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초기불교산책·각묵스님

세상이란 무엇인가 ③ 18가지 요소(十八界)

通達無我法者 2010. 4. 20. 22:59

 

 

세상이란 무엇인가 ③ 18가지 요소(十八界)

“마음은 찰나적 흐름일 뿐”


감각기능과 대상 맞부딪혀

일어나는 조건발생…‘연기’

지난 호 등에서 살펴본 12가지 감각장소(處)는 존재하는 모든 것(諸法)을 눈과 귀 등의 6가지 감각기능(根) 즉 안의 감각장소(육내처)와 형색과 소리 등의 6가지 대상(境) 즉 밖의 감각장소(육외처)의 12가지로 해체해서 설하신 것이다. 그런데 육내처와 육외처 즉 눈과 형색, 귀와 소리, … 마노(意)와 법이 만나면 반드시 이들에 관계된 알음알이(識)가 생겨난다. 즉 눈과 형색이 만나면 눈의 알음알이(안식)가 … 마노와 법이 만나면 마노의 알음알이(의식)가 발생한다. 이렇게 조건발생하는 여섯 가지 알음알이(육식)를 넣어서 18가지로 분류한 것이 바로 18가지 요소(界, dha-tu) 즉 18계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경에서는 18계를 “눈의 요소, 형색의 요소, 눈의 알음알이의 요소, 귀의 요소, 소리의 요소, 귀의 알음알이의 요소, 코의 요소, 냄새의 요소, 코의 알음알이의 요소, 혀의 요소, 맛의 요소, 혀의 알음알이의 요소, 몸의 요소, 감촉의 요소, 몸의 알음알이의 요소, 마노의 요소, 법의 요소, 마노의 알음알이의 요소이다.”(S14:1)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6내처와 6외처가 만나서 일어나는 6식을 더하여 18계가 된 것이다.

그러면 왜 세존께서는 12처를 설하시고 다시 18계를 설하셨는가? 몇몇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을 절대화하는 것을 강하게 금하기 위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18계는 마음 혹은 알음알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감각기관(근, 내처)과 대상(경, 외처)이 만나서 생기는 조건발생이요 찰나적인 흐름일 뿐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 경>(S35:107)에서 세존께서는 세상의 일어남과 사라짐 즉 발생과 소멸을 이렇게 말씀하신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세상의 일어남인가? 눈과 형색을 조건으로 눈의 알음알이가 일어난다. … 귀와 소리를 조건으로 … 코와 냄새를 조건으로 … 혀와 맛을 조건으로 … 몸과 감촉을 조건으로 … 마노와 법을 조건으로 마노의 알음알이가 일어난다. 이 셋의 화합이 감각접촉이다.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느낌이,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갈애를 조건으로 취착이, 취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이 생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세상의 일어남이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세상의 사라짐도 설하신다. 이처럼 세상은 감각기관(근)과 대상(경)이 만나서 생기는 알음알이(식)를 토대로 한 조건발생일 뿐임을 초기불전은 도처에서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조건발생’은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연기(緣起)를 풀어서 옮긴 것이다.

초기불교 뿐만 아니라 후대의 모든 불교에서도 마음과 마노와 알음알이 즉 심.의.식은 동의어로 쓰임을 이미 오온편에서 살펴보았다. 18계는 이러한 마음이나 알음알이를 절대시하려는 사람들에게 마음이야 말로 조건발생이요 연기임을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마음은 철저하게 감각기능과 대상이 맞부딪혀서 일어나는 상대적인 것일 뿐이요 조건발생일 뿐임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18계의 가르침이다. 대상과 감각기관이 없는 독자적인 마음 혹은 알음알이란 결코 존재할 수 없음을 18계는 명명백백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18계는 “모든 법들이 중생이니 영혼이니 하는 실체가 없고 공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SA.ii.131)이라고 주석서는 설명하고 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