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6. 합리적인 호흡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5:11

1-6. 합리적인 호흡

안(安)은 도를 생각하고, 반(般)은 맺힘을 풀며, 수의는 죄에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안(安)은 죄를 피하고, 반(般)은 죄에 들어가지 않으며, 수의는 도가 된다.

해설
인간과 동·식물을 막론하여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숨을 쉬지 않으면 살수가 없다. 따라서 올바른 호흡을 익히는 행위는 올바른 삶과 직결된다. 그러나 요가를 수행하는 고행자들은 호흡을 닫고 숨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들어온 숨까지 나가지 못하게 하여 오래도록 참는 수행을 한다. 붓다 역시 이러한 고행을 체험하였다. 그러나 숨의 들어오고 나가는 중요한 뜻을 깨달았기 때문에 호흡을 닫고 자연의 도리에 역행하는 지식법(止息法)인 쿰바카Kumbbaka를 포기하고 자연스럽고 올바른 호흡법을 권장하게 되었다. 숨이 들어오는 안安을 모든 생물이 생명을 주지하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자연의 도리로 본 것이다. 숨을 오래 참고 있으면 체내의 독소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죽게 된다. 그러므로 들어온 숨이 극치에 달하면 체내의 독소를 내보내기 위해 숨을 길게 내뿜어 주어야 한다. 맺힌 것을 푼다는 말은 이처럼 몸 안의 나쁜 것을 풀어서 없앤다는 뜻이다.

요가 수행자들이 우주의 생명력인 프라나를 많이 들어오게 하여 그것을 될 수 있는 한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 데에 반해, 붓다는 될 수 있는 한 숨을 길게 내보내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또한 숨을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하고 길게 내뿜을 때에도 마음을 집중하지 않으면 호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덧붙여 강조했다. 수의, 곧 정신집중은 호흡이 잘못되지 않게 하는 고삐인 셈이다. 실제로 의식을 집중했을 때의 호흡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호흡의 효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붓다가 창안한 호흡법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정신이 집중된 호흡이므로 이런 호흡법을 익히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무의식 상태에서도 호흡이 길고 깊으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같은 호흡법은 인간이 생명의 도리를 올바르게 깨닫고 생명을 잘 유지하기 위해 진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이를 거스르고 숨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나가는 숨을 제대로 못 나가게 하면 몸에 질병이 생기고 정신 착란이 발생하게 된다. 붓다는 이런 점을 통찰했기 때문에 마음의 불안이나 어떤 걸림을 풀기 위해서 숨을 길게 내뿜는 호흡을 하라고 권한 것이다. 마음에 맺힌 응어리는 마음으로 풀 수 있다. 붓다는 마음이 몸을 떠나서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특히 호흡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제로 이런 일은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일이다. 화가 났을 때 후우! 하고 숨을 길게 내뿜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초조할 때도 숨을 길게 내뿜으면 괜찮아진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화가 나거나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곤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숨을 길게 내뿜는 호흡법을 익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면 언제 어디서나 고요한 마음가짐과 올바른 몸가짐을 유지하 수 있게 된다.

붓다가 창안한 안반수의법은 생리학적 측면에서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인 면에서 볼 때에도, 인간을 최고의 정신 상태로 인도하는 호흡법이다.

《잡아함경》 제26권 <오법경五法經>에서 붓다는 안반념법(安般念法)을 통해 죄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설법하고 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셨다. 이때 부처님이 여러 비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법이 있어 이로움이 많으리니 안나반나념(安那般那念)(안반수의)으로 닦으라. 다섯 가지 법은 무엇인가. 깨끗한 계(戒)인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Pratimoksa의 율의(律儀)에 머물러서 잘 갖추어 행하고, 작은 죄라도 능히 두려워하여 계행을 잘 간직한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이다. 이로움이 많으리니 안나반나념으로써 수습하라. 또한 다음으로 비구가 행해야 할 도는 욕심과 일을 적게 하고 애쓰는 것이 적절하다. 이를 두 번째 법이라 한다. 이로움이 많으리니 안나반나념으로써 수습하라. 또한 다음으로 비구는 먹고 마심에 있어서 양을 알고, 많고 적음의 중간을 취하나니 먹고 마시는 데 있어서 욕심을 일으키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한결같이 가진다. 이를 세 번째 법이라고 한다. 이로움이 많으리니 안나반나념으로써 수습하라. 또한 다음에 비구는 초저녁이나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사유를 골똘히 하나니 이를 네 번째 법이라 한다. 이로움이 많으리니 안나반나념으로써 닦으라. 또한 다음에 비구는 한가하고 안온한 숲 속에서 모든 시끄러움과 어지러움을 떠난다. 이를 다섯째 법이라 한다. 이로움이 많으리니 안나반나념으로써 수습하라.'
이렇게 설법하시니 모든 비구가 부처님의 말씀을 기쁘게 여겨 받들어 행하였다."

이처럼 붓다는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여 계를 지키라고 가르치고 있다. 도덕적인 계율을 지키고, 욕심을 적게 가지고, 음식에 지나침과 부족함이 없게 하고, 잠자는 것을 탐내지 말며, 한가한 곳에서 숨의 들어오고 나감을 생각하여 한결같이 수행하는 다섯 가지 법은 비구와 같은 수행자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반인에게도 이로운 가르침이다. 특히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은 지나친 욕심 때문인데, 호흡과 정신통일로 지나친 욕심까지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