산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부질없이 세상에 와서 한번 만났을 뿐이라 하였으니, 어느 겨를에 쓸데없는
말을 하고 짧은 소리·긴소리하며, 이쪽을 가리키고 저쪽을 가리키겠는가.
생각하고 생각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