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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그치는 한 방법으로서 두 가지 법을 보면 이미 악은 사라진다. 지(止)와 관(觀)을 행하는 자는 도(道)를 본다. 악이 그쳐지지 않으면 도를 보지 못한다. 악이 이미 다하면 곧 도를 관할 수 있다. 악을 그치는 법 중 하나는 악을 아는 것이다. 일체를 능히 억제하여 마음에 집착이 없음을 지(止)라 하고, 또한 생각을 쉬면 지(止)에 따르게 된다. 생각을 쉬고 지(止)에 따르면 곧 악을 그치는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악이 이미 그치면 곧 관을 얻기 때문에 두 가지 법을 보게 된다.
해설 몸이나 마음의 잘못된 상태가 악이다. 악을 그치는 방법으로는 지(止)와 관(觀)의 두 가지가 있다. 앞서 누차 서술했듯이 지(止)는 마음이 한곳에 집중되어 다른 생각이 끊어진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잘못이 있을 수 없다. 또한 관은 지를 확대시켜 어떤 사물이든지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와 관은 모든 사물이 잘못되지 않게 하는 방법들이다. 지와 관이 잘 되어서 잘못됨이 그치면 모든 사물을 올바르게 볼 수 있고 나아가 모든 사물을 잘 살릴 수 있다.
도(道)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것이다. 도인은 자신을 진리 그대로 살릴 뿐만 아니라 남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도인은 항상 지와 관을 떠나지 않는다.
지와 관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악이 그치고, 악이 그치면 지와 관이 제대로 실현된다. 곧 지와 관이 원인이면 악의 제거는 결과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원인 속에 결과가 있다는 견해는 인중유과론(因中有果論)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견해는 인도 수론(數論, samkbya)의 학설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인이 결과가 되는 동시에 결과가 원인이 된다. 원인과 결과는 연기의 관계에 있다. 원인은 실체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결과 또한 마찬가지다. 원인도 공이요 결과도 공이다. 공이기에 인연법에 의해서 있고 인연법에 의해서 없어진다. 지와 관이 제대로 이루어져 악이 없어지면 좋은 인연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셈이다. 이러한 인연은 무자성(無自性)이다. 무자성인 인연이 원인이 되어 무자성인 결과로 맺어진 것이다. 지와 관은 공의 세계에 머물러 있음이요, 공의 세계에서 관조한다.
우리는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몸이나 마음이 잘못되어 있음을 알아야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진단을 받아서 어디가 나쁜지를 알아야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듯이 항상 몸이나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번뇌를 가진 범부는 항상 전도된 몽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몸도 불건전하고 마음도 그릇된 상태에 있다. 호흡이 올바르게 행해지지 않고 마음이 지나 관의 상태에 있지 않으면, 우리의 몸이나 마음은 이미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자신의 마음이 그릇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흔히 무명이라고도 말해지는 어리석음은 밝지 않은 것이다.
마치 밝은 달이 구름에 가려 있거나 맑은 거울에 때가 끼여 있는 것과 같다. 어리석음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때가 끼였거나 구름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때나 구름도 실체가 없다. 구름 없는 하늘이 없고 때 없는 거울이 없으니 어리석음도 밝고 현명함의 속성에 지나지 않는다. 인연에 따라서 나타나고 없어진다. 인연에 의해 없어지면 밝은 달과 맑은 거울은 자연히 나타나게 된다. 맑은 거울과 같고 밝은 달과 같은 마음의 상태가 바로 지와 관의 상태이다.
그래서 '악이 이미 다하면 곧 도를 관한다.'고 했다. 때가 없는 거울과 구름이 없는 달과 같이 악이 없어지면 그대로 밝은 달과 맑은 거울이 된다. 도는 밝고 맑은 거울이나 달처럼 진리가 밝게 나타난다.
자신의 호흡이 잘못되었으면 고쳐서 바르게 하고 몸에 병이 있어도 고쳐야 한다. 마음에 병이 들었으면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이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모든 집착을 떠나야 한다. 집착은 나쁜 습관이다. 나쁜 습관이 건강을 해치고, 나쁜 마음가짐이 마음을 안정되지 않게 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간다. 그래서 이러한 나쁜 습관을 그치는 것은 마치 거울에 낀 때를 닦아내는 것과 같다. 나쁜 습관을 고쳐서 바르게 하면 생각도 바르게 따라간다.
'생각을 그치면 지(止)에 따르게 된다.'는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그치면 일체를 억제할 수 있고 집착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병은 자신이 고쳐야 한다. 자신의 건강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리의 몸이나 마음은 올바르고 건강하게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수행은 이러한 능력을 찾아내는 길이다.
붓다가 가르친 호흡법은 몸의 질병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거나 잘못된 정신상태는 마음에 원인이 된다. 그릇된 생각에서 굳어진 나쁜 생활이 몸을 해치고 그릇된 생각에 집착하여 괴로워한다. 몸에 붙어 있는 나쁜 요소를 떨쳐버리고 마음에 붙어 있는 어리석은 독소를 씻어버려야 한다. 그러한 방법이 바로 호흡의 조절이요, 생각의 그침이다. 마음이 항상 정지하여 사물을 공 그대로 관조하면 그릇됨이 사라지고 악이 그친 뒤에는 지와 관이 스스로 이루어져서 다시는 악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호흡도 마찬가지다. 나쁜 습관이 들어서 길고 짧음이 질서가 없고, 정신이 호흡과 함께 하지 않고 무의식 속에서 멋대로 호흡하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서 건강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신과 호흡이 각각 멋대로 움직이면 나쁜 습관에 젖어 들고 사물에 대한 집착으로 스스로 고뇌를 짊어지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잘못되었음을 알아서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여 악이 그치면 마음의 평온이나 건강이 스스로 찾아지고 영구히 지속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악이 이미 그치면 곧 관을 얻기 때문에 두 가지 법을 보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두 가지 법'이란 지와 관이니, 이 두 가지가 깨달음으로 가는 관문이다. 지는 정(定)이라고도 하는데 정과 관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서로 떠나지 않는다. 지와 관이 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 깨달음의 세계로 싣고 간다. ≪잡아함경≫의 <금강경(金剛經)>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다시 다른 법을 설하시어 여러 비구가 듣고 지혜를 닦아 정법을 즐겨받고 즐겁게 머물게 하소서.' 하니, 부처님이 아난에게 고하시되 '이로써나는 다음에 설하겠노라. 고요히 머물러 그침에 따라서 깨달으면 이미 일어난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한 것, 좋지 않은 것은 속히 쉬게 될 것이니라. 마치 비가 많이 와서 일어난 먼지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먼지를 능히 없애듯이, 이와 같이 고요히 머물러 그침을 닦으면, 이미 일어난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한 것, 좋지 않은 것이 능히 없어지리라. 아난아, 어떤 것이 고요히 머물러 그침을 닦고 깨달으면 이미 일어난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하고 선하지 않은 것을 능히 시게 하는가. 바로 안나반나념에 머무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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