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8-11. 인연법으로 과거와 미래를 안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7:28

8-11. 인연법으로 과거와 미래를 안다.

도인으로서 도를 행하되 아직 관을 얻지 못했으면 마땅히 헤아려 관을 얻을지니라. 관하는 바가 있어서 뜻이 다시 바뀌지 않으면 관을 얻었음이다. 악을 그치게 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좌선, 둘째는 관이 있다. 어떤 때는 몸을 관하고 어떤 때는 마음을 관한다. 어떤 때는 숨을 관하고 어떤 때는 있음(존재)을 관하고 어떤 때는 없음을 관한다. 인연이 있음을 마땅히 분별하여 관한다.

해설
불교는 올바른 생활을 가르치는 종교다. 그렇다고 해서 도덕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 사물의 참된 모습을 올바르게 아는 깨달음을 통해서 그릇된 삶으로부터의 해방과 올바른 삶으로 가는 길목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덕적인 규범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체의 사물을 올바르게 아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인생고를 벗어나는 팔정도의 첫 항목으로 정견(定見)을 든 것도 이런 까닭에서이다. 팔정도 중에서 정견이 이루어지면 여타의 일곱 가지는 저절로 행해지며, 다른 것이 잘 행해지면 정견도 따라 이루어진다.

사물을 올바르게 관찰하는 정견은 사물을 연기의 법 그대로 보고, 생하고 없어지는 도리를 통해서 공의 도리를 알아 그대로 대처하는 중도의 생활이다. 이러한 올바른 견해는 무엇을 통해서 얻어지는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상에 정신을 집중하여 겉에 나타난 현상에 끌리지 않고 진실한 모습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려면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할 경우도 있으나 눈을 뜬 채 직관으로 알 수도 있다. 이때의 앎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므로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이다.

심안으로 사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먼저 호흡이 올바르게 행해지고 정신이 이에 따라야 한다. 호흡과 정신이 하나가 되어 어떤 사물에 집중하였을 때 심안이 열린다. 이를 관(觀)이라고 한다. 이는 지(止)에서 더 나아가 언제 어떤 대상에든 호흡과 정신이 하나가 되어 집중되는 상태이다.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는 지(止)에서 숨의 들어오고 나감을 관찰한다. 다시 숨과 더불어 같이 움직이고 있는 몸이나 숨과 더불어 일어나고 있는 감수작용, 생각하고자 하는 의지의 움직임이나 인식작용 등 모든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현상을 뜻하는 대로 관찰하게 된다. 이때는 그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된다.

과거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존재가 치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싫어했던 것을 좋아하게 되거나, 미워했던 것이 곱게 보이고, 괴롭던 것이 즐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이 호흡과 더불어 안정됨에 따라서 이와 같이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마음을 보되 마음이 일어나고 없어지는 모든 현상을 보기는 더욱 어렵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도 하니, 나의 마음을 알기도 어렵지만 남의 마음을 알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여 관찰력이 생기면 남의 마음도 볼 수 있게 된다.

도인은 자신의 마음이나 남의 마음까지 잘 알아서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을 가르킨다. 수행인은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수행인은 먼저 호흡훈련부터 시작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 훈련이 바로 '아나파나사티'이다.

'관(觀)을 얻지 못하면 마땅히 교계(校計)하여 관을 얻을지니라.'고 한 바와 같이 교계는 호흡과 정신의 조화를 꾀한다.

사물을 올바르게 관찰하게 되면 진실을 그대로 알게 되니 악함과 선함을 가릴 수 있어 악을 멀리 하고 선을 따르게 된다.

만법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 다시 말하면 무(無)도 관하게 된다. 인연에 따라서 없던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현존하는 만법이 어떻게 되는가도 볼 수 있으니 유 속에서 무를 본다. 

유에서 무를, 무에서 유를 본다. 있고 없음은 인연생멸이기 때문에 인연을 분별하여 관하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연법에 따라서 관하는 힘에서 우리의 과거생과 미래생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된다. '어떤 때는 있음을 관한다.'는 나타난 현실을 그대로 본다는 의미이고, '어떤 때는 없음을 관한다.'는 생하고 멸하는 인연법을 보고 생과 멸의 두 가지를 동시에 본다는 의미이다.

인연법을 알아서 마음이 선(善)에 있으면 과거나 미래를 현재 속에서 알게 되니 삼세를 안다. 그리하여 현법(現法)에 낙주(樂住)하는 멋진 삶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