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송 - Ⅰ
不可知執受 處了常與觸 (불가지집수 처요상여촉)
作意受想思 相應唯捨受 (작의수상사 상응유사수)
제8아뢰야식은 그 작용을 알 수 없고, 집수와 처(處)와 요(了)의 작용도 알 수 없다. 항상 촉(觸)과 작의와 수(受)와 상(想)과 사(思)로 더불어 상응하되, 오직 사수(捨受)로만 한다.
( 해 설 )
이 송은 마음의 주체가 되는 제8 아뢰야식의 작용을 설명한 송이다. 제8 아뢰야식은 작용이 미세하고 광대하여 범부의 식견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가히 알 수 없다는 뜻으로 불가지라 하였으며, 가히 알 수 없는 것은 집지하고 수용하는 자리와 그 종자인 집수의 공능이 불가지이며, 지니고 있는 마음자리와 수용할 수 있는 마음자리 처(處)도 또한 무한해서 불가지이며, 분별요지하는 요(了)도 또한 불가지함을 말한 것이다.
8식은 심소(心所: 마음자리)가 다섯인데 이를 5변행심소라 한다. 5변행심소는 촉(觸)·작의(作意)·수(受)·상(想)·사(思)이며 이는 5수(5수 五受: 고苦·락樂·우憂·희喜·사捨) 중에서 오직 불고불락하는 사수와 상응할 뿐이다. 8식을 장식 또는 함장식(含藏識)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능장(能藏), 소장(所藏), 아수집장(我受執藏)의 3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능장이란 8식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비가 무한함을 의미하고, 7식이 선악의 업인을 지은 것을 8식이 훈습하여 깊이 저장했다가 반드시 보응을 받기 때문에 이를 훈습종자라고도 한다. 훈습종자는 안에서 인(因)으로 있다가 바깥 연(緣)을 기다려 과(果)를 받는다.
이러한 인의 싹이 아직 과보를 받지 않은 것들이 무량무수로 존재하며 모두가 8식에 보장되어 있다가 결코 하나도 누락됨이 없이 과보를 받는다. 이렇듯 종자를 보존하는 힘을 능장이라 한다.
소장(所藏)이란 7식이 선악인과를 지은 것이 8식에 잠장될 뿐 8식이 직접 업을 짓지 않기 때문에 소장이라 한다. 아수집장(我受執藏)은 집장(執藏)이라고도 하는 바 7식에 의해 훈습된 것을 8식이 지니고 있는 장식(藏識) 곧 지식·관념 등을 상주불변하는 나의 것으로 집착하여 아집·아견·아만 등의 탐애를 일으킴을 말한 것으로 7식의 입장에서 집장 또는 아수집장이라 한다.
7식이 선악의 업인을 지어서 8식이 훈습하여 저장했다가 반드시 보응을 받게 하는 선악보응의 인(因)에 대하여 <성유식론>에서는 6가지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① 찰나멸의(刹那滅義)
멸이란 멸생(滅生)을 의미한다. 핵이 멸하여 나무가 되듯이 전자가 멸하여 후자가 생한다. 따라서 사람이 전자의 인이 씨가 되어 태어나면서 씨인 전자의 8식은 멸하는 것이다.
② 과구유의(果俱有義)
과구유는 전8식의 핵이 이미 멸하고 새로 태어난 생명체에는 전8식의 원인이 하나도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서 과구유라 한 것이다.
이와 같이 8식이 함장하고 있는 업인이라 하더라도 모두 소멸하여 후세로 연결되지 않는 식이 있고, 하나도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식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곧 악의 업인은 소멸하고 선의 업인은 남길 수 있는 길이며 이 길을 닦는 것을 수행이라 한다.
③ 항수전의(恒隨轉義)
항수전은 전8식의 인이 현행의 과보를 다하면 다음의 다른 인을 세운다는 뜻이다.
④ 성결정의(性決定義)
성결정은 선인선과(善因善果)·악인악과가 결정적으로 변할 수 없음을 뜻한다.
