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야기·지묵스님

“사람 얻기가 참 어렵네!”/지묵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3:47

 

 

“사람 얻기가 참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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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도에 이르기(至道, 혹은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오직 간택(揀擇, 이것일까 저것일까 주저주저함)만을 꺼릴 뿐이라고 옛사람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말을 하면 바로 간택인데요. 화상께서는 어떻게 가르치십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어찌 옛사람의 말씀을 다 인증하지 않는가?”

학인이 일렀다. “저는 여기까지밖에 말씀 드릴 수 없네요.”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허, 지-도-무-난- 유-험-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도에 이르기는 어렵지 않나니 오직 간택만을 꺼릴 뿐)이로구나!”

강설 / 옛사람은 말한다. “신심명 전체 내용은 위의 첫줄 지도무난 유험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8자에 대한 해석이니 8자가 핵심 본문이다.”

중생계에서는 모양과 이름이 있는 한 생멸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불생불멸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의 깨친 마음에 있다. 이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불생불멸의 이야기가 생멸하는 말에 떨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말이 있는 한에는 유위법(有爲法)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그래서 8만4천 법문을 평생 설하셨어도 한 법문에도 걸리지 않는 도리에 투철하셨기 때문이다.

그 도리란 무엇인가. 각자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본질의 하나에 초점을 맞춘 금강경은 깨달음의 언어.



법상에서 대중에게 이르셨다. “간경(看經 경을 보는 일)하여도 생사에 떨어져 있고 간경을 하지 않아도 생사에 떨어져 있느니라. 자, 대중은 어떻게 해야 생-사-에-서- 벗-어-나-겠-는-가-?”

어떤 스님이 불쑥 여쭈었다. “간경(看經)하거나 하지 않거나 여러 중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때는 어떻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정말 그랬다면 좋아. 허나 말대로 그렇지 못했다면 어-찌- 생-사-를- 벗-어-나-겠-는-가-?”

강설 / 욕심 없이 산다. 이 말대로라면 순수무구한 경지이다. 허나 삶 자체가 중요한 것. 그렇게 욕심 없이 사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덕과 인품에 달려있다.

젊어서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차츰 물욕을 더 낸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늙으면 능력의 한계에 부딪친다. 때문에 가진 것이라고는 돈과 건강이 재산이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젊음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에 아름답다. 허공처럼 탁 트인 자세로 산다면!

 

공부인은 환난을 대비한다

공부가 안된 사람일수록

환난을 걱정한다

사후 문제도 그렇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예리한 칼날이 쾌도질을 할 때는 어떻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늙은 중의 예리한 칼날은 어-느- 곳-을- 쾌-도-질- 하-더-냐-?”

강설 / 번뇌를 싹둑 잘라버리는 예리한 칼날의 쾌도질이 아쉽다. 무위법으로 삶에 충실하였던 옛사람은 그렇게 서릿발 같은 예봉(銳鋒)이었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큰 환란이 밀려온다는데요. 어찌 피할 수가 있을까요?”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쾌히 맞으리라.”

강설 / 공부인은 이렇게 큰 환난을 대비한다. 공부가 안된 사람일수록 환난을 걱정한다. 사후 문제도 그렇다. 극락이고 열반이고 대수냐? 이런 당당한 자세가 공부인의 자세.



법상에 올라 양구(良久, 한동안 침묵)하시다가 이르셨다. “대중은 다 모였는가?”

대중이 응답하였다. “다 모였습니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기다렸다가 한 사람이 더 올 터이니, 그때 가서 설법 하리라.”

어떤 스님이 일렀다. “사람이 오지 않았을 때를 기다려 큰 스님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사람 얻기가 참 어렵네!”

강설 / 똑똑한 사람, 눈 밝은 사람, 말귀를 알아먹는 사람을 기다리신다. 왜 우스갯말이라도 이런 말을 못하는가.

“스님, 여기 기다린 사람 왔습니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