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30송-1/혜거스님

제 1 송

由假說我法 有種種相轉 (유가설아법 유종종상전)

彼依識所變 此能變唯三 (피의식소변 차능변유삼)

유식은 아(我)와 법을 가설함으로 말미암아 가지가지 현상계가 변화하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다. 저 (가지가지 현상계)는 의식에 의해 변하고 이 변화의 주체(능변)는 오직 셋[심(心), 의(意), 식(識)]이 있을 뿐이다.

아(我)와 법은 원래가 없는 것인데, 이것이 있는 것같이 생각되는 것은, 이것을 가정하여 설정해 놓았으니까 그러한 것인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의 모양(相)과 변화(轉)가 있게 된다.

그러한 것(彼)은 식(識 = 마음)에 의존하여 변하는 것[일체유심조]인 바, 이 변화하는 주체(능변)는 마음인데, 이것에는 오로지 3가지가 있을 뿐이다.

( 해 설 )

이 유식은 부처님께서 오직 마음이 있을 뿐 무아·무법임을 설해 주신 이치를 요약해서 체계화한 것이다. 또 현상계의 모든 모습이 변화하는 이치를 아(我)와 법을 가설하여 설명하고, 변하는 바 현상계의 모든 것은 의식(마음)의 작용에 의한 것이고 의식은 심·의·식 삼식(三識)뿐임을 밝혔다. 삼식은 아뢰야식, 말나식, 의식이다.

이 첫 송(一頌)에서는 아(我)와 법의 가설일 뿐 무아·무법임을 밝히고 당초에 무아·무법이나 아법을 가설함으로 현상계의 모든 법이 변화함을 알게 했다. 이는 실상은 변하지 않음을 깨우쳐준 송(頌)으로서 아(我)와 법을 비롯한 일체만법은 마음에 의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였다.

가설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하신 법문을 말한다. 진리는 불언불설(不言不說)이기 때문에 현상계의 아(我)와 법은 진설(眞說)할 수가 없으므로 가설이라 한 것이다.

아법(我法) 

일체만법을 인식하고 분별하는 주체를 아(我)라 하고 나로부터 인식되어진 일체만법을 법(法)이라 한다. 아(我)에는 주재하는 아(我)와 상주하는 아(我)와 일체에 충만한 아(我)의 세 가지 뜻이 있으니, 주재하는 아(我)는 주도적으로 지배하고 소유하고 분별하는 주체 곧 나라고 하는 나를 뜻하고,

상주하는 아(我)는 끊임없는 윤회를 반복하면서도 멸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나를 뜻하고, 일체에 충만한 아(我)는 법계로 더불어 하나이며 항구불변하는 아(我)를 뜻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我)는 천지에 있어 천지를 주재하고 나에게 있어 나를 주재하는 아(我), 영원하여 상주불변하는 아(我), 법계로 더불어 하나인 법계일신의 아(我)인 진아(眞我)를 말한다.

법은 일체사물의 존재는 일정한 법칙 또는 궤범에 의해 존폐하므로 이를 법이라 한다. 법에는 일체만물의 법과 세간법과 출세간법 등의 법이 있고 법률과 사상 등도 모두 법이라 할 수 있다.

종종상(種種相) 

종종상은 과거, 현재, 미래의 가지가지 모습, 시작도 끝도 없이 거듭 존재하는 나의 실상과 일체만법이 상대적인 인과 법칙에 의해서 존재하는 갖가지 상태를 말한다.

피(彼) 

피(彼)는 대명사로서 위의 종종상전을 의미한다.

식(識)

식(識)은 8식을 말한다. 8식을 요약하여 3식이라 한다. 8식에 탐진치가 없으면 지인(智人)이 되고 탐진치가 있으면 범부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8식이 있으나 지우(智愚)의 차별과 부귀빈천의 차별이 있는 것은 모두가 마음([의식]에 의해서이다.

마음에 의해 일체만물의 명(命)이 다르고 고하장단의 차별이 있는 것을 업연의 소치라 하고 업연이 곧 마음에 의해 지어지기 때문에 일체만법이 의식소변(依識所變)이라 한 것이다.

능변(能變) 

능변은 변화의 주체를 말한 것으로 일체만물이 변천하고 인간의 운명을 주도하는 실체이니 곧 주관적인 의식을 말한다.

유삼(唯三) 

삼(三)은 3식을 말한 것으로 심(心: 아뢰야식), 의(意: 말나식), 식(識: 육식)을 말한다. 나를 주재하는 것이 곧 이 3식이요, 우주만법을 주재하는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오직 이 마음뿐임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