⑤ 대중연의(待衆緣義)
대중연은 제8식의 종자가 인으로 있다 해도 이에 상응하는 연이 없으면 생할 수 없고 언제까지라도 연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⑥ 인자과의(引自果義)
인자과는 8식 중 낱낱의 종자는 자신의 과보만을 인도하여 생하기 때문에 보시의 인은 부귀의 과를 받고 불살생의 인은 장수의 과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상의 8식의 작용은 다양함이 무궁하고 정밀함이 미묘해서 문물을 창조하고 세상을 주도하게 된다. 이렇듯 미세하고 광대한 8식 곧 마음자리를 맑고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유식을 설명하여 수행의 정문을 삼게 한 것이다. 8식의 무한한 작용은 7식에 의해 훈습되어 존재한다. 훈습에는 능훈과소훈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능훈에 네 가지의 성질이 있으니 다음과 같다.
① 생멸성(生滅性)
찰나 생멸하는 본체가 상주하여 영원하지 않으므로 전변하는 작용에 의해서 선도 되고 악으로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심성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② 승용성(勝用性)
승용성은 능훈의 작용이니 7식의 작용을 인식하여 분별하고 연려함을 말한다.
③ 증감성(增感性)
증감성은 증진하고 감쇄(減殺)함을 말한 것으로 선이 증진되면 악이 감쇄되고 악이 증진되면 선이 감쇄됨을 말한다.
④ 화소훈성(和所熏性)
화소훈은 능훈의 7식과 소훈의 8식이 화합하여 훈습되기 때문에 일컬어진 말이다. 7식을 능훈이라 하고 8식을 소훈이라 하는 것은 7식이 업인을 직접 만들기 때문이며 8식은 7식이 만든 업인을 소장하기 때문이다. 직접 업인을 짓는 7식의 능훈과 7식이 지은 업인을 소장하는 8식의 소훈이 각각 네 가지의 성질을 갖추고 있으니 다음과 같다.
① 견주성(堅住性)
8식은 7식이 지은 업인을 소훈하되 처음부터 불변하고 부동하여 영구히 견주하므로 7식의 훈습을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견주성이라 한다.
② 무기성(無記性)
8식은 그 성질이 비선비악(非善非惡)이어서 7식의 각종 훈습을 받아들이므로 무기라 한다.
③ 가훈성(可熏性)
8식은 그 성품이 유연하여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7식이 지은 모든 훈습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가훈성이라 한다.
④ 화능훈성(和能熏性)
7식의 능훈성과 화합하여 7식이 지은 선악시비 등의 모든 업인을 훈습하여 지니므로 화능훈이라 한다.
제8 아뢰야식은 마음의 주체이며 능연이며 경계를 요별할 수 있는 식(識)의 주처이다. 사람마다 식이 달라서 이해하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면서 추위와 더위 등을 같이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천지가 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천지로 더불어 공유하면서도 또한 개체가 분명하기 때문에 만물과 함께 공유공락(共有共樂)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기의 세계를 이루는 불가사의한 묘력을 지니는 것이다.
이렇게 미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뢰야식은 소연(所緣)에 의해서만이 능연심(能緣心)을 낼 수 있어서 경계가 없다면 마음의 작용은 일어날 수가 없다. 아뢰야가 경계를 받아들여 집수하는 데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① 모든 중생의 신체는 아뢰야가 투입되어야 생(生)이라 하며, 이를 생명의 시작이라 하고, 아뢰야가 떠날 때를 사(死)라 하며, 이것이 생명의 끝이다. 오로지 생명의 주체는 아뢰야뿐이다
② 아뢰야는 생명이 씨[종자]로서 본래부터 존재하는 종자와 새롭게 훈습해서 생기는 종자가 있고 그 종성의 변화 또한 무량해서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무량한 종자가 모두 아뢰야에 의해 훈습되고 아뢰야에 의해 보존되다가 때를 기다려 연이 구족되면 보응을 받게 된다.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과 지혜, 선과 악의 종자가 아뢰야에 의해 구별지어지므로 아뢰야의 실성을 깨닫는 것이 인간의 최우선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유식30송(唯識三十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식30송-4/혜거스님 (0) | 2007.09.21 |
---|---|
유식30송-3-2/혜거스님 (0) | 2007.09.21 |
유식30송-2/혜거스님 (0) | 2007.09.21 |
유식30송-1/혜거스님 (0) | 2007.09.21 |
유식30송/혜거스님 (0) | 2007.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