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4-9. 숨을 통해서 진리를 깨닫는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6:17

4-9. 숨을 통해서 진리를 깨닫는다

묻되, 수식은 바람을 생각하여 색에 따르게 된다는데, 어찌하여 도에 순응합니까? 답하되, 움직이는 마음이 수에 있어 색을 생각하지 않으면 기운이 다하여 곧 멸한다. 항상이 아님에 떨어져서 항상이 아님을 알면 도가 된다.

해설
수를 헤아리면서 호흡하는 목적은 생명의 유지뿐만 아니라 진리를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건강에도 큰 도움을 주지만 더 큰 뜻이 있다.

코나 입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생각하는 것은 물질〔色〕을 생각함과 같다. 공기는 물질이요, 생각하는 마음은 정신〔名〕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원리를 알게 되는 것이 진리를 깨닫는 것이지만, 진리는 물질이나 정신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은 공기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숨을 쉬어서 공기를 들어오게 하고 나가게 한다. 공기의 출입이 곧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물질이 오고가는 현상이지만 거기에는 정신작용이 개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물질과 정신이 잘 어울려 올바른 관계를 맺는 호흡이 우리의 삶을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자연 현상의 생과 멸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도리가 바로 진리이다. 이러한 도리를 알고 살림으로써 도에 응하게 된다.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생과 멸의 되풀이되는 우주의 진리를 알고 이에 순응하는 것이다. 호흡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호흡에서 정신과 물질의 합일을 기하여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서 우주 순환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잠시도 떠날 수 없는 호흡 속에 우주의 영원한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 삶의 원리와 모든 존재의 참된 모습이 있으며 모든 생명이 살고 죽는 길이 있다. 

보이지 않는 진리는 항상 움직인다. 오고가는 것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 현상이 있다. 호흡이 진실은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움직임 속에 있으며, 공기가 출입하는 진실은 마음과 공기가 합일하는 안반념법에 있다. 우리의 마음은 숨을 떠나면 죽는다. 숨이 끝나면 삶도 끝난다. 그러나 마음과 공기가 하나가 되어 호흡이 유지되는 한 우리의 생명도 계속 유지된다. 그러므로 수를 헤아리는 수식은 정신과 물질의 만남이요, 들어오고 나가는 숨 속에서 그것을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이 아님에 떨어져서 항상이 아님을 안다.'라고 했다. 진리는 현실 속에 있다는 말과 같다.

진리는 현실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떠나서 존재하기도 한다. 호흡수행은 현실 속에서 그 현실을 통해 현실 이상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생하고 멸하는 것은 현실이지만 생도 아니고 멸도 아닌 것 속에 생과 멸이 있다. 즉 현실 이상의 깊은 진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