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세상을 탄식함 〔歎世〕 · 4수
1.
어지러운 세상 일 언제나 끝이 날꼬
번뇌의 경계는 갈수록 많아지네
미혹의 바람은 땅을 긁어 산악을 흔드는데
업의 바다는 하늘 가득 물결을 일으킨다
죽은 뒤의 허망한 인연은 겹겹이 모이는데
눈앞의 광경은 가만히 사라진다
구구히 평생의 뜻을 다 부려 보았건만
가는 곳마다 여전히 어찌할 수 없구나.
世事紛紛何曰了 塵勞境界倍增多
迷風刮地搖山嶽 業海漫天起浪波
身後妄緣重結集 目前光景暗消磨
區區役盡平生圍 到地依先不輓何
2.
눈 깜박이는 사이에 세월은 날아가버리나니
젊은 시절은 백발이 되었구나
금을 쌓아두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어찌 그리 미련한고
뼈를 깍으며 생 (生) 을 꾸려가는 것 진정 슬퍼라
흙을 떠다 산을 북돋움은 부질없이 분주떠는 일이요
표주박으로 바닷물 떠내는 것 진실로 그릇된 생각이다
고금에 그 많은 탐욕스런 사람들
지금에 와서 아무도 아는 사람 없구나.
乏眼光陰賑過去 白頭換却少年時
積金候死愚何甚 刻骨營生事可悲
捧土培山徒自迫 持楞酌海諒非思
古今多少貪 客 到此應無一點知
3.
얼마나 세상 티끌 속에서 빠져 지냈나
백가지 생각이 마음을 얽어 정말로 시끄러운데
5온 (五睛) 의 빽빽한 숲은 갈수록 우거지고
6근 (六根) 의 어두운 안개는 다투어 나부끼네
명리를 구함은 나비가 불에 들고
성색에 빠져 즐김은 게가 끓는 물에 떨어지네
쓸개가 부서지고 혼이 나가는 것 모두 돌아보지 않나니
곰곰이 생각하면 누구를 위해 바빠하는가.
幾多汨沒紅塵裏 百計 心正擾攘
五睛稠林增霽鬱 六根冥務競飄
沽名苟利蛾投焰 嗜色 聲蟹落湯
膽碎魂亡渾不顧 細思端的爲誰忙
4.
죽고 나고 죽고 나며, 났다가 다시 죽나니
한결같이 미쳐 헤매며 쉰 적이 없었네
낚싯줄 밑에 맛난 미끼를 탐할 줄만 알거니
어찌 장대 끝에 굽은 낚시 있는 걸 알리
백년을 허비하면서 재주만 소중히 여기다가
오래고 먼 겁의 허물만 이뤄놓네
업의 불길이 언제나 타는 곳을 돌이켜 생각하나니
어찌 사람들을 가르쳐 특히 근심하지 않게 하랴.
死死生生生復死 狂迷一槪不曾休
只知線下貪香餌 那識竿頭有曲鈞
喪盡百年重伎倆 成久遠劫愆尤
蒜思業火長燃處 寧不敎人特地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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