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록(百丈錄)

1. 행록

通達無我法者 2008. 2. 15. 21:51
 

백장어록(百丈語錄)


1. 행록


  1.

  스님의 휘(諱)는 회해(懷海:749-814)이며, 복주(福州) 장락(長樂)사람이다. 성은 왕씨(王氏)로 어린 나이네 세속을 떠나 삼학(三學)을 두루 닦았다. 그때 대적(大寂:709-788, 馬祖스님의 호)스님이 강서(江西)에서 널리 교화를 펴고 있었으므로 찾아가 마음을 쏟아 의지하였는데, 서당 지장(西堂智藏:735-814)․남전 보원(南전普願:748-834)스님과 함께 나란히 깨친 분이라고 이름났었다. 그리하여 당시 세 분의 대사가 우뚝 서게 된것이다.

  스님이 마조(馬祖)스님을 모시고 가다가 날아가는 들오리떼를 보았는데, 마조스님께서 물으셨다.

  “저게 무엇인가?”

  “들오리입니다.”

  “어디로 갈까?”

  “날아갔습니다.”

  마조스님께서 갑자기 머리를 돌려 스님의 코를 한번 비틀자 아픔을 참느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날아갔다고 말해보라.”

  스님께서는 그 말끝에 느낀 바가 있었다.

  시자들의 거처인 요사채로 돌아와 대성통곡을 하니 함께 일하는 시자 하나가 물었다.

  “부모 생각 때문인가?”

  “아니.”

  “누구에게 욕이라도 들었는가?”

  “아니”

  “그렇다면 왜 우는가?”

  “마조스님께 코를 비틀렸으나 철저하게 깨닫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깨닫지 못하였는가?”

  “스님께 직접 물어보게.”

  그리하여 그 시자가 마조스님께 물었다.

  “회해시자는 무슨 이유로 깨닫지 못했습니까? 요사채에서 통곡을 하면서 스님께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알테니 그에게 묻도록 하라.”

  그 시자가 요사채로 되돌아와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그대가 알 것이라 하시며, 나더러 그대에게 물으라 하셨네.”

  스님(백장)이 여기에서 깔깔 웃자, 그 시자가 말하였다.

  “조금 전에 통곡하더니 무엇 때문에 금방 웃는가?”

  “조금 전에 울었지만 지금은 웃네.”

  그 시자는 그저 멍할 뿐이었다.


  2.

  다음날, 마조스님께서 법당에 올라왔다. 대중이 모이자마자 스님께서 나와서 법석(法席)을 말아버렸더니 마조스님은 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스님께서 방장실로 따라가자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조금 전에 말도 꺼내지 않았었는데 무엇 때문에 별안간 자리를 말아버렸느냐?”

  “어제 스님께 크를 비틀려 아파서였습니다.”

  “그대는 어제 어느 곳에 마음을 두었느냐?”

  “코가 오늘은 더이상 아프질 않습니다.”

  “그대는 어제 일을 깊이 밝혔구나.”

  스님께서는 절하고 물러났다.

 

  다른본(本)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 갔다 오느냐?”

  “어제는 우연히 외출하게 되어 미처 모시지 못하였습니다.”

  마조스님이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는 바로 나가 버렸다.


  3.

  스님께서 다시 참례하면서 모시고 서 있는 차에 마조스님은 법상 모서리의 불자(拂子)를 보고 있었으므로 스님께서 물었다.

  “이 불자를 통해서(卽) 작용합니까, 아니면 이를 떠나(離) 작용합니까?”

  마조스님이 말씀하였다.

  “그대가 뒷날 설법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가지고 대중을 위하겠느냐?”

  스님께서 불자를 잡아 세웠더니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통해서(卽) 작용하느냐, 이를 떠나서 작용하느냐?”

  스님께서 불자를 제자리에 걸어 두자 마조스님께서는 기세 있게 악! 하고 고함을 쳤는데 스님께서는 곧장 사흘을 귀가 막었다.

  이로부터 우뢰같은 명성이 진동하였다. 신도들이 청하여 홍주(洪州)의 신오(新吳) 국경지대인 대웅산(大雄山)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거처하는 바위와 묏부리가 깎아지른 듯 높았기 때문에 스님을 백장(百丈)이라 부르게 되었다.

  여기에 머문 지 한 달이 뭇되어 현묘한 이치를 참구하는 남자들이 사방에서 찾아왔는데, 당시 위산 영우(위山靈우:771-853)스님과 황벽 희운(黃蘗希運)스님이 으뜸이었다.


  4.

  황벽스님이 스님의 처소에 와서 있다가 하루는 하직을 하면

서 말였다.

  “마조스님을 친견하고 싶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어떤 법문을 남기셨는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그리하여 마조스님께서 두번째 참례했을 때 불자를 세웠던 이야기를 해주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불법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때 내가 마조스님의 고함(喝)을 듣고 나서 그 뒤로 사흘을 귀가 먹었다.”

  황벽스님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를 내밀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제부터 마조스님의 법을 잇지 않으려는가?”

  “아닙니다. 오늘 스님의 법문으로 마조스님의 큰 기틀(大機)에서 나온 작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마조스님을 모릅니다. 만일 마조스님을 잇는다면 앞으로 나의 법손을 잃을것입니다.”

  “그래, 그렇지. 견처(見處)가 스승과 같으면 도는 반쯤밖에 안되고, 견처가 스승을 능가해야만 전수를 감당할 수 만하다. 그대는 스승을 훨씬 넘어설 만한 견처가 있군.”

  그 뒤에 위산스님이 앙산 혜적(仰山慧寂:803-887)스님에게 물었다.

  “백장스님이 마조스님을 두번째 참례하고 불자를 세웠던 인연에서 두 분의 경지가 어떠하였겠는가?”

  “큰 기틀(大機)의 작용을 환하게 나타낸 것입니다.”

  “마조스님은 84명의 선지식을 배출하였는데, 몇 사람이 큰 기틀(大機)을 얻고 몇 사람이 큰 작용(大用)을 얻었겠는가?”

  “백장스님은 기틀을 얻었고, 황벽스님은 그 작용을 얻었습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가 말로 떠드는 무리(唱道師)일 뿐입니다.”

  “그래, 그렇지.”


  5.

  마조스님이 하루는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산 뒤에서 옵니다.”

  “한 사람을 만났는가?”

  “만나지 못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만나질 못했는가?”

  “만났더라면 스님께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어디서 이런 소식을 얻었는가?”

  스님께서“저의 잘못입니다”하자, 마조스님은 말씀하셨다.

  “아니 내 잘못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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