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체고액 사리자 度一切苦厄舍利子
= <현장의 번역에 대한 아쉬움>원전에는 없는 사족인 '도일체고액' =
오온개공五蘊皆空에 대한 설명은 어차피 뒤에서 해야 하니 그때 상세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지금까지의 설명드린 부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관자재보살이 오묘한 반야바라밀행을 하시며, 오온이 모두 공함을 느끼시고 일체의 고통과 액난을 극복하셨다[도일체고액]'입니다. 반야심경의 나머지 부분은 관자재보살이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분인 사리자에게 법을 설하는 형식으로 이 몇 마디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여 설명하는 것입니다.
저의 아쉬움(솔직히 말씀드리면 불만)은 경,율,론에 통달한 삼장법사 현장이 '관자재보살이 최고의 지혜인 반야바라밀을 얻었고, 그 지혜란 오온이 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관자재보살이 얻은 지혜의 결과 '고통과 액난[고액苦厄]을 넘어섰다'는 표현을 선택한 것입니다. 범어본梵語本에 따르면 사실 이 부분은 '조견오온개공'에서 그쳐야 바른 번역입니다. 백번 양보하여 관자재보살과 같은 보살지위에서 얻는 수행의 결과라면 적어도 '득열반'[得涅槃: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남] 이나 도피안[度彼岸:깨달음의 언덕에 도달함] 이상의 표현이 뒤따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피안은 그 당시 중국에 없던 단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 현장이 '고액'苦厄이라는 세속적 냄새가 물씬 나는 단어를 선택한 데 비해 후반부에서 '구경열반究竟涅槃(궁극적인 번뇌를 모두 제압한 경지)' 이나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得阿辱多羅三邈三菩提(최고의 깨달음을 얻음)로 표현한 것을 보면 앞의 '고액苦厄(고통과 액난)은 아무래도 그 격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대단히 아쉽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건 너 혼자의 생각이고, 경전의 한 대목으로 천 몇백 년을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왠 난데없는 시비냐" , "너 현장스님에 대적하여 네 실력 과시하려는 소영웅주의자 아니냐"고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부처 이루려고 출가한 것이지 영웅 되려고 중 된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현장스님이 부처님 제자인 것처럼, 저도 당당하고 동등한 부처님 제자입니다.
그러니 째째하게 소영웅주의를 꿈꾸는 말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불법의 도리 그 자체를 가지고 냉정히 되짚어 보자는 말입니다. 그저 말로만 '집착에서 벗어나라' 하지 말고 말입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감당해야 될지도 모르는 저의 당돌함에 기가 막혀 혹시라도 냉정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 성법스님 저서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