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경전에서의 마음 조절법 (4)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20:50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경전에서의 마음 조절법 (4)
 
집중 속에서 대상 살피기., 인연관으로 지혜 밝힐 수 있어...

불교는 지혜와 자비를 행동의 원천으로 삼는다. 사상으로는 지혜, 실천으로는 자비를 기본으로 하며, 이중 어느 하나가 결여되면 나머지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둘이 흔히 새의 양 날개,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으로 비유되듯 지혜가 없는 자비행은 결코 올바를 수 없으며 자비가 없는 지혜 또한 무의미하다.

지혜를 밝히는 방법은 경론에서 한결같이 설하고 있는 것으로 많은 변천과 함께 후대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중 초기부터 설해지면서 후대 순수선의 정착 이전까지 모든 방법들에 연관되고 있는 초심자의 수행법이 있다. 일체의 모든 물질과 정신세계가 인연법에 의해 성립되어 있음을 관찰하도록 하는 인연관(因緣觀)이다.

현상세계 모두가 인연의 법칙에 의해 생성 소멸되고 있다는 것은 그대로 연기(緣起)를 말하며, 따라서 이는 12연기를 순·역관하여 미혹의 어리석음을 다스리는 연기관으로 설명되고 있기도 하다.

초심자와의 차이는 있지만 이 방법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셨던 방법으로도 전하고 있다. 육신을 괴롭히는 고행주의와 정신집중에 의한 고통 극복의 수정주의(修定主義) 수행법이 생활에서의 자재로움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아시고 이를 버리시며 독자적으로 개발하신 것이 집중 속에서의 대상 살핌이라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12연기와 사제(四諦)에 의한 깨달음, 곧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것은 12연기를 순·역관하는 관법, 즉 12연기를 무명에서 노·병·사로 관하는 순관(順觀)과, 반대로 노·병·사에서 무명으로 관하는 역관(逆觀)의 관찰을 통한 방법이었으며, 이는 부처님 자신만이 아니라 비바시불을 비롯한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에게 공통되는 것이었고, 또 중생이 살아가는 고통의 현실계와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이것이 극복된 이상세계와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의 사제 관찰을 통해 깨달으셨다는〈잡아함경〉등의 내용이다.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이 나타나거나 변하고 사라지기까지는 반드시 12단계로 구분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12는 중생의 생을 중심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일 뿐, 단순히 두 단계, 혹은 몇 단계의 과정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또는 훨씬 더 많은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인연관은 지혜가 없는 우치(愚癡)의 사람이 미혹을 다스리는 관법이다. 한국 선수행의 주 행법인 간화선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지만, 그리고 부처님과 같이 삼매 속에서의 행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그 원인과 결과를 앞뒤로 관찰해 본다면 지혜력의 증진은 물론 자신의 성찰이나 타인의 이해 등 현실 속에서 여러 효과를 직접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