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

[제1장 수증의 제문제] 제1절 돈오돈수와 돈오점수 - 5. 돈점(頓漸)

通達無我法者 2007. 4. 20. 16:30

 

제1장 수증(修證)의 제문제(諸問題)

 

제1절 돈오돈수(頓悟頓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

 

 

 

 

5. 돈점(頓漸)



頓 漸

師謂衆曰 法本一宗 人有南北 法卽一種 見有遲疾 何名頓漸 法無頓漸 人有利鈍 故名頓漸

- 壇經-


그러면 단경(壇經)에는 점수(漸修)라는 말이 없는 것인가? 단경에도 있습니다. 다만 돈오점수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의미로 봐서는 분명히 있습니다.

단경에서 6조 대사가 대중을 위해서 말씀하시기를 “법()은 본래 하나의 종지(宗旨)이지만, 다만 사람의 근기 따라서 남북이 있을 뿐이다” 고 하였습니다. 법은 본래 종지가 하나고 평등 무차별의 진여불성자리 하나지만 다만 사람의 근기와 선근 따라서 잘나고 못나고 어리석고 총명하고의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다.


“법은 본래 하나의 성품이지만, 보는 견해에 따라서 더딤과 빠름이 있다. 그러니 무엇이 돈()이고 무엇이 점()인가?” 무엇이 문득 아는 것이고 또는 점차 아는 것인가? “원래 법에 있어서는 돈법과 점법이 없으나, 사람의 근기에는 날카로움과 둔함이 있다. 고로, 돈과 점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볼 때는 6조 혜능 스님도 분명히 돈점을 말씀했습니다. 우리는 석가모니 말씀이나 6조 혜능 스님 말씀이나 말 표현에 지나치게 걸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대의(大義)를 알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돈점에 대해서 능엄경에 있는 말씀입니다.


頓漸

理卽頓悟 事非頓除 乘悟倂消 因次第而盡

 -楞嚴經-


능엄경(楞嚴經)은 선수(禪髓)라고도 합니다. 이른바 선법(禪法)의 골수란 뜻이지요. 공부하는 분들이 점차로 닦는다든가 장애를 없앤다든가 하는 것은 능엄경을 참고로 하면 별로 헤매지 않습니다. 그러나 능엄경 같은 선에 관한, 여러 가지 점차 수증에 관한 중요한 말씀을 무시해 버리면 공부할 때에 방황도 많이 하고 또는 그릇 해석도 할 수가 있습니다.

   

능엄경에 있기를 “리즉돈오(理卽頓悟)라” 우주의 본체적인 원리는 문득 깨닫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불교를 교리적으로 공부할 때는 리()와 사()를 구분하여 생각해야 하겠지요. 리사가 무애(無碍)라, 원래 둘이 아니겠지만 중생차원에서 볼 때는 본질적인 리()와 또는 현상적인 문제는 사()인데 “사비돈제(事非頓除)라” 현상적인 상대 유한적인 그런 문제는 문득 제거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승오병소(乘悟倂消)라” 깨달음에 편승해서, 마치 바다를 건널 때 배를 타고 가야 건널 수가 있듯이 깨달음에 편승해서 닦아나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인차제이진(因次第而盡)이라” 차제에 따라서 다 끊어진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조사어록이나 또는 선지식들 말씀을 들을 때는 그 말씀을 경직된 마음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어찌 그런고 하면, 조사 스님들 말씀들은 으레 노파심절에서 우리 중생들이 그때그때 어떤 문제에 막혀 있는가? 무슨 문제에 고민하는가에 따라서 간절히 주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점수(漸修)에 치우쳐서 자꾸만 계급을 따지고 고하, 심천을 가리는 사람들한테는 돈오돈수로써 마땅히 분별을 쳐부수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본래가 부처인데 닦을 것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 분들한테는 점차로 닦아 나가는 점수를 역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도리를 느끼고서 법문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