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호흡법 (4) - 수식관 ①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20:33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호흡법 (4) - 수식관 ①

 

호흡하며 숫자 세는 ‘공부’. 어지러운 마음 가라 앉혀...

호흡법의 한 방법으로 여러 경론에서는 수식관(數息觀)을 설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90일간 호흡법을 하셨다는〈안반수의경〉의 내용은 이미 기술했고,〈잡아함경〉29에서도 성도 이후 때로는 2개월간 수식관을 행하셨다고 전하고 있다.

또〈구사론〉에서는 부정관(不淨觀)과 함께 초심자의 입도(入道)의 중요한 요문(要門)으로,〈구사론송소의초〉는 넓게는 팔만사천이지만 요약하면 부정관, 수식관 둘이라 하고 있을 만큼 초심자에게 중시하고 있다.

수식관이란 호흡을 하며 숫자를 세는 방법으로, 이를 상술하고 있는〈안반수의경〉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호흡을 세는 것은 물질과 정신들(五陰)에 마음이 휩쓸리지 않으면서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함이며, 이로 인해 온갖 어지러운 마음들이 모두 인연에 의해 일어나는 줄을 알게 되고, 나아가 고통을 끊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인연법을 깨달아 열반을 얻게 된다.

호흡을 세는 방법은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세는 것(〈해탈도론〉이나 〈잡아비담심론〉에서도 열까지만 세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으로 들이쉬고 하나, 내쉬고 둘 등으로 세는 것이다. 1, 3, 5, 7, 9의 숫자는 들이쉬는 숨이며, 2, 4, 6, 8, 10은 내쉬는 숨의 숫자이다.

넷이나 다섯 등 10 이하로 줄여서 세거나 10 이상을 세는 것, 숨을 다 들이쉬거나 내쉬지 않았는데 먼저 세거나 혹은 쉬는 중간에 세는 것, 한 번의 숨에 두 숫자를 세거나 두 번의 숨에 하나를 세는 것, 숨을 다 들이쉬거나 내쉬었는 데도 세지 않는 것, 호흡 중에 숨의 더디고 빠름이나 크고 적음을 생각하는 것,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을 의식하는 것들은 모두 잘못된 방법들이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에 숫자를 세는 것은 그것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며, 들이쉬는 것은 물질, 소리 등 바깥의 인연(六境)들과 관련이 있고, 내쉬는 것은 눈, 귀 등 내부(六根)와 관련이 있어 셈을 통해 이를 끊고 여의고자 함이다. 또한 잘못된 셈으로는 외부의 악을 이겨내고 내부의 산란심을 막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숨에 일치시켜 숫자를 세어야 하며(念息合爲一數), 숨을 세는 것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고 혹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를 빨리 알아차려 둘이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 숨을 세는 것이 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만 가지 온갖 좋은 것들을 관찰해 마음이 거기에 집착하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만약 집착하지 않는다면 잘된 방법이다.”

수식관은 산란심을 가라앉히고 선정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행법이다. 따라서 이를 궁극적 방법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경에서도 숨을 세는 것은 마음을 고요히 하고 악이 생겨나게 하지 않는 것일 뿐, 거기에 지혜는 없다고 하고 있다. 10단계의 과정을 밝히고 있는〈안반수의경〉의 내용에서도 나타나 있는 것처럼 입문의 첫 단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