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초기불교산책·각묵스님

세상이란 무엇인가 ① 열두 가지 감각장소(12처)

通達無我法者 2010. 4. 4. 01:54

 

 

세상이란 무엇인가 ①

열두 가지 감각장소(12처)


안팎 12감각이 세상의 근본구조


나와 세상 ‘5온.12처’로 보면

무상 고 무아 극명하게 드러나


인간이 가지는 가장 근원적인 의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나의 문제와 ‘세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세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삼계대도사이신 부처님께서도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나’의 문제를 오온으로 정리하셨고 ‘세상’의 문제를 12처로 말씀하셨다.

필자는 초기불교의 특징을 ‘해체해서 보기’라고 강조해왔다. 지난 호까지 살펴본 오온은 ‘나’라는 존재를 물질, 느낌, 인식, 심리현상들, 알음알이의 다섯가지로 해체해서 말씀하신 것이고, 이번 호부터 살펴볼 열두가지 감각장소 즉 12처 혹은 육내외처(六內外處)의 가르침은 ‘세상이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일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눈.귀.코.혀.몸.마노의 여섯 가지 안의 감각장소(六內處)와 형색.소리.냄새.맛.감촉.법의 여섯가지 밖의 감각장소(六外處)로 해체해서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오온은 불교의 인간관이요 12처는 불교의 세계관이다. 나와 세상을 이처럼 5온과 12처로 해체해서 보면 무상과 고와 무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이를 통해 염오-이욕-해탈-구경해탈지를 완성해서 궁극적 행복인 열반을 실현하는 것이 초기불교의 근본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해체해서 보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초기불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12처는 육내처(六內處)와 육외처(六外處) 즉 여섯가지 안의 감각장소와 여섯가지 밖의 감각장소의 둘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안(內)’은 예외 없이 눈.귀.코.혀.몸.마노의 여섯가지 안의 감각장소 혹은 감각기관을 지칭하는 술어이고, 반대로 ‘밖(外)’은 예외 없이 형색.소리.냄새.맛.감촉.법의 여섯가지 밖의 감각장소 혹은 감각대상을 지칭하는 술어이다. 한편 <상윳따 니까야>의 <육처 상윳따>(S35) 등에 의하면 12처와 6처와 6내외처(六內外處)는 모두 같은 내용을 지칭하는 동의어이다.

여기서 12처(十二處)로 옮긴 원어는 드와다사-아야따나(dvadasasa-a-yatana)인데, 이것은 12를 뜻하는 드와다사(dvadasa)와 장소(處)를 뜻하는 아야따나(a-yatana)가 합성된 술어이다.

아야따나는 불교 이전부터 인도 바라문교의 제의서(祭儀書) 문헌에 많이 나타나는 단어인데 거기서는 주로 제사지내는 장소나 동물들의 서식지를 뜻하였다. <청정도론>에 의하면 아야따나에는 ① 머무는 장소 ② 광산 ③ 만나는 장소 ④ 출산지 ⑤ 원인의 다섯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쪽으로(a-) 온다(√yam)는 문자적인 의미를 중시하여 아야따나를 입(入)으로 번역하기도 하였고, 이 단어가 장소(base, sphere)의 의미로 쓰이므로 처(處)라고 옮기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12연기의 다섯 번째 구성요소는 육입(六入)으로 옮겼으며, 눈의 감각장소(眼處) 등과 형색의 감각장소(色處) 등의 12처와, 공무변처부터 비상비비상처까지의 4처는 처(處)로 옮겼다.

세존께서는 안의 감각장소(六內處)와 밖의 감각장소(六外處 = 대상)로 구성된 이 12처야말로 일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 12가지 외에 다른 일체는 세울 수 없다고 강조하신다.(<일체 경>(S35:23)) 그리고 <세상 경>(S35:82) 등에서는 이 12가지야말로 세상 그 자체라고 말씀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이나 일체라는 ‘개념적 존재(pan~n~atti)’를 12가지의 ‘법(dhamma)’으로 해체해서 말씀하신 것이 바로 12처의 가르침이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