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15. 인연을 살리는 수의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5:21

1-15. 인연을 살리는 수의

수의는 비유하면 등불과 같아서 두 가지 인연이 있다. 하나는 어두움이요, 두 번째는 밝음이다. 수의는 첫째로 꺼졌을 때의 어리석음이요, 둘째로는 비춰 볼 때의 지혜이다. (이와 같이) 수의는 인연에 따라서 생하는 마음이니 마땅히 인연을 인연으로 하여 집착하지 말라. 이를 수의라고 한다.

해설
호흡에 마음을 두는 이유가 있다. 호흡과 마음이 합일되었을 때와 그렇지 않고 마음이 제멋대로 움직일 때와는 호흡작용이나 정신작용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면 분명히 호흡을 의식하게된다. 마치 등불이 밝게 비추는 것과 같다. 등불이 사물을 밝게 비추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사물을 밝게 비추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사물을 밝게 알아차린다. 만일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산란한 상태에 있다거나 어두운 상태에 있으면 사물을 알아차릴 수 있는 힘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를 등불에 비유한 것이다.

등불은 본래 밝게 하는 힘이 있으나 어두움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또한 밝게 나타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등불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본래의 성질이 파괴되어 어리석은 번뇌와 망상에 빠지는 면이 있고, 그와 반대로 사리를 알아차려 진실을 보는 본성을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므로 정신집중을 통해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 사물의 실상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인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본성은 밝고 깨끗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둡고 더러운 면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어두움과 더러움을 인연에 의해서 밝고 깨끗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수의는 밝고 깨끗한 면이 드러나게 하는 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성을 나타내는 수의에 있어서 밝음이나 어두움, 깨끗함과 더러움의 어느 것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한쪽에 집착하면 그와 다른 면이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적정 상태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어두움과 밝음이 없다. 또한 어리석음과 현명함도 없다. 악이나 선 중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밝음에 대한 집착은 어두움을 전제로 해서 성립하며 깨끗함에 대한 집착은 더러움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더러움 혹은 깨끗함이라는 극단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선과 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청정본심은 더러움이나 깨끗함, 어두움이나 밝음, 악이나 선을 떠나 있지만, 또한 더러움, 깨끗함, 어두움과 밝음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의 청정본심도 서로 상대되는 가치를 인연으로 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의는 상대되는 두 가치를 인연으로 해서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중도를 가는 길이다. 마음의 중도란 선과 악, 더러움과 깨끗함, 어두움과 밝음 중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멀리하면서 깨끗함과 밝음으로 가는 길이다. '순신(順信)이 인(因)이요, 의방(疑謗)이 연(椽)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에게 잘 따르는 것도 인연이요, 나를 의심하거나 비방하는 것도 인연이다. 현명한 사람은 어떤 것이든 인연을 살린다.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도 나의 벗이요, 나를 의심하고 비방하는 사람도 나의 벗이라고 생각한다. 수의를 통해 이러한 세계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