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5〉 ‘좌선의’ 찬술자 - 종색선사/송나라시대 정토사상 선양한 스님

通達無我法者 2009. 6. 13. 05:04

 

 

송나라시대 정토사상 선양한 스님

〈5〉 ‘좌선의’ 찬술자 - 종색선사


<좌선의>는 하북성 진정부(眞定府) 시방홍제선원(十方弘濟禪院)에 주석하던 북송(北宋) 숭녕(崇寧) 2년(1103) 운문(雲門)의 법손인 자각종색선사(慈覺宗禪師)가 옛 ‘백장청규(百丈淸規)’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편찬한 10권의 선원청규(禪苑淸規) 중 권8에 수록되어 있다.

<좌선의>는 원나라의 덕휘(德輝)스님에 의해 다시 보완되어 편집된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 5권에도 윤문 각색되어 수록되어 있고, 출가하여 처음 배우는 치문(緇門)에도 수록하여 수행자의 생활 수칙으로 삼아 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좌선의>가 다름아닌 백장청규(百丈淸規)에 수록되어 제시된 것은 수행자의 생활 수칙인 계율처럼 수행자의 구법(求法) 수칙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좌선의>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선종의 독자적인 수도규칙인 청규를 창시하여 선종 독립의 기초를 수립한 사람은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이다. 백장회해는 수행과 깨달음에 투철한 선승으로 중국 선종사에 독자적인 수도규칙과 생산노동의 강령을 수립하여 총림 제도를 확립하고, 선종을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종파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분이다.

이 청규는 모든 시대의 선수행자들이 준수해야 할 수행덕목과 총림운영에 대해 인욕.헌신.노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청규의 중심내용은 선원(禪院)의 의식주 생활과 선을 참구하는 방법과 제도를 밝히고 있다. 백장스님의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 (一日不作 一日不食)’라는 말에서 백장스님이 제정한 청규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원청규의 원초적인 형태인 백장청규는 일찍이 산실되어 버리고 현재는 그 전모가 분명하지 않다. ‘백장고청규(百丈古淸規)’의 정신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청규는 장노종색(長蘆宗) 선사가 편찬한 ‘선원청규(禪苑淸規)’ 전10권이다.

 

종색선사는 백장회해가 입적한지 290년이 지나

청규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편찬한 10권의

‘선원청규’ 중 권8에 ‘좌선의’를 수록했다


백장회해가 입적한 지 290년이 지나 편찬된 이 ‘선원청규(禪苑淸規)’는 선종 총림의 운영에 필요한 규칙을 세밀하게 분류하여 선종 독자의 수계의식, 선원의 설법의식, 선원의 운영을 위한 직책, 선원의 사무와 경제, 출입, 경전을 보는 행사, 선승의 장례, 선수행에 도움이 되는 귀경문(龜鏡文), 좌선의(坐禪儀), 자경문(自警文)과 신도에 관한 사항, 선승의 식사, 백장규승송(百丈規繩頌)으로 나누고 있으며, 특히 <좌선의>는 후대 선종의 좌선관(坐禪觀) 곧 참선 수행의 지표가 되어 왔다.

우리나라 선종에서도 종색선사가 편찬한 ‘선원청규’를 매우 중시하여 이미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은 1205년에 저술한 그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서 ‘선원청규’의 구성과 내용을 다수 인용하고 있다. 그 후 초심자의 필독 교재로 삼아 왔으며, 우리나라 스님들의 기본 수행교육이 이 내용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좌선의>를 찬술한 종색선사는 송나라 시대 정토(淨土)사상을 선양했던 운문종(雲門宗)의 승려로 본관은 양양(襄陽)이고 속성(俗姓)은 손(孫)씨이며, 시호는 자각대사(慈覺大師)이다. 생몰 년대는 어느 곳에도 밝혀진 바가 없어서 알 수가 없으며,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뜻이 고상하고 의지가 강하였으며, 일찍이 유학(儒學)과 여타의 세상 학문에 달통하였다. 그 나이 29세에 원풍청만(元豊淸滿) 선사의 권유로 출가, 원통(圓通) 선사를 의지하여 삭발하고 구족계를 받았다.

뒤에 광조(廣照)선사를 뵙고 여러 번 종지(宗旨)를 물었으나 소견이 열리지 않다가 어느날 벽돌계단을 오르다가 홀연히 깨달음이 있어 게송을 지었다.

송문(頌文)은 다음과 같다.



발을 들어 계단을 오르니 (擧足上階)

분명한 것이 이 법이요 (分明這箇法)

버드나무 언덕에 시름없이 웃으니 (黃楊木畔笑呵呵)

만리 푸른 하늘에 하나의 달이 둥글도다. (萬里靑天一輪月)



이렇게 깨달은 바를 개진하여 마침내 낭야혜각(瑯慧覺)선사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선사는 원우년간(元祐年間)에 장로사(長蘆寺)에 머물면서 어머니를 방장실 동쪽에 모셨다. 어머니께 삭발 출가할 것을 권장하여 아미타불을 염불하도록 했는데, 어머니께서 7년 동안 열심히 염불 정진하다가 세상을 뜨시자 권효문(勸孝文) 120편을 지었다.

원우(元祐) 4년에 토산 백련사에서 연화승회(蓮華勝會)를 세워 승속 없이 염불을 권장하고 날마다 염불한 숫자를 기록하면서 회향 발원하고 정토(淨土)에 나기를 기약하도록 가르쳤다. 숭녕년간(崇寧年間)에 양외(楊畏)의 청에 의해서 후학을 제접하여 눈을 뜨게 하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선사는 백련사의 계조(繼祖) 5대 법사(法師)의 한 분으로 추앙되었으며, 저서로는 선원청규(禪苑淸規) 10권, 위강집(葦江集), 좌선잠(坐禪箴), 염불참선구종지설(念佛參禪求宗旨說), 연화승회록문(蓮華勝會錄文), 염불회향발원문(念佛回向發願文), 염불방퇴방편문(念佛防退方便文), 관무량수불경서(觀無量壽佛經序), 관염불송(觀念佛頌), 서방정토송(西方淨土頌) 등이 있다.

선수행의 지침서인 여기에서는 내용상 크게 열 부분 즉, 좌선 전의 서원, 마음과 몸의 조절, 좌선의 자세, 좌선의 마음가짐, 좌선의 공능, 마경(魔境), 출정(出定)할 때 주의점, 선정(禪定)의 중요성, 선정의 공덕으로 구성하여, 강설하고 각 단락을 구체적으로 문장 내용의 뜻과, 수행의 법칙, 예문 등을 혼합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00호/ 2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