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6〉 보살의 지혜(般若)/자신만을 위한 해탈을 구하지 말라

通達無我法者 2009. 6. 13. 05:11

 

 

자신만을 위한 해탈을 구하지 말라

〈6〉 보살의 지혜(般若)


盡(夫)學般若菩薩은 先當起大悲心하고 發弘誓願하야 精修三昧하야 誓度衆生이요 不爲一身獨求解脫爾이니라.

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먼저 대비심을 일으키고, 큰 서원을 발하며, 정밀하게 삼매를 닦아서, 맹세코 중생을 제도할 것이요 자신만을 위해 해탈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



<좌선의>는 참선수행의 지침서로써, 이 첫 문단은 좌선을 하기 전 수행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마음가짐은 먼저 대비심을 일으키고, 큰 원을 발하며, 정밀하게 삼매를 닦고, 중생제도의 서원을 세우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해탈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5가지가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반야 보살에 대한 이해, 대비심과 서원에 대한 정의, 삼매에 대한 정의와 삼매를 닦는 방법, 그리고 중생제도에 대한 방편을 차례대로 해설 하고자 한다.

먼저 반야보살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참선의 문에 들어온 사람을‘반야보살’이라 한 것은, 선이 아니면 반야를 증득 할 수 없고, 반야를 증득하지 않은 보살이 없기 때문에‘반야보살’이라 한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좌선의>에서는 그 기본 사상을 보살정신 즉, 대승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생제도에 바탕을 두지 않는 수행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보다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는 중생제도야말로 대승불교의 바른 수행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대비심을 일으키고

큰 서원을 발하며, 정밀하게 삼매를 닦아

맹세코 중생을 제도해야 한다



이타행은 개인의 이익은 뒤로하고 언제든지 공동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최선을 다하는 행이다. 그것은 개인 업이 아무리 수승하더라도 공동 업을 능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공동 업이 무너지면 개인 업은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업보다는 먼저 공동의 업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이 앞서야 할 것이다. ‘나하나 쯤이야’가 아닌 ‘나 하나라도 먼저’라는 생각이 앞서야 공동업을 완성할 수가 있다. 나 하나가 오염되면 가정이 오염되고, 가정이 오염되면 사회가 오염되고, 사회가 오염되면 나라가 오염되고, 나라가 오염되면 온 세계가 오염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 하나라도 먼저 청정해진다면 사회가 청정해지고 온 세계가 청정해진다. 나 하나가 비록 작아 보이지만 결국에는 전체라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의상대사께서 화엄사상을 요약한 ‘법성게(法性偈)’에도 “하나 속에 모두 있고, 여럿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이네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러한 화엄사상은 다양한 개체들의 집합체인 사회의 통합과 안정이라는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나와 사회 내지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나라에 전쟁이 나면 한 개인이 아무리 재산이 많고 직책이 높다 하여도 그것은 하루아침에 아무 쓸모가 없게 될 뿐 아니라 재산이 많고 직책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적군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오늘날 나만 잘 살고 근심 걱정이 없으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은 생각해서 무엇하겠는가 라고 하는 개인주의 사상이 팽배한 이때에 대승의 진정한 이타행(利他行)이야말로 참 자리행(自利行)인 것이며, 대승불교가 가야할 바른 길인 것이다.



‘반야(般若)를 배우는 보살’에서의 보살은 참선을 배우고자 한 사람을 지칭한 것이다. 반야란 범어 prajna-의 음사로 혜(慧).지혜(智慧).지(智)라고 번역하며, 모든 사물의 도리를 분명히 꿰뚫어 보는 깊은 지혜를 말한다. 즉, 모든 법의 자성이 공함을 보고 그 실상(實相)을 직관하는 지혜를 가리키며 수행을 통해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되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고, 일체의 분별을 떠난 것이므로 무분별지(無分別智)라고도 한다.

보살이 깨닫고 피안에 도달하기 위해 닦는 6가지의 행인 6바라밀(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가운데 지혜바라밀인 반야바라밀은 모든 부처사상 모체이며 보시에서 선정에 이르는 5가지 바라밀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6바라밀에서의 지(智)는 자신을 성취할 수 있는 지혜를 말한다. 이를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서는 “현전지(現前地)라 하고 12연기(十二緣起)를 관찰하여 얻어진다”고 하였으며, 또 “12연기를 관찰하여 일체 모든 법은 상(相)이 없으며, 체(體)가 없으며, 생(生)이 없으며, 성(成)이 없으며, 본래청정(本來淸淨)이며, 말이 없으며, 취하고 버릴 것이 없으며, 환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의 모양 같고, 아지랑이 같고, 허공 꽃 같으며, 유(有)와 무(無)가 둘이 아님을 아는 것을 반야(般若)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반야바라밀로 제시된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말한 것이다.

반야에 대하여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 대사는 “번뇌가 비록 견고하지만 반야의 지혜로는 능히 파괴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또 “무엇을 반야라고 하는가? 반야는 당나라 말로 지혜이니, 언제 어디에서나 생각생각 어리석지 않아서 항상 지혜롭게 행동하면 이것이 반야행이다. 한 생각 어리석으면 반야가 끊어지고 한 생각 지혜로우면 반야가 생긴다 (何名般若 般若者 唐言智慧也 一切處所 一切時中 念念不愚 常行智慧- 卽是般若行 一念愚卽般若絶 一念智卽般若生)”라고 했다.

번뇌는 우리가 수행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된다. 번뇌를 조복하기 위하여 좌선.염불.기도.독경 등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야의 지혜를 성취하고 나면 끊지 못할 번뇌가 없게 된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02호/ 2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