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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⑤ 심리현상들의 무더기(行蘊)

通達無我法者 2010. 3. 20. 01:07

 

 

나는 누구인가 ⑤ 심리현상들의 무더기(行蘊)

“뭉쳐두면 속고 해체하면 깨달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네 번째 대답은 심리현상들(行, sankara)이다. 필자가 ‘심리현상들’이라고 조금 생소하게 옮기고 있는 용어는 중국에서 행(行)으로 옮긴 상카라(sankhara)이다. 이 단어는 sam(함께)+√kr(행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라서 중국에서는 행(行)으로 옮겼다. 상카라는 초기불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인데, 이미 초기불전에서는 크게 네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보듯이 오온의 행은 ‘심리현상들’을 나타내고, 제행무상 등에서는 모든 ‘형성된 것들’을 뜻하고, 12연기의 무명연행과 신구의 삼행에서는 ‘의도적 행위들’을 의미하고, 문맥에 따라서는 단순한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 심리현상들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온의 두 번째인 느낌(수)이 감정적이고 정서적이며 예술적인 심리현상의 단초가 되는 것이고, 세 번째인 인식(상)이 지식이나 철학이나 사상이나 이념과 같은 우리의 이지적인 심리현상들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면, 심리현상들은 이 둘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는 이 이외의 모든 심리현상들을 뜻한다. 그래서 복수로 나타나며 서양에서는 mental formations로 정착이 되었다.

 

심리현상 실체 없음 알아야

탐욕 끊고 해탈 - 열반 실현

둘째, 오온 가운데 물질(색), 느낌(수), 인식(상), 알음알이(식)는 단수로 나타나지만 심리현상(행, 상카라)은 ‘심리현상들’로 항상 복수로 나타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이 행의 영역에는 각각 다른 고유성질을 가진 많은 심리현상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오온에서의 행은 마음(心)이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나는 심소법(心所法)들을 뜻하는데 상좌부 아비담마에서는 느낌(수)과 인식(상)을 포함하여 모두 52가지 심소법들을 들고 있다. 이들은 다시 탐욕.성냄.어리석음(탐진치) 등의 해로운(不善) 심리현상들 14가지와 믿음, 양심, 수치심 등의 유익한(善) 심리현상들 25가지와 감각접촉, 주의, 집중 등 공통되는 심리현상들 13가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사론> 등의 북방 아비달마에서는 모두 46가지 심리현상들을 들고 있고, 유식에서는 50가지를 들고 있다. 그래서 오온의 행은 항상 복수로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심리현상들은 초기불전에서 야자나무(kadali, S22:95)에 비유되어 나타난다. 주석서는 “마치 야자나무 줄기가 많은 잎과 껍질 등으로 조합되어 있듯이 심리현상들의 무더기도 많은 법들로 조합되어 있다”(SA.ii.323)고 설명한다. 특히 야자나무의 줄기는 겉모양은 마치 시멘트로 만든 회색의 튼튼한 기둥처럼 보이지만 이 시멘트처럼 생긴 기둥의 속(심재, 心材)은 텅텅 비어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다양하고 강열한 심리현상들도 뭉쳐두면 단단한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찰지(慧)라는 도끼로 분해하고 해체해서 보면 그 속이 텅텅 빈 실체 없는 야자나무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은 결론짓는다. “그가 그 심리현상들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해보면 그것은 텅 빈 것으로 드러나고 공허한 것으로 드러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비구들이여, 심리현상들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S22:95)

넷째, 그러므로 수행자는 나를 구성하고 있는 심리현상들을 통찰지라는 도끼로 분해하고 해체해서 보아야한다. 그래서 심리현상들의 실체 없음(asara) 즉 무아에 사무쳐서 심리현상들에 염오하고 탐욕이 빛바래어 해탈을 체득하고 열반을 실현해야 한다. 뭉쳐두면 속고 해체하면 깨닫는다.  

각묵스님 /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