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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되, 어떤 것이 열여섯 가지 일입니까? 답하되, 열여섯 가지 일이란 수가 열여섯에 이른 것이다. 이른바 수를 세는 것과 서로 따르는 것과 그치는 것과 관하는 것과 돌아오는 것과 청정함이다. 이것이 열여섯 가지 일이 되고, 행이 떠나지 않고 도에 따르게 된다.
해설 안반수의법에서는 열여섯 가지 일이 이루어진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여섯 가지가 있는데, 각각 뛰어난 방법과 모습과 효과가 있다. 즉 마음을 흩어지지 않게 하는 수행 방법〔修〕과,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相〕과, 숨이 들어온다고 생각하거나 나간다고 생각하는 음미〔味〕와, 다시 그것이 끊어져서 마음이 머무는 곳〔處〕이 있다. 경에서는 이러한 안반수의에 뛰어난 공덕(功德)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안반수의법에는 여섯 단계에 다라서 모두 열여섯 가지 일이 행해진다. 이미 앞에서 설명했으나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숨을 길게 들이쉬거나 짧게 내보낸다. 안반념법을 처음 닦는 사람은 들숨, 날숨을 가늘게 하면서 길게 나가고 들어오면 길다고 생각하여 길게 호흡하고, 짧으면 짧다고 생각하여 짧게 호흡한다. 이와 같이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의 모습을 파악하여 길고 짧은 숨을 쉬게 되니 여기에 길고 짧음이 있다.
(2)들어오고 나가는 숨은 코나 입을 통해서 들어오고 나가므로 온몸을 감지할 수 있다. 즉 호흡을 통해서 몸의 존재를 재인식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호흡이 마음에 따르면 일체신(一切身)을 알게 된다.
(3) 우리의 몸을 알게 되더라도, 이 몸이 본래 영원한 생명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과 더불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흡이 있으면 몸이 있고, 호흡이 그치면 몸도 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호흡에 집중하여 호흡이 한 곳에 머물게 되면 그에 따라 몸의 움직임이나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서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도 알게 된다. 숨을 코끝이나 입술에 머물러 있도록 집중하면 몸의 움직임을 적멸(寂滅)하게 된다. 몸을 구부리거나 움직이거나 흔드는 것이 한 곳에서 정지된다. 이는 선에 있어서 제4의 선에 이르는 것과 같다. 초선에서는 거친 움직임이 적멸하고, 제2선에 들어가면 미세한 몸의 움직임이 있으며, 다시 제3선에서는 가장 미세한 것만이 남고, 그것까지도 없어지면 제4선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처음에는 거칠게 출입하다가 점차로 미세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드디어 들숨, 날숨을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4)이 과정에서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다. 곧 제2선에서는 기쁨을 일으키는데, 호흡의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마음이 그것을 생각하여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제 숨이 들어와서 좋은 공기가 내 몸에 퍼진다고 느끼고, 이제 숨이 나가서 온몸의 나쁜 기운이 모두 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기쁨이 생긴다. 그러므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숨이 들어온다. 숨이 나간.'만 생각하면 기쁨이 일어난다.
(5) '이제 숨이 들어온다.' '이제 숨이 나간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즐거움이 생겨 숨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행위가 즐거워진다.
(6)이런 즐거운 호흡을 통해서 '나에게 숨이 들어온다. 나에게서 숨이 나간다'는 상념의 움직임이 생긴다.
(7)이런 상념은 몸이나 마음의 거친 움직임을 적멸시키고 이것을 익히게 된다.
(8)'이제 숨이 들어온다. 이제 숨이 나간다.'는 생각 속에는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아는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곧 마음을 아는 일이다.
(9)'숨이 들어온다. 숨이 나간다.'는 생각이 깊어지면 마음에 기쁨이 일어난다. 제2선에서 얻은 기쁨보다 한층 깊어진다.
(10)'나에게 이제 숨이 들어온다.'는 생각 속에는 마음과 숨이 만나서 함께한다. 그러므로 '숨이 들어온다.'에는 마음이 숨에 머물러 들어옴이 있고, '숨이 나간다.'에는 마음이 숨에 머물러 나감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을 교화하여 마음을 어떤 한 곳에 머물게 하고 있다.
(11)'이제 숨을 들이쉰다.'는 생각이 철저하여 그것과 함께하게 되면 그 생각이 우리의 마음을 해탈로 이끌어준다. 게으를 때에는 게으름을 없애 주고,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에는 그 마음까지 없애 준다.
(12)노여움이나 어리석음에도 이와 같다. 만일 어떤 일이 있어서 마음이 집착하여 떠나지 못할 때에는 집착을 통해 집착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러므로 안반념법은 마음을 통해서 마음을 없앤다.
(13)'이제 나에게 숨이 들어온다. 이제 나에게서 숨이 나간다.'고 생각하여 숨을 쉰다는 사실을 통해 곧 숨의 생멸을 볼 수 있다. 이로써 숨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있다가 없어지는 무상을 보게 된다.
(14) '이제 나에게 숨이 들어온다. 이제 나에게서 숨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호흡법은 들어오면 나가고, 나가면 들어오는 무상법인 동시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숨이 들어올때나 나갈 때에 '이것이 무상한 법이요, 욕심이 없는 열반은 여기에 있다.'고 배우게 된다.
(15)이러한 무상한 법이 호흡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무상한 모습을 여실히 확인하고, 열반의 적정에 머물러서 평온하고 즐겁게 하는 일이 바로 호흡 속에 있다.
(16)이런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안반념법을 익히면 일체의 행위가 고요하고, 일체의 번뇌로부터 벗어나서 애착이나 욕심을 떠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는다.
안반념법 속에는 이상과 같은 열여섯 가지 일이 있다. 열여섯 가지 중에서 앞에 열두 가지는 지(止)의 평등성으로 들어가고, 뒤의 네 가지는 삼매에서 나와 사물의 진실을 아는 정견(正見), 곧 관(觀)의 세계에 머문다.
안반념법의 수행은 '이제 숨이 들어온다. 이제 숨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여기에 열여섯 가지가 들어 있다. 요컨대 이들 열여섯 가지는 사물의 길고 짧음을 알게 하고,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없애며, 나아가서는 마음을 기쁘게 하고, 다스리고, 해탈하는 방법을 알게 한다. 이들은 모두 '사마타samata'라 는 지(止)와 '비파샤나vipasyana'라고 하는 관(觀)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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