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무비스님

스승을 잘 선택하라

通達無我法者 2008. 8. 13. 22:19

 

 

스승을 잘 선택하라

 

새가 쉴 때는 반드시 그 쉴 만한 숲을 잘 선택해야 하고

사람이 배울 때 역시 스승과 벗을 잘 선택해야한다.

鳥之將息必擇其林  人之求學乃選師友

 조지장식필택기림    인지구학내선사우

- 야운 비구 「자경문」

 

 

   고려의 야운 비구(野雲比丘)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자경문(自警文)」 중의 한 구절이다. 자경문이란 출가하여 사미계를 받기 전에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과 함께 목청을 돋우어서 외우는 글이다. 서당에서 한문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는 소리가 어색하게만 들린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읽어서 가르치는 스님 앞에 외워 바쳐야 한다. 그것이 행자 시절에는 큰 과제고 수행이기 때문이다.

   야운 비구는 자경문에서 “말법 시대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지도 오래 되었고 삿된 소견을 가진 마군들은 강하게 설쳐댄다. 진리를 가르치고 바른 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약해졌으며 지혜로운 사람들은 적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많다. 그래서 내가 좁은 소견을 무릅쓰고 스스로를 경책한다.”라고 말한 다음 경책으로 삼을 십문(十門)을 설한다. “훌륭한 스승과 벗을 가까이 하고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사귀지 말라.”고 하는 이 글은 그 가운데 네 번째 것이다.

   새가 날다가 쉬려고 할 때 그 숲과 나무를 잘 선택하면 그 머무름이 안전하고 편안할 것이다. 반대로 앉을 자리를 잘 못 선택하면 그물에 걸리거나 뱀에게 잡혀 먹힐 수 있다. 사람이 배움을 구할 때 스승과 도반을 잘 선택하면 배움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스승과 도반을 잘못 만나면 악의 길로 들어서고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일생 동안 수많은 사상과 정보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그런 정보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부의 축적과 감각적 쾌락 일변도로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리석다. 그러므로 배움을 구하는 일에 있어서 상식과 지혜를 십분 활용하여 잘 살피고 선택해야 한다. 종교를 선택하고 신앙을 갖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불교의 범주 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마음을 놓을 일은 아니다. 불교라는 간판 아래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비불교적 행태가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전법도생(傳法度生)과 정법구현(正法具現)을 외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제 막 불교를 믿고 배우려는 사람들은 참으로 잘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불교를 믿지 않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하물며 비이성적인 종교를 선택하여 그것이 세상을 구원하는 최상의 종교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이야 어떠하겠는가. 불을 보듯 명약관화한 일이다. 하는 말마다 아수라와 같이 공격적인 표현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조용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투쟁심을 불러일으켜서 모두를 똑 같은 아수라가 되게 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신성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집단이 적지 않으니 참으로 우려된다. 진정으로 연민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의 정신은 더욱 캄캄해져 간다. 사상과 종교를 받아들일 때 천번 만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리라. 새가 날다가 쉬려고 할 때 그 나무를 잘 선택하지 못하면 곧바로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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