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9-6. 법에 따라 생각하고 행한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7:34

9-6. 법에 따라 생각하고 행한다.

뜻이 법 가운데에 머문다 함은 진리와 뜻이 만물을 생각하면 밖의 법에 떨어지고, (법의) 가운데에서 뜻이 만물을 생각하지 않으면 도가 법 가운데에 떨어진다. 오음은 생사의 법이 되고 《삼십칠품경》은 도법이 된다. 뜻이 법 가운데 머물면 오음을 제어하여 범치 않는다. 또한 항상 도를 생각하여 떠나지 않으면 뜻이 법 가운데에 머문다.

해설
마음이 항상 법 가운데에 머물러 있으면 진리가 행해진다. 그러면 '마음이 법 가운데에 머문다.'는 무엇을 뜻하는가.

첫째로 뜻이 움직일 경우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즉 만물을 생각할 경우와 생각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둘째는 오음을 제어할 경우와 제어하지 않을 경우, 셋째는 항상 도를 생각할 경우와 그러지 않을 경우이다.

만물을 생각하면 마음이 밖으로 달려나간 것이다. 생각이 밖의 법, 곧 만물 속으로 떨어져서 그 안에 머물러 있다. 다시 말하면 주관이 객관에 접하여 하나가 된 경우를 말한다. 이때는 객관이 주가 되고 주관이 객이 된다. 그러나 생각이 만물을 생각하지 않고 법 가운데에 머물러 있으면 객관으로 달려나가지 않고 주관 속에 고요히 머물러 있게 된다. 어느 경우나 생각이 법을 떠나지 않으면 도가 법 가운데에서 행해진다.

오음은 있다가도 없어지니 생사의 법이 된다. 오음의 있고 없음이 곧 도의 행함이다. 오음이 도 그대로 행해지면 공도 그대로 행해진다. 이때 오음이 실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부정되어 억제되면, 생이 색이면서 색이 아니고, 수와 상과 행과 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색, 수, 상, 행, 식이 제어되면 공으로 파악되어 그들에게 끌리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색이 나를 범치 못하고, 수와 상과 행과 식 또한 나를 범치 못한다. 즉 오음이 공으로써 존재하여 생과 사의 생멸법을 행하면 일체의 고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오음이 제어되어 공으로 돌아가면 뜻이 법 가운데 머물게 된다. 뜻이 법 가운데 머물러 법을 떠나지 않으면 색을 대해도 끌리지 않고, 수와 상과 행과 식이 법 그대로 행해져서 여여(如如)한 법대로 작용한다. 생각이 법 속에 머물면 인연에 따라서 오음이 생멸하면서 법 그대로 살려지고, 그런 생활은 팔정도의 실천이 되어 고를 없애고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오음을 제어하여 범치 않는다.'는 오음이 공으로 파악되어 그에 집착하지 않는 정도의 실현이다. 다음에 항상 도를 생각하여 떠나지 않음은 생각이 법 가운데에 머물고 있음이다. 도를 떠나지 않음은 법을 떠나지 않음이요, 정도를 떠나지 않음이다.

우리의 몸이나 정신은 제멋대로 내버려두면 안 된다. 몸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두면 타성이 붙고, 나쁜 습관이 붙어서 뜻대로 되지 않고 정신과 육체가 따로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신도 일어나는 대로 버려두면 멋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드디어는 몸까지 해치게 될 뿐만 아니라 근본정신까지 그르치게 하여 죄를 짓게 한다. 그러므로 생각이 진리를 떠나지 않고 법 가운데에서 항상 도를 생각하게 하려면 몸과 마음을 견제하고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여 꼭 잡아두어야 한다. 어떤 때는 금욕이나 극기훈련도 하여 오음을 억제함으로써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항상 도를 생각하여 떠나지 않게 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 마음속의 지침은 법이다. 법에 따라서 생각하고 법에 따라서 먹고 자고 일하며 법 가운데에서 옳고 그름을 가려서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러므로 법을 등명(燈明)이라고 한다. 법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인도하는 밝은 불빛과 같다. 사성제를 대표로 하는 진리의 법이다. 연기의 도리요, 공의 도리요, 생사의 도리요, 고를 떠나서 낙으로 가는 도리다. 법은 우리의 의지처요 따라갈 인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