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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⑦ 오온은 동시발생

通達無我法者 2010. 4. 4. 01:52

 

 

나는 누구인가 ⑦ 오온은 동시발생

 

“마음의 절대화 버려야 열반 실현”

지난 호까지 물질, 느낌, 인식, 심리현상들, 알음알이의 다섯 가지 무더기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살펴보았다. 오온을 순서에 따라 개별적으로 살펴보았다고 해서 오온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오온은 동시발생이다.

불자들 가운데는 놀랍게도 오온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주장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즉 대상을 받아들이고 난 뒤에(受) 그것을 인식하거나 생각하고(想) 그 다음에 이를 토대로 의도적 행위를 일으키고(行) 이것이 식에 저장된다(識)는 따위의 얼토당토 않는 설명을 당당하게 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결론적으로 분명히 말하자면 오온은 절대로 순차적으로 하나씩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생기(同時生起)한다. 매순간 오온은 모두 함께 일어나고 함께 멸한다. 이것은 남북방 아비담마, 아비달마와 대승 아비달마인 유식에서는 상식적인 것이다. 물론 특정 순간에 오온 가운데 특정한 하나 혹은 몇몇이 더 강력하게 된다. 예를 들면 꽃을 볼 때는 느낌(受)이 강할 것이고 대상을 ‘무엇’이라고 인식할 때는 인식(想)이 더 강할 것이며 갖고자 하는 욕망이 일어날 때는 탐욕이라는 심리현상(行)이 더 강할 것이다.

느낌.인식.심리현상들(受.想.行)은 아비담마와 유식에서 공히 심소법(心所法, 마음과 함께 일어나고 멸하는 마음에 부속된 심리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마음 즉 알음알이가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나기 때문에 심소법이라 부른다. 오온이라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법수를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면 그때부터 불교가 아주 혼란스럽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알음알이도 실체가 없는 것

찰나생 찰나멸의 흐름일 뿐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음 혹은 알음알이(식)를 절대화하여 마음을 창조주나 절대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한국불교에는 마음 깨쳐 성불한다거나 마음이 곧 부처(심즉시불)라거나 일체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일체유심조)이라 하며 마음을 절대화하는데 열을 올리는 분들이 많다. 물론 이러한 가르침을 나의 외부 저 밖에 창조주라거나 절대자라거나 하는 어떤 존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면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을 가지고 마음을 절대화하여 마음이 우주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주나 절대자인 양 받아들여 버린다면 이것은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모든 불교에서 오온은 실체가 없는 것(오온무아)이다. 그러므로 오온의 다섯 번째인 알음알이(식) 즉 마음도 실체가 없는 것이요 단지 찰나생.찰나멸의 흐름일 뿐이다. 나라는 존재를 오온으로 해체해서 보면 무상과 고와 무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여기에 사무치면 존재에 넌더리치고(염오) 탐욕이 남김없이 빛바래고(이욕) 그래서 해탈하고 구경해탈지가 일어나고 열반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 초기불전의 도처에서 부처님이 강조하고 계신 가르침이다.

초기불전 그 어디에도 일체유심조 등으로 마음을 절대화하고 실체화하는 듯한 가르침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은 실체가 없는 것(무아)인 줄 알고 궁극적 행복인 열반을 실현할 것을 초기불전은 도처에서 고구정녕하게 설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불교도 이제는 더 이상 마음을 절대화하거나 실체화하는데 매달리지 말고 오히려 마음의 실체 없음(무아)에 사무쳐서 부처님이 분명하게 드러내신 열반의 행복을 실현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감히 제언하면서 미흡하지만 오온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한다.

 각묵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