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공화상 (指空和尙) 기골 (起骨) *
"밝고 텅 빈 한 점은 아무 걸림이 없어, 한 번 뒤쳐 몸을 던지니 얼마나 자유롭소."
죽비로 탁자를 한 번 내리치며 할을 한 번 하고는 `일으켜라!' 하셨다.
입탑 (入塔)
스님께서 영골을 받들고 말씀하셨다.
"서천의 108대 조사 지공대화상은 3천 가지 몸가짐을 돌아보지 않았는데 8만 가지 미세한
행에 무슨 신경을 썼는가. 몸에는 언제나 순금을 입고* 입으로는 불조를 몹시 꾸짖었으니,
평소의 그 기운은 사방을 눌렀고 송골매 같은 눈은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원나라에서 여러
해를 잠자코 앉아 인천 (人天) 의 공양을 받다가 하루 아침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전
하매 천룡팔부가 돌아오지 못함을 한탄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아침에 정성스레 탑을 세우고 삼한 (三韓) 땅에 모시어 항상 편안하게
하려는 것이나 그 법신은 법계에 두루해 있다. 말해 보라. 과연 이 탑 안에 거두어 넣을 수
있겠는가. 만일 거두어 넣을 수 없으면 이 영골은 어디 가서 편안히 머물겠는가. 말할 수 있
는 이는 나와서 말해 보라. 나와서 말해 보라. 없다면 산승이 스스로 말하겠다."
할을 한 번 한 뒤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기는 오히려 쉽지만, 겨자씨를 수미산에 넣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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