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돈수(頓修)와 점수(漸修)의 유래(由來)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여러 가지 문제 의식 가운데 특히 우리 젊은 불자(佛子)들께서 궁금히 생각할 뿐만 아니라 불교학계(佛敎學界)에서도 논쟁거리가 되어 있고 또 다른 나라에서까지도 불교나 동양 철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은 으레 깨달음과 닦음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데 그래서 우선 돈오돈수(頓悟頓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대해서 말씀하고자 합니다. 그건 왜 그런고 하면, 어떻게 닦아야 할 것인가? 또는 깨달음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깨달음과 닦음의 문제라는 것은 우리 불자들로서는 일대사(一大事) 인연으로서 우리가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너무나 문제가 커서 감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만, 그런대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에 관한 문제는 근래에 조계종 종정을 오랫동안 지내시고 선지식으로 추앙받는 성철(性徹) 스님께서 저서인 선문정로(禪門正路)에서 보조(普照) 스님의 돈오점수설을 비판하므로써 세상의 관심사로 등장을 한 것 같습니다.
보조(普照知訥 1158-1210) 스님은 약 800년 전에 계셨던 분입니다. 한국 불교가 선교 일치(禪敎一致)의 회통 불교(會通佛敎)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돈오점수에 대하여 이의(異議)를 제기한 분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전문학자가 아닌 참선 수자(修者)이기 때문에 교학적(敎學的)인 분석에도 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런 복잡 미묘한 논쟁에 끼어 들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공부하는 여러분에게 혹시 참고가 될까 하여 소견을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면 돈오점수는 보조 국사가 처음으로 말씀하였고 돈오돈수는 성철 스님께서 말씀하였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그 연원(淵源)부터 밝혀보면, 돈오돈수도 역사적으로 분명히 권위있는 말씀이고 돈오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보조 스님께서는 비단 한국 불교역사상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대선각자(大先覺者)로 추앙을 받아온 분이며 성철 스님께서도 우리 종단의 상징인 종정 스님으로서 깊은 존경을 받는 분 아닙니까? 그분들의 위상에 다소라도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염려스러운 마음 입니다. 따라서, 우선 이렇게 생각할 때에 보조 스님이 그르다 또는 성철 스님이 잘못 해석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 권위있는 인용을 하기 위해서 조사어록(祖師語錄)에 의거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