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보훈(禪林寶訓)

선림보훈/23 이익을 구하는 자는 도를 얻지 못한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3. 17:06
23  이익을 구하는 자는 도를 얻지 못한다   황룡 사심(黃龍死心)스님 / 1043∼1114
 

 1. 법수 원통(法秀圓通 : 1027∼1090)스님이 일찌기 말하기를 "자신은 바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바로잡으려는 자를 두고 `덕(德)이 없다'고 하고, 자신은 공순(恭順)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공순함을 강요하는 자를 두고 `예(禮)를 모른다'고 한다"라고 하였다. 선지식으로서 덕을 잃고 예의에 어긋났다면 무엇으로 후학에게 모범을 보이겠는가. 『여영원서(餘靈源書)』

2. 사심스님이 진영중(陳瑩中)에게 말하였다.
"대도(大道)를 구하고자 한다면 우선 마음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분해서 화를 낸다거나 좋아서 욕심을 낸다면 바르게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세상에 응해주는 성현 정도가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희노애오(喜怒肯惡)가 없을 수 있겠읍니까? 다만 `이런 일은 성인이나 하는 것'이라고 멀리 제껴두어서 정도(正道)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그런대로 되었다 하겠읍니다." 『광록(廣錄)』

3. 단속〔節儉〕과 자재〔放下〕는 도에 들어가는 첩경이다. 마음으로 통달하려 하나 되지 못하고, 마음은 깨우쳤다 하더라도 말이 제대로 트이지 못하는 납자를 많이 보게 된다. 누구라서 옛사람을 계승하고 싶지 않겠는가마는 단속과 자재를 놓고 보자면 만에 하나도 없다.
이를 세속에 비하자면 젊은이가 글은 읽으려 하지 않으면서 관리가 되고자 하는 것과도 같으니, 결코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광록(廣錄)』

4. 사심스님이 담당(湛堂)스님에게 말하였다.
"납자 중에서 재주와 식견〔才識〕에 충신절의(忠信節義)를 겸비한 자가 제일 가고, 재주는 높지 못해도 근실하고 도량이 있는 자는 그 다음쯤이다. 혹 삿된 마음으로 기웃거리다가 형편따라 태도를 바꾸는 이가 있다면 진실로 소인이다. 이런 이를 대중 속에 방치해 둔다면 반드시 총림을 무너뜨리고 불법 문중을 모독할 것이다." 『실록(實錄)』

5. 사심스님이 초당(草堂)스님에게 말하였다.
"주지를 맡은 자는 언행의 요점이 진실과 미더움에 있다. 말이 진실하고 미더우면 반드시 깊게 받아들여질 것이며, 말이 성실하지 못하면 받는 느낌도 따라서 천박할 것이다. 진실하지 못한 말과 미덥지 못한 일은 평소 일반 세속에서도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니, 마을 사람들을 기만한다고 보일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림의 주지가 되어 불조를 잇고 교화를 선양하면서 말과 행동에 진실과 믿음이 없다면 강호의 납자들 중에 누가 따르겠는가?" 『황룡실록(黃龍實錄)』

6. 이익을 구하는 자는 도와 함께 하지 못하고, 도를 구하는 자는 이익과 함께 하지 못한다. 
옛사람은 둘 다 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럴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이익과 도가 함께 되어지는 것이라면 장사치·백정·여염집·행상꾼들도 모두가 도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옛사람들이 부귀와 공명을 버리고 심산유곡에 들어가 번뇌를 끊고서 시냇물을 마시고 나무 열매를 먹으며 일생을 마쳤겠는가.
이익과 도는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기어코 말한다면, 물이 새는 호리병으로 뜨거운 가마솥을 식히려는 것처럼 될 수 없는 일이다. 『여한자창서(與韓子蒼書)』

7. 스승 회당스님께서 지난날 동오(東吳)지방에 계실 때 보았던 이야기라 한다.
원조(圓照宗本 : 1006∼1087)스님께서 정자사(淨慈寺)에 주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그리로 가자, 소주(蘇州)와 항주(杭州)의 사부대중들은 끈질기게 싸웠다. 한쪽에서 "우리 스님을 무슨 이유로 빼앗아가느냐?" 하면 한쪽에서는 "이제는 우리 스님인데 너희들이 무슨 관계냐?" 하였다.

8. 사심스님이 취암사(翠巖寺)에 살 때, 각범(覺範)스님이 남해로 귀양가다가 남창(南昌)을 지난다는 소문을 듣고 산중으로 일부러 맞이하여 여러 날을 대접하고 후한 예의로 전송하였다. 이 일로 어떤 사람이 사심스님에게 희노의 감정이 일정치 않다고 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각범은 덕이 있는 납자이다. 지난날 그에게 모난 성미를 버리라고 간곡히 충고했으나 지금 뜻밖의 일에 걸리고 말았다. 이렇게 된 것은 그의 타고난 분수이고, 나는 평소 총림의 도의대로 처신하여 그를 대했을 뿐이니, 식견 있는 자라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사로운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산기문(西山記聞)』

9. 사심스님이 초당 선청(草堂善淸 : 1057∼1142)스님에게 말하였다.
회당스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의 마음이 관대하고 후한 것은 천성이니, 억지로 사납게 하면 반드시 오래가지 못하고, 매섭게 하여 오래 가지 못하면 도리어 소인에게 업신여김을 당한다. 그러나 아주 삿되거나 바른 경우와 극악·극선한 경우는 본래부터 그런 것이므로 모두가 변화되기 힘들다. 오직 중간 정도의 성품은 올라가기도 쉽고 내려가기도 쉬우므로 따라서 교화할 만한 것이다." 『실록(實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