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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끊으면 신족(神足)을 얻는다. 곧 마음에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생이요, 생각하는 바가 없으면 사(死)가 된다. 그러므로 신족을 얻으면 능히 비행하기 때문에 생사는 마땅히 끊는다고 말한다.
해설 생사는 마음에 따라서 노예가 되거나 생각하지 않고 침잠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른바 번뇌라고도 한다. 탐이나 진심은 마음에 잘못된 생각이 일어나서 그에 끌려가고 있는 상태이므로 생이라고 할 수 있고, 어리석음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서 혼침상태에 떨어져 있으니 죽음이라고 말해진다. 그래서 이러한 번뇌들을 끊으면 신족을 얻는다고 했다.
신족이란 신통력을 말하며 우리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특수한 능력이다. 신통력은 마치 하늘을 날 듯이 걸림 없이 발휘된다. 마음의 장애가 없어져서 사물의 실상이 눈에 환히 보이므로 걸릴 데 없이 서로 상응한다. 마음의 장애로 인해서 좁고 괴롭고 답답하게 느껴지던 현실세계가 넓고 즐겁게 바뀐다. 지금까지 닫혀 있던 심안이 열려서 새로운 세계를 보기 때문이다.
마음에 생각하는 바가 없이 인연에 따라서 수를 헤아리는 수식관(數息觀)을 닦으면 생각 때문에 생기는 장애도 없어지고, 수를 헤아림으로써 혼침에 빠져 있지도 않고 항상 깨어 있게 되므로 생사를 끊게 된다. 이처럼 붓다의 호흡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즐겁게 행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그러면 특수한 능력이란 어떤 것인가. 흔히 경전에서는 세 가지 혹은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생사를 끊으면 신족을 얻는다'고 했다.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연 경쾌하여 걸릴 바가 없다는 뜻이다. 무애(無碍)의 경지와 같다. 몸과 마음이 민첩하게 움직여서 자유자제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호흡으로 몸과 마음이 건전해지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은 의지나 인격의 힘에 의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남다른 집중력으로 주어진 모든 힘을 길러서 우리에게 갖추어져 있는 신족을 발휘해야 한다. 신족을 얻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를 온전히 살리는 길이다.
불교 경전에서는 원시불교 이래로 붓다나 그 제자들이 나타내 보였다는 초자연적인 능력, 곧 신통을 설하고 있다.
원시불교에서는 삼명(三明 tisso Vijja)이라 하여 세 가지를 들기도 하고, 여섯 가지인 육통(六通, cba abbinna)을 들기도 하였다.
삼명은 자타의 과거세를 아는 숙명지(宿命智)와, 미래의 중생의 모습을 아는 천안지(天眼智)와 불교의 진리를 알아서 번뇌를 끊어 없애는 누진지(漏盡智)를 말한다.
육통(六通)은 삼명에 신족통(神足通)과 타심통(他心通), 천이통(天耳通)을 더한 것이다. 신족통은 생각하는 곳에 마음대로 도달하는 신통력이다. 마음대로 비행하는 능력과 마음대로 모습을 바꾸고 외부의 세계를 마음대로 하는 지혜의 힘이 있다. 이 중에서 뒤의 것은 부처님만이 갖출 수 있다고 한다. 천안통은 이 세상의 것, 멀고 가까운 것이나 괴로운 것이나 즐거운 것, 작고 큰 것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지혜의 극치이다.
천이통은 천이지통(天耳智通)이라고도 하는데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힘이다. 타심통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아는 힘이다.
≪지도로(智度論)≫에서는 보살은 다섯 가지에 통하고, 부처님은 여섯 가지에 모두 통달했다고 한다. 반면 ≪성실론(成實論)≫에서는 불교 이외의 외도로도 오통을 얻는다고 한다. 이러한 신통은 인간의 능력 이상이므로 명상을 통해서 얻기도 하고 주력으로 얻기도 한다. 한편 ≪종경록(宗鏡錄)≫에서는 다섯 가지 뛰어난 힘이 있다고 하여 도통(道通), 신통(神通), 의통(依通), 보통(報通), 요통(妖通)을 들었다. 도통이란 중도의 이치를 깨닫고 사물의 진실을 살펴 나타내는 힘이요, 신통이란 선정에 의해서 마음이 고요하게 되어 사물을 깊이 관찰하여 숙명을 아는 힘이다. 이 경에서 말하는 신통, 즉 신족, 천안, 천이, 타심, 숙명의 다섯 가지 능력은 중도의 이치를 깨닫고 공의 도리에 따라서 사물을 성찰하는 힘을 길러주고 마음이 고요히 억제되어 청정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특수능력이다. 그러면 이러한 능력은 어떤 힘에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